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맛이란 건 미묘한 것

by 와이

어느 날 사람들과 입맛에 대한 재미난 대화를 하게 되었다. '토마토는 좋지만 케첩은 싫어'라던가 '두부는 좋지만 콩은 싫어' 이런 것들 말이다. 조금 더 복잡한 취향을 반영하면 이런 것도 있었다. '오이는 아무 맛이 나지 않아서 싫지만 김밥에 들어간 오이나 오이냉채에 들어가는 오이는 좋아'라던가 '닭다리는 고기 비린내가 나서 싫지만 담백한 닭가슴살은 좋아'라던가(이걸 듣더니 같이 치킨을 뜯기에 좋은 동지라며 한 사람은 좋아했다).


이 대화는 '단 밥'에 대한 주제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한국 음식에는 약밥이라는 것이 있는데, 나는 도무지 밥에서 설탕맛이 난다는 것을 뇌에서 잘 받아들이지 못해서 약밥을 질색하는 편이다. 그런데 같이 얘기하던 나머지 두 사람은 약밥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 동남아에서 많이 먹는 망고찰밥은요? 유럽의 라이스 푸딩은요?

나는 말문이 덜컥 막혔다. 둘 다 내가 무척 좋아라 하는 음식이다. 특히 망고찰밥은 정말 좋아해서 태국에 갈 때면 잊지 않고 꼭 사먹고는 했다. 그런데 구성을 따지자면 약밥이나 망고찰밥이나 라이스 푸딩이나 다를 게 없다. 기본적으로 쌀에 단맛을 내는 재료를 첨가한다는 데에서 사실 꼭 닮았다.

그러니 약밥은 안되고 다른 건 된다는 건 명백한 모순이다. 이 차이가 어디서 오는 걸까 곰곰이 생각하니, 한국인에게 쌀밥이란 주식인데 그게 설탕맛이 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지만 외국의 디저트는 비록 주재료가 쌀이어도 설탕맛이 나는게 마음에서 허용이 되는 걸까 싶다.


그러니까 입맛이란 얼마나 미묘한 것인가. 내게 맛있는 음식이 남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조차 맥락에 따라 싫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맛이 얼마나 사적인 경험의 영역인지를 생각하며, 내 안에 새겨진 맛의 기억을 하나 둘씩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