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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Apr 05. 2024

꽃 피기전이 더 아름답다.

(꽃으로 장식한 아침, 돌단풍)

온 세상이 꽃으로 가득한 계절이다. 자그마한 화단에도 수선화가 가득이고, 뒤 언덕 돌단풍도 하얀 꽃을 피웠다. 근처 도시보다 조금은 높은 곳에 위치한 골짜기, 해발이 300m란다. 주변에서 벚꽃이 지고 난 후에야 꽃을 피우려 하는 곳이다. 많은 꽃이 만개한 아침, 뒤뜰에 벚나무는 이제야 꿈틀거린다. 엊그제 내린 비로 작은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어느새 꽃망울은 붉음으로 미소 짓는다. 야, 이런 아름다움이 있구나!


손녀의 화단에도 수선화가 활짝 피었다. 노란 물감이 흘러내릴 듯이 핀 수선화가 눈길을 멎게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계절에 살아 있음이 소중한 아침이다. 수선화가 꽃을 피우려 한참 망설일 때도 더없이 아름다움이었다. 이 꽃이 피면 무슨 모습을 보여줄까? 지난해 꽃 모습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새로움에 가슴이 설레었다. 한껏 몽우리가 부풀어 올라 터질 듯이 망설일 때, 가슴이 벅차올랐다. 

금낭화도 싹을 내밀었다.

아침 운동을 하러 나선 골짜기, 산등성이 외딴집에선 연기가 피어오른다. 아직도 저런 풍경을 전해줌에 늘 고마워하는 골짜기다. 아침 안개가 산을 벗어나며 피워내는 모습은 여기가 대관령인가 혼돈스럽다. 길가에는 노란 민들레가 꽃을 피웠다. 소박한 몽우리를 들고 우두커니 서 있던 민들레였다. 민들레 옆엔 시골스런 냉이도 하얀 꽃을 달았다. 말없이 꽃으로 화답하는 계절이다.


멀리서 목련이 하양으로 손짓한다. 아직은 피지 않고 망설이는 하얀 목련, 필락 말락 망설이는 모습에 눈이 멀었다. 여기에 내린 이슬이 맑게 빛나는 아침이다. 그렇다, 핀 꽃도 아름답지만 피기 전의 몽우리도 아름답다. 여행은 또 그러하지 않던가? 삶은 또 어떠할까? 한참의 망설임 끝에 떠난 여행은 언제나 설렘을 주지만 기다림의 맛이 훨씬 진했다. 새로움을 찾아 떠나는 여행, 준비하는 설렘과 기다림은 언제나 흥분된다. 

갖가지 꽃으로 치장하는 계절, 활짝 핀 꽃이 아름답다. 여기엔 꽃을 준비하고 피우려 망설이던 모습이 훨씬 아름다웠다. 작은 뜨락의 모습이 그러하고, 여행의 맛이 그러하다. 우리의 삶은 어떨까? 한참을 살다 보니, 하얀 백지위에 무엇인가 이루려 했던 세월이 더 아름다웠다. 집을 사려 굶주렸던 시절이 훨씬 그립고 소중해졌다. 꽃을 피우려 비바람을 이겨낸 세월이 훨씬 아름다운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삶도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는 오늘, 봄이 오는 아침에 만난 골짜기에서의 삶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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