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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마냥 Sep 09. 2024

가을이 내는 발자국 소리

여름이 머물던 진초록자리에

따가운 햇살을 붓삼아

수채화 물감 흩뿌린 들판에

가을은 넉넉하게 우리곁으로 왔다


요란한 소나기 뚫고

기어이 버텨낸 코스모스는

진빨강 물감 뒤집어 쓰고

가느다란 바람도 못 이기는 듯이

이 가을을 즐기고 있다

아침나절 재잘대던 산새

산넘어 마실 간 사이

빨간 고추잠자리 파란하늘 거울 삼아

하늘자리 돌며 또 돌아도

언제나 그자리엔 가을이 있다

가을장마 언저리

갈갈대는 노래소리에

자그마한 도랑은 어느덧 그득해지고

이내 가을은 가슴에도 젖어들어

어디론가 가야할 것같은 이 계절에

설레는 마음 다잡아 절로 옷깃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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