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불량 식품

복숭아 통조림

by 와이


무엇을 불량 식품으로 부르는지 먼저 얘기하자면, 식품위생법까지 끄집어내야 하는 그런 음식을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그저 '절대 엄마가 사주지 않고' '사먹었다고 하면 혼나는' 그런 음식들을 얘기하고 싶다.


아이들을 유혹하는 불량 식품은 천지에 널려 있었다. 혀에 넣고 굴리면 혀가 새파래지는 사탕이라든가 설탕이 빈틈없이 붙어 돌돌 말아져있던 테이프 젤리, 플라스틱 빨대 안에 든 반액체를 쭉쭉 빨아먹던 과자 등등. 쌀밥과 반찬으로는 절대 채울 수 없는 그 달고 얕은 맛은 늘 우리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하굣길 문방구 출신의 불량 식품은 아니지만 늘 나의 열망의 대상이 되었던 불량 식품이 하나 있다. 복숭아 통조림. 슈퍼마켓의 통조림 코너는 은근히 금지된 영역이었다. 엄마는 일부러 그곳을 피해갔고, 내가 통조림 매대를 한참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을라치면 바쁘게 나의 손을 잡아 끌었다. '단 설탕물은 건강에 안좋아'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그래서인지 괜히 더 궁금했다. 별의별 통조림이 많았지만, 특히 나는 복숭아 통조림과 늘 더 친해지고 싶었다.


아주 가아끔 먹어본 황도 통조림은 그야말로 엄청난 맛을 자랑했다. 일단 캔을 열면 마주치는 것은 진득한 밀도의 시럽같은 액체였다. 액체에는 주황색에 가까운 진노랑색의 황도가 담겨있었다. 가운데 씨앗이 있었던 자리가 둥그렇게 비어있는, 반으로 쪼개진 황도가 세, 네 조각 정도 들어있었다. 액체를 조금 따라버리고 접시에 황도를 한 조각 옮기고 나면 너무도 감질맛이 났다. 설탕을 포화치까지 녹인 듯한 시럽이며 부드럽고 달콤하기 그지 없는 과육까지. 한 조각으로 만족하기에는 너무도 힘들어서 자꾸만 하나만 더, 하나만 더를 재촉하게 되는 그 안타까운 감각.


아는 맛이 무섭다고 한다면, 통조림 황도야말로 딱 거기에 해당될테다. 평소에는 쳐다보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았던 황도에 엄마의 마음이 너그러워지는 건 아플 때였다. 열이 끓어 아플 때는 영 입에 음식이 들어가지 않으니 엄마는 황도를 건넸다. 아플 때만 허락되는 음식이어서 더 통조림 과일이 특별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아픈 게 내가 아니라 동생일 때는 눈 앞에 있어도 먹을 수 없는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이 벌어지곤 했지만.


지금도 슈퍼마켓의 통조림 코너를 지나가노라면 정체 불명의 죄책감이 들고, 통조림 황도가 눈에 들어오면 마음이 마구 설렌다(진짜다). 그런데 이제는 '단 설탕물은 건강에 안 좋아'라는 말을 엄마가 아니라 내가 나에게 하고 있다.

아아. 아이에게도 어른에게도 달콤한 것은 허락되지 않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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