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담백한 책생활 Oct 07. 2022

사랑, 글쓰기, 그리고 삶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의 노벨문학상(2022) 수상을 축하하며

202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아니에르노가 선정됐다. 오랜만에 무척 기쁘고 긴장됐던 순간. 여성 수상자가 유력하다는 기사를 읽고 내심 기대했는데 와. 모처럼 아이도 일찍 잠든 저녁 서둘러 그간 사 모은 아니에르노 컬렉션을 쌓고 설레며 사진을 찍었다. 생각할수록, 새록새록 기쁘다.



사진의 용도

관계 후 남겨진 흔적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의 기록. 아니에르노가 유방암 직후 당시 만나던 마크마리와 함께 적은,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이 가는 에세이다.

“우리는 사진 촬영을 계속한다. 어떤 장면도 절대 서로 비슷하지 않기 때문에 무한정으로 계속할 수 있는 행위다. 유일한 한계는 바로 욕망이다.”


진정한 장소

아니에르노의 인터뷰집. 글쓰기에 관심이 있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이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랑하면, 열정에 젖으면 스스로에게 묻지 않고 나아가잖아요. 확신을 갖고요. 무언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하죠. 글을 쓰면서도 마찬가지에요.”


세월

다시는 돌아갈  없는 시간의 무언가를 구하는 . 마르그리트 뒤라스  수상작이다. “모든 장면은 사라질 것이다.”  문장부터 위로가 되었던. 지난 겨울 선릉 최인아 책방의 1984books 출판사테이블 기간   책이라  기억에 남는다. 표지가   입은 장미색 원피스와 깔맞춤이라며 혼자 좋아했었지. 세월의 흐름도 새삼.


“모든 장면들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에르노의 말에 의하면 기억은 성적욕구처럼 결코 멈추는 법이 없으니까. 망자와 산자, 실존하는 존재와 상상의 존재, 꿈과 역사를 결합하는 기억이 있는 한, 설사 시간의 골짜기에 오래 잠들어있을지라도 누군가 내려가 불러준다면, 또 그 하강의 언어를 들어 줄 누군가 있다면, 모든 장면들은 분명 우리들의 기억 속에서 되살아날 것이다.”
ㅡ 옮긴이의 말, 신유진


남자의 자리

쓰지 않으면 사라져버릴 어느 불투명한 삶을 구원하기 위하여. 아버지에 대한 회고적 에세이다. 아니에르노는 노동자 집안에서 태어나 문학교수가 되었는데 간극에 대한 담담한 시선을 읽다보면 나의 유년시절과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해서도 말하고 싶어진다.

“시처럼 쓴 추억도 환희에 찬 조롱도 없을 것이다. 단조로운 글이 자연스럽게 내게 온다.”


탐닉

아니에르노가 이 년여에 걸쳐 소련외교관과 맺은 관계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소설이다. 기실 모든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고 <소설가의 일>에서 김연수 작가가 적었다. 가끔 내 얘기라고 하긴 부끄러워 소설의 옷을 입혀주고 싶은 일들이 있는데 아니에르노도 혹 그런 마음이었을까. 대담한 성적 묘사, 욕망, 질투, 솔직한 감정의 기록으로 알려져 있지만 쾌락과 유희라기보단 읽는 내내 글쓴이를 고스란히 겪어내는 기분이라 쉽지 않았다. 그만큼 흡인력 있다는 사실의 방증이기도 하지만.



사랑과 글쓰기는 그녀의 삶 자체였다. ‘직접 겪지 않은 허구는 쓰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고. 개인적 경험이 모두의 서사로 확장된 문학, 그 작품성이 노벨문학상을 통해 명백히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독자이자 팬으로서 무척 기쁘고 존경스럽다.



매해 하루키 수상소식을 기다리다 언젠가부터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 지난 해 구르나로 정점을 찍었던 것 같은데 많은 분들이 좋아하시는 아니에르노의 수상 소식에 저도 팬이자 독자로서 많이 기뻤습니다. 아니에르노 컬렉션을 출간해주신 1984북스, 문학동네 에도 축하와 감사인사를 전해드려요.


#노벨문학상 #아니에르노 #1984books #문학동네 #프랑스문학 #북스타그램

-

매거진의 이전글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여름을 보내는 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