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회에 가서 어버이 은혜 노래를 들었는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었는데
이럴 땐, 아직도 마스크를 쓰는 일상이 너무 감사하기까지 했다.
나는 가끔,,,
화창한 날도
햇볕이 쨍한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비가 올랑말랑 한 날도
그냥 날씨가 아무렇게나 생겨 먹은 날에도
울고 싶은 날이 있는데
아마 그건
내 마음에 안개가 끼고 비구름이 총총
방문했기 때문일 것이다.
올해 중 2가 된 딸을 보면
가끔 나의 중학생 시절이 생각난다.
유튜브로 화장법을 배우고
고데기 하는 것도 배우고
플래너 사달라고 해서 야무지게 중간고사 계획도 세우는
똑똑한 우리 딸과 다르게
나는 must be! 좀 바보같이 멍했었다.
중1 때 화창한 4월.
벗꽃이 어메이징하게 눈꽃을 뿌려주던 예쁜 날,
다른 애들은 다 학교에 있는데 나만 2교시 끝나고 집에 갈 수 있다는 게 그땐 마냥 너무 좋았다.
아빠가 돌아가신 것도 모르고 말이다.
개무서운 체육 선생님 시간이라 혼이라도 날까봐 후다닥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토끼처럼 깡총깡총 친구들과 운동장으로 뛰어 나갔다.
"뭐야? 탁이 오빠야?"
운동장 저 끝에서 점같이 작아보이던 사람이
매직아이처럼 사촌오빠가 되어 내앞에 서있었다.
뜬금없이 "집에 가야돼"라고 말하는게 어떤 의미인지,,
몰라서 눈만 깜박깜박했다.
멀리서만 보여도 다리가 오들거리게 무서운 체육선생님이 ..
엄청 친절하게 "빨리 집에 가봐라"라고 말하는게 무슨 의미인지.. 바보같이 몰랐다.
다 큰 중학생씩이나 된 나를
부담스럽게시리..;;
손에 힘을 꽉 주며 따뜻하게 손 잡아주는 사촌 오빠의 따뜻한 손이
무슨 의미인지 빨리 눈치 채지 못했다.
알아챘을 법도 한데.. 바보 멍청이였던게 틀림 없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왔는데
집안을 치우고, 빨래도 하고,
애들 밥도 먹이고, 과일도 먹였는데
마음에 총총 먹구름이 아직도 있다.
가끔 오는 그날이 되었다.
가끔,,
화창한 날도
햇볕이 쨍한 날도
비가 오는 날도
비가 올랑말랑 한 날도
그냥 날씨가 아무렇게나 생겨먹은 날에도
울고 싶은 날.
슬픈 것이 나쁜 것은 아니잖아.
13살로 돌아가서
아빠 입관식을 바라봤다.
철딱서니 없는 중1이라..
아빠가 다시 일어설 것만 같아서. 그냥 보고만 있었다.
서울 이모가 굉장히 큰소리로 "형~~부~~"하고 우셨는데
사람들 다 쳐다보게 우는
이모가 부끄럽겠다.. 생각만 했었다.
아빠는 곧 일어나실 텐데..
31년 전 벚꽃이 막 떨어지는 4월.
아빠의 입관식을 바라보는 내가,,,
아마 그때, 자욱한 안개에 촉촉 젖어서
가끔 힘줘서 짜면 뚝뚝 떨어지는 슬픔이 있는 것 같다.
슬픈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매일 바뀌는 날씨도 나쁜 게 아니다.
힘들었다 좋았다 하는 인생도 나쁜 게 절대 아니다.
그냥 자연이다.
바람이 불면 비가 오고 또 쨍한 날이 오는 것처럼
오늘같이
어버이날 노래를 듣는다던가..
엄마까지 생각나버리면
마음에서 소나기를 뿌리기도 하고
먹구름도 잠시 왔다 간다.
마음이 퀭한 날이 있으면 가득한 날도 있겠지.
촛불 불면 오는 공유처럼 ㅎ
'어버이은혜' 노래는 듣기만해도 나의 13살을 소환하는구나.
슬픈 것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니다.
슬픔이 서로 달라붙어 커지면 무게를 감당할 수 없어
떨어지는 거라서 마음의 비가 내리는 것뿐이다.
뿌릴 만큼 뿌리면 무지개가 떠오르고
또 맑아지는 것을 아니까^
가끔 찾아오는 13살의 나도 반가운 마음으로 안아줄 것이다.
2023. 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