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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선 Aug 10. 2024

강아지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다양한 반려동물이 있지만 요즘 나는 특히 강아지에 관심이 많다. 파양 되고 유기되는 수많은 강아지들을 떠올리며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슬로건을 자주 되뇐다. 



 어릴 땐 펫샵에 전시되어 있는 작은 강아지들을 보며 아무 생각 없이 귀여워하고, 사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강아지를 '얻으려면' 내가 '사야'만 했으니까. 마치 갖고 싶은 귀한 물건과 다를 것 없이 사고했고, 생명이란 것에 무지했다. 너무 어렸으니까. 하지만 강아지를 살 순 없었다. 우리 집은 가난했고 강아지를 사서 키울 여력이 전혀 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오히려 다행이다. 만약 그때 억지로라도 강아지를 데려왔다면 파양하고 유기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강아지를 사고파는 펫샵이 유해하다고 인식한 건 어쩌다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글이었다. 공장식으로 끊임없이 출산을 강요하고, 그렇게 낳아진 여러 품종견들이 어떻게 펫샵으로 가게 되는지, 상품성이 떨어지는 강아지가 어떻게 죽어가는지, 강아지들이 있는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에 대한 내용이었고 나는 충격을 받았다. 사진들은 너무 끔찍했고 강아지의 공허한 눈이 아직도 선명하다. 그래서 그 이후로 강아지가 어떤 종인지 묻는 일도, 궁금해하는 일도 그만두었다. 인간의 욕심이 만든 말도 안 되는 이 현실이 괴로웠다. 몰랐을 때로 돌아갈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강아지에 대해, 인간에 대해 조금씩 더 알아갔다. 


 친구와 대화를 하던 어느 날, 친구는 만약 지금 함께 사는 강아지가 죽으면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고 싶다고 말했다. 한창 유기견에 관심이 많을 때라 유기견 입양이 가능한 여러 사이트를 보내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그때 친구는 이렇게 답했다. "유기견은 병이 많잖아. 나는 건강한 애 데려다 키우고 싶어. 그리고 새끼 때부터 보면서 키우고 싶은데 유기견은 큰 애들이 많고 내가 원하는 품종도 아니잖아." 나는 할 말을 잃었고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할지 감도 안 잡혀서 읽고 답장하지 않았다. 신기하게도 이 친구와 지금은 연락이 끊겼다. 

 

 나는 가끔 저 대화에서 답장하지 않고 마무리 지은 걸 후회할 때가 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우생학적인 사고와 다를 것 없지 않아? 품종을 왜 우선시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병이 생기는 강아지가 더 많고 그런 강아지를 자꾸 유기하고 파양 하니까 유기견이 생기는 거야."라고 답했어야 했는데. 더 현명하게 얘기했어야 했는데. 하는 후회들.



 강아지도 사람과 다를 것 없다. 똑같이 아플 수 있고, 다칠 수 있다. 한 생명을 데려와 키운다는 건 그런 점까지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아프다고, 장애가 생겼다고, 키울 사정이 되지 않는다고 버리고 파양 하는 건 사정이 어찌 됐건 인간의 잘못이다. 내가 외롭다고, 그저 귀엽다고 생명의 무게를 가벼이 여겨 쉽게 데려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런 강아지들을 상품이랍시고 전시하고 판매하는 펫샵들도 모조리 없어져야 할 것이다. 강아지뿐 아니라 고양이, 그 외 다른 동물들 모두. 제발 사지 말고 입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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