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된 것

크래커와 믹스 커피

by 와이


참 하면 안되는 게 많았다. 어릴 때는 그랬다. 부모님은, 어른들은, 걱정이 많아 아이들에게 혹시라도 안좋은 일이 일어날까 노심초사 하곤 했다. 뛰지 마라, 옷 단단히 챙겨입어라, 제대로 씻어라.


먹는 것도 그랬다. 무언가, 아이들은 먹으면 안되는 음식이란 것이 존재했다. 대개 어떤 음식이 금지되는 것은 그 맛이 자극적이거나, 음식의 성분이 아이들에게 나쁘다는 등의 이유였다.


커피가 대표적이었다. 어른들은 커피를 무시로 마셨다.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는 잔 속에서는 늘 경험한 적 없는 향긋한 냄새가 퍼져올랐다.

커피는 만드는 과정조차도 '어른스러웠다'. 안성기 아저씨가 인자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붙은, 빨간 뚜껑의 플라스틱 통에는 갈색의 작은 알갱이들이 똘망똘망하게 각을 세우며 채워져 있었고, 그 옆에는 자연스레 프림통과 설탕통이 따라왔다. 어른들은 암호 같은 주문을 외우곤 했다. 커피2 프림2 설탕2 혹은 커피2 프림1 설탕1. 작은 티스푼으로 숫자만큼의 재료들을 컵에 담고 나면 뜨거운 물이 부어지고 그러면 달큰하면서도 어른스러운 향이 났다.


커피가 아이들에게 금지된 것은, 커피에 든 성분-카페인이라는 어려운 이름을 그 당시 알았을지 모르겠다-이 숙면과 성장을 방해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엄마는 "키 안 커!"라고 나를 늘 협박하곤 했다.

그러나 금지된 것들은 늘 유혹적이기 마련이다. 때때로 부모님이 나의 성장과 미래에 대해 잠시 방심한 기회를 틈타, 커피를 얻어먹을 수 있었다. 맛있었나? 기억을 더듬어보면, 열망하던 만큼의 맛은 아니었던 것 같다. 커피의 향과 프림의 기름진 우유맛 그리고 설탕의 달콤함이 어린 입에는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진짜는 그 커피를 크래커에 곁들여 먹는 데 있었다. 새파란 포장지에서 사각형 크래커의 끝 각이 부서지지 않게 초조함을 억누르며 조심스레 크래커를 꺼내면 달콤하면서도 소금도 적절히 뿌려진, 기름진 크래커를 손에 쥘 수 있었다. 그 크래커를 커피에 담가 적셔 먹으면 입에서 축제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맛이 아리송하게 느껴지던 커피는 크래커를 촉촉하게 적시며 그 향을 나눠주었고, 딱딱한 크래커는 부드럽게 입 안에서 녹았다.


그야말로, 어른의 맛이었다.


이 때 커피를 더 적시고 싶은 욕심을 부리다가는 크래커가 너무 녹아 커피잔 속으로 조각나 빠져버리는 낭패를 겪곤 했다. 그래서 적절한 타이밍까지만 크래커를 담그는 지혜가 필요했다. 아. 그런 의미에서도 이것은 어른의 음식이었던 걸까. 욕심껏 달려나가지 않고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서는 절제와 요령이 필요하다는.


이제는 커피를 먹는다고 뭐라할 사람 하나 없는 남부럽지 않은 어른이 되었다. 더 이상 키 클 일도 없고, 잠을 깨야만 해서 커피를 마셔야만 하는 그런 어른.

그러나 크래커를 찍어먹던 그 커피는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 동결 건조된 커피 알갱이나 건강에 나쁜 프림은 유행에서 한참 지났기 때문이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다양한 커피 종류나 유명한 커피집의 핸드 드립 그런 것들이 요새 커피를 의미하고 있다.

그래도 매번 작은 축제가 벌어지던, 그 건강치 못한 맛이 때때로 생각난다. 은밀하게 허락되었던, 그 어른의 맛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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