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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민지 Jun 25. 2021

우정이란 유연함에 기댄다.


우정이 지닌 유연함에 기댄다. 우정이 나와 같이 성마른 사람도 다독일 수 있음은 잠시 멀어지더라도 영영 떠나는 게 아님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친구 사이 정이란 시간이나 이해가 필요할 때 얼마 간의 거리를 둘지언정 거듭 충실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서 대단스럽거나 새삼스러운 구석을 들추지 않는 것이다. 우정의 품은 넓고 깊다. 비슷한 만큼 가까워질 수 있으며, 비슷하지 않은 만큼 배울 수 있다. 그 너그러움으로 비록 서로가 서로에게 최우선이지 못할 때라도 완전하게 등을 돌리지 않으며 비스듬한 옆모습을 내어줌에 만족하고 든든해진다.


사랑이란 마주 서서 상대의 시선을 붙잡아 놓지 않으면 쉬이 불안해지기 마련인 연약하고 요란한 것. 그래서 시선이 돌아갈 때마다, 눈빛이 흔들릴 때마다 온몸으로 진동을 겪곤 한다. 한편 우직한 우정이란 눈동자를 붙들어 매려는 대신, 더러 초점이 맞춰질 때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게 아니던가. 우정을 고독과 고난을 통째로 떠넘길 대상으로 여긴다면 여태 어리석다. 다만 비록 지금 시야에 보이지 않는대도,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건 아님을 미온한 온도로 느낄 수 있다면 그대로 충분하다.


얼마 간의 우정을 누릴 수야 있다면 사랑일랑 갖지 못한 대도 괜찮을 것도 같다. 짧고 긴 하루에 새벽과 낮과 밤과 더 깊은 밤이 있는 것처럼 어느 때에 가선 재차 따스한 빛이 삶에 스밀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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