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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축구팀과의 다시 만남을 기다리며...

(브라질 축구 대표팀을 만나러)

by 바람마냥

1999년, 잠실 경기장에서 처음으로 브라질 축구팀을 만났었다. 너무도 추운 가을밤, 한국팀의 1:0 승리는 김도훈 선수의 결승골이었다. 시골에서 찾아가는 축구경기나 야구경기는 힘에 겹다. 먼 거리를 시간에 맞추어 간다는 것이 어려워서다.


그 후, 2002년 월드컵이 열렸다. 8강 이탈리아전, 대전 월드컵경기장을 찾았던 기억이다. 당신, 네 식구의 티켓값이 약 50만이 넘는 거금이었다. 다행히도 이겼고 밤새도록 신이 나서 응원을 했던 경기였다. 어렵게 표를 구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기억이다.


세월은 성큼 흘러갔다. 2025년 10월 10일, 서울 상암에서 브라질전이 열린다. 어떻게 할까? 표를 구하고 먼 거리를 가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젊음이 가득할 땐 문제 되지 않던 거리다. 운전을 하고 경기를 봤다. 다시 운전을 해서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 힘겹지만 겁이 없었다.


프로야구를 보러 잠실로, 인천으로 또는 대전으로 나들이를 한다. 축구 한일전을 보기 위해 대구월드컵경기장을 찾아갔다. 호나우딩요를 보러 수원경기장을 찾았다. 아무 두려움도 없는 발걸음이었다. 신이 나서 운전을 하고 응원을 하며, 다시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즐거웠다. 아직도 남아 있는 가슴 뛰던 추억이다.


조금 망설여지는 세월이다. 아들이 안부전화를 했다. 뜬금없이 10월 10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말이 없다. 브라질과 축구 전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다. 아버지가 하는 의미를 알아 채린 아들, 경기장 입장권을 예매했단다. 오래전에 아비가 데리고 다니던 아들이 이젠, 아비를 데리고 상암엘 간단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이다. 월드컵 8강전을 가자는 말에 두말없이 따라나섰던 아들이다. 담임선생님이 성큼 허락해 주었다는 신세대 선생님이었다. 대전에서 경기를 보는 시간, 온 가족이 너무나 신이 났던 기억이다. 피곤함도 어려움도 없었던 젊음, 이젠 모든 것이 가 버리고 말았다.


아들이 경기장예매를 했다며 같이 가자한다. 신이 나서 얼른 아내한테 알렸지만, 속으로 서글퍼지는 세월이다. 어느 하나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없어진 세월이다. 입장권을 예매하기도, 상암에 가기도 망설여진다.


지금 하지 않으면 언제 하겠는가? 또 언제 해 보겠는가! 아들이 해준다는 것을 서슴없이 받아들이는 아버지다. 브라질과의 멋진 한판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경기를 기다린다. 멋진 경기를 기원하며 상암월드컵 경기장을 찾아가는 고희의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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