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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UN May 11. 2020

뉴욕 근교 당일치기 여행

#09. Mohonk Mountain House

'여름 오기 전, 등산 한 번 같이 가야지-'라는 말에서 시작된 우리의 당일치기 여행.

아침 일찍 출발해 브런치 먹고 하이킹하고 돌아오면 딱인 최적의 장소를 안다며 들뜬 그였다. 너-무 자신 있어 보이는 그의 모습에 어딘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은 채 오케이. 회사에 휴가를 신청하고 그날만 손꼽아 기다렸던 기억이 난다.


당일치기 여행날 아침, 주섬주섬 레깅스에 후디를 걸쳐 입고 그의 차에 올라타 한 2시간쯤 지났을까? 뉴저지, 롱아일랜드에서 놀 땐 많이 보지 못했던 산들이 눈 앞에, 양 옆에 으리으리하게 펼쳐지기 시작했다. 한국에선 지방 작은 도시에서 나고 자란 터라 늘 산을 봐왔는데, 미국으로 넘어오고부터는 등산도 자주 못 가고 생활하는 곳 주변에서 산을 볼 일도 많이 없었다.


'등산 정말 좋아하는데, 미국 와서는 한 번도 못했어.'라는 말을 잊지 않고 기억해뒀다가 나를 데려가 주는 그의 다정함에 한번 반했고, 도착한 그곳의 아름다움에 또 한 번 반했었다.


도착한 곳은 Mohonk Mountain House라는 뉴욕 New Paltz에 위치한 리조트였다. 큰 호수를 따라 빅토리아풍 성이 위치해 있고, 그 주변으로 하이킹 코스가 마련되어 있어 풍경이 너무 예뻤다. 그가 리조트 내 브런치 레스토랑을 미리 예약해둔 덕분에 우리는 리조트 건물 앞까지 차를 타고 갈 수 있었다.


Mohonk Mountain House 전경 (사진출처=instagram 'mohonkmountainhouse')


차에서 내려 처음 본 풍경은 으리으리한 빅토리아풍 성의 모습을 한 리조트 건물이었다. 객실 수가 엄청날 것 같았는데 가을만 되면 단풍 구경하려는 손님들로 객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했다. '이렇게 건물이 큰데도 예약이 어렵다니... 얼마나 단풍이 예쁘면-'싶었고, 가을에 꼭 다시 와야지 다짐했다.


간단히 리조트 외관 구경을 마치고 안으로 들어가 브런치 뷔페를 즐겼다. 테이블마다 꽂혀있는 꽃들이 기분을 업시켜주고, 따뜻한 홍차에 뷔페라기엔 퀄리티가 너무 좋은 요리들까지 먹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게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푸릇푸릇한 숲이 분위기를 한껏 더 끌어올려줬던 것 같다. 통 창으로 밝은 빛이 들어오고 그 앞에 앉아 먹는 브런치라니... 너무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우리 테이블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한 접시 가득 담아온 요리와 홍차, 사과주스


이후 우리의 본래 목적인 하이킹을 시작했다. 그가 분명 간단한 하이킹이라 그랬는데, 사실 내 인생 최대 난이도의 하이킹이었다. (한국에선 동네 뒷산을 운동삼아 다닌 게 전부...)


큰 바위 사이를 몸을 웅크려 지나가고, 절벽처럼 보이는 곳에 놓인 사다리를 타고 위로 올라가는 경험은... 정말 새로웠다. '아, 미국에선 이 정도를 하이킹이라 하는 건가...? 내가 알고 있는 하이킹은 이런 난이도의 활동이 아닌데...' 고개를 갸우뚱갸우뚱하며 그를 따라갔다. 숨을 헐떡이고 절벽 앞에서 벌벌 떠는 나를 보더니 그제야 사실 지금 이 코스가 이 리조트에서 제일 어려운 난이도라 실토하는 그. 설마설마했는데 하이킹 코스 표지판을 통해 다시 한번 그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고, 옆에서 내 반응이 귀엽다며 배 잡고 웃는 그를 보고는 그만 해탈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그가 말한 간단한 하이킹 코스 1 (사진의 사다리를 타고 바위 사이로 올라가야 했다)


그가 말한 간단한 하이킹 코스 2 (앞에 보이는 좁은 틈 사이로 들어가 왼쪽 동굴 같은 곳으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올라가서 본 사방이 탁 트인 풍경이 고생을 다 씻겨내려 준다는 것이었다. 하이킹 내내 벌벌 떨었던 건 생각도 나지 않았고 시원한 바람과 눈 앞에 펼쳐진 드넓은 숲이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기분이었다.


하이킹, 캠핑, 서핑 등 계절에 맞춰 자연 속에서 활동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처럼 그도 그런 취미를 가지고 있음에 감사했고, 피곤할 텐데 왕복 4시간을 당일치기로 다녀와주는 모습에 콩깍지가 한 겹 더해진 날이었다. 주변 친구들이 이상형이 뭐냐고 물어볼 때마다 '평생 나랑 같이 놀러 다닐 수 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해왔었는데, 그런 사람을 딱 찾은 느낌.




* Mohonk Mountain House 건물 앞 호수에서 카약, 카누, 패들보드 등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고, 호숫가 한쪽에는 인공해변이 작게 만들어져 있었다. 홈페이지를 보니 호수가 아니더라도 아이스링크장, 테니스코트, 실내 수영장을 이용할 수도 있고, 요가/필라테스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 우리가 이용한 브런치 뷔페의 이용시간은 11:30 am-2pm(토, 일 only)였고 리조트 내 Main dining room 공간이었는데, 분위기도 맛도 너무너무 좋았다. 

* 숙박을 하지 않더라도 Day guest package로 리조트 시설(야외 숲, 하이킹 코스 등 포함)을 이용할 수 있다. 아래 적혀있는 하이킹 트레일 코스, 브런치 뷔페 말고도 저녁 뷔페, 야외 BBQ, 스파, 겨울 레크리에이션, 골프 등 다양한 패키지가 있으니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www.mohonk.com) 

 - 하이킹 트레일 코스 이용(리조트 건물 출입 불가능) : 주말, 성인 기준 $28

 - 브런치 뷔페(건물 출입 허가, 하이킹 트레일 코스, 하우스 역사 투어, 에프터눈 티&쿠키, 가든, 저녁 엔터테인먼트 포함) : 주말, 성인 기준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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