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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연결을 원한다

드라마 <우리들은 기적으로 되어있다>를 보고

by KOE Jan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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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일본 여행을 다녀왔다. 출국 과정만으로 이미 지친 몸을 이끌고 찾은 식당은 무척이나 고즈넉했다. 단골로 보이는 3명의 여성들은 담배를 피우며 사장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사장님은 우리를 무척이나 반갑게 맞아주었다. 짧은 일본어로 스몰토크를 나누고, 뉴스를 보았다. 해외에 나오면 괜히 뉴스를 유심히 보게 된다. 그리고 연말을 맞이해 ‘올해의 한자’를 정하는 순간을 보았다. 2024년의 한자는 金, 말 그대로 금이었다. 선정의 맥락까지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러려니 했고, 사장님의 올해의 한자는 무엇이냐 물었다. 그러자 お金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역시 돈인가. 나도 동의하자 갑자기 사장님은 愛로 대답을 바꾸셨다. 그래 역시 사랑이지… 장난을 치고 싶어진 나는 저는 둘 다 하고 싶다고 お金を愛してる라고 말했다.


한 달쯤 지난 지금, 1월이 되어서야 지난해의 단어를 고르게 되었다. (일본어로 시작한 생각이기에, 일본어로 이어진다는 점을 이해해주시라) 아무래도 つながる가 아닐까. 이제는 주변인들이 질려할 것 같은 <언멧> 얘기를 또 해야겠다. <언멧>의 1화에서 내 귀에 꽂힌 단어는 つながる였다. 매일 기억을 잃어가며 어제와 오늘, 오늘과 내일이 이어지지 않는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루기에, ‘이어지다’라는 뜻을 가진 つながる는 핵심적인 단어로 들렸다.


그리고 올해의 첫 일본 드라마로 고른 <우리들은 기적으로 되어 있다>에서 이 단어를 다시 만났다. 이 드라마는 동물 ‘오타쿠’인 동물 행동학 시간 강사가 주인공인 작품으로 뻔한 서사를 가지고 있다. 자신만의 세계에 매몰되어 살던 주인공이 사람들과 교류하며 성장하고, 그 곁의 사람들도 성장한다는 이야기.


つながる라는 말은 언제 등장하는가. 동물행동학자인 주인공은 동네의 다람쥐에게 다른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들이 기존의 생활 반경을 넘어 다른 곳에서도 살 수 있음을 알려주고자, 그는 다람쥐들이 이동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준다. 그리고 다람쥐의 행동 양태를 주기적으로 지켜보는 그. 그리고 ‘기적처럼’ 다람쥐가 다리를 건너 새로운 세계로 이동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된다. 그 순간 그는 외친다. “이쪽 세계와 저쪽 세계가 ‘이어졌어요’. 정말 기뻐요.”


그는 언제나 충만해보이는 사람이다. 무엇을 바라냐 해도 지금은 떠오르는 게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실 그는 남들과 연결되고 싶었던 사람이다. 남들과 다른 자신이 사람들 사이에 섞여들어가지 못하는 것에 고통을 느꼈고, 자라면서 그 다름이 어떤 세계에서는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그것을 어떻게든 이용해보고자 했던 사람이기도 하다. 그 시도는 실패하고, 그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동물 행동학’이라는 분야에 몰두하며 외골수로 살아간다.


그런 그에게 사람들 앞에 나서는 강사라는 직업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테다. 그럼에도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마음껏 말할 수 있는 기회기에 그는 최선을 다한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를 외면하지만 진심은 통한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사랑하며 반짝이는 눈빛을 보이는 그. 다른 선생과는 달리 정답을 찾기보다는 ‘수수께끼’를 함께 풀어가자고 제안하는 그의 수업 방식에 학생들은 매력을 느낀다. 그렇게 그는 사랑 받는 강사가 된다. 이로써 주인공은 처음으로 사람들과 ‘이어지는’ 행복을 알게되고, 그의 ‘수수께끼’는 동물을 넘어 인간에게로 향하며 그의 새로운 삶은 시작된다.


깊은 사랑을 이야기할 때 빛나는 눈을 안다. 주인공인 타카하시 잇세이는 그 사랑을 설득시키는 힘을 가진 배우다. 그의 눈을 보면 정말 그런 사람이 실존하는 것만 같다. 나도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사랑하는 것이 있다. 친구들은 말한다. 네가 그 얘기를 할 때만큼 눈이 빛나는 순간은 없다고. 그러나 그 사랑은 가끔 나를 나만의 세계로 침잠시킨다. 타인과의 연결을 방해한다. 어쩌면 연결의 실패가 무서워서 침잠해버리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한다. 그것은 나를 떠나지 않으니. 지난 해의, 그리고 올해의 나의 단어는 つながる로 삼아보려 한다. 관계를 맺는 일은 언제나 두렵고 설레는 일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잘 이어질 수 있으려나. 이 재밌고 복잡한 ‘수수께끼’를 잘 풀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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