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내가 그걸 경험했지. 지영이가 없으면 안 되겠다 하고.
다니엘을 처음 본건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터뷰어인 내가 지영이와 다니엘의 첫 만남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엄청난 행운이 아니었나 싶다. 그는 어딘가 때 묻지 않은 투박한 말투와 서투르지만 최선을 다해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눈동자 그리고 꾸밈없는 행동과는 다르게 첫 만남에 꽤 힘을 준듯한 차림새가 어색해 보였던 순수한 청년으로 기억된다. 다니엘을 못 본 지 반년이나 지났지만, 며칠 전 핸드폰을 넘어 들려오는 그의 음성은 소리 없는 총성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는 요즘 세상과는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의 대답들을 정리하면서도 다니엘은 여전히 그만의 풋풋함과 소박함을 즐기면서 살아가는구나 싶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아이리쉬들은 'It’s grand'라는 말을 자주 사용한다. 대충 ‘괜찮아, 좋아’ 정도로 통용되는 표현이자 어떤 상황에든 자연스럽게 쓸 수 있는 말인데, 개인적으로 아이리쉬들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일랜드 특유의 자연과 도시의 분위기가 가져다주는 안락함과 포근함 때문일까, 모든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받아들일 줄 아는 다니엘은 본인의 연애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궁금하다. Grand 한 그의 시선으로 국제연애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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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지영편, 다니엘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현재 아일랜드는 Covid-19로 인해 전국에 락다운이 시행되어, 둘은 한 달째 같이 살고 있습니다.
다니엘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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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 다니엘.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마워. 지영이랑은 사귄 지 얼마나 됐어?
다니엘: 거의 1년?
Q. 어.. 혹시 정확히 며칠인지 알아?
다니엘: 음.. 작년 5월쯤 사귄 거 같은데. 하하.
Q. 둘은 어떻게 만났어?
다니엘: 처음엔 틴더로 만났어. 그러고 나서 계속 연락하면서 데이트했지.
Q. 사실 한국에서는 틴더로 잘 안 만나는데, 아일랜드에서는 틴더 많이 해?
다니엘: 응. 확실히 요즘엔 틴더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아. 쉽고 편하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Q. 그럼 첫 만남 때 지영이의 첫인상은 어땠어 기억나?
다니엘: 지영이 목소리가 많이 긴장됐던 걸로 기억해. 내 악센트가 많이 세서 못 알아 들었었나 봐. 근데 계속 대화를 나누면서 괜찮아졌지.
Q. 정확히 언제부터 사귀기 시작한 거야? 사귀자는 말은 누가 했어?
다니엘: 글쎄, 우리 사귀자 라고 얘기했던 적은 없었던 거 같아. 그냥 그렇게 된 거지. 그러니까 이때부터 사귀자 이런 게 아니라 그냥 둘 다 어느 순간부터 이 관계에 빠져든 거 같아.
Q. 원래 아이리쉬들은 사귀자는 말을 잘 안 해?
다니엘: 응. 초반에는 사귀자 뭐 그런 말 잘 안 해. 그냥 자주 만나서 데이트하다가, 시간이 지나서 서로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고 감정도 깊어지면 그때 우리 사귀는 거지? 이렇게 말하고 넘어가는 경우는 있는 거 같아.
Q. 그럼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기까지는 관계가 정의되지 않는데, 지영이가 너를 사랑한다는 확신은 언제 가지게 됐어?
다니엘: 글쎄, 그냥 이야기하다 보면 그 사람의 감정이 느껴지잖아. 나 같은 경우는 두 번째 데이트 때 그런 감정을 강력하게 느꼈어.
Q. 두 번째면 꽤 빠르다. 국제 연애가 처음이잖아, 혹시 지영이와 데이트하면서 한국 여자와 아이리쉬 여자의 차이점을 느낀 거 있을까?
다니엘: 아무래도 아이리쉬 여자와 데이트할 때는 언어장벽이 없지. 생각나는 대로 가감 없이 이야기해도 되니까. 근데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한국 여자와 데이트할 때는 어려운 말을 안 쓰려고 노력해. 특히 슬랭(slang) 같은 거. 내 생각엔 데이트할 때 언어적인 부분에서 노력이 필요하냐 아니냐가 제일 큰 차이점인 거 같아.
Q. 하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면 상대방의 감정과는 상관없이 오해하게 될까 봐 무서울 수도 있겠다. 그럼 언어뿐만 아니라 네가 생각하는 국제연애의 장단점은 뭐라고 생각해?
다니엘: 장점은 내가 경험해 보지 못한 문화를 여자 친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게 장점이고 단점은 사실 언어밖에 없는 거 같아. 간혹 내가 피곤하거나 졸려도 지영이랑 대화할 때는 지영이가 잘 이해했는지 의식적으로 신경 써야 하고 또 지영이가 내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꽤 걸릴 때도 있거든? 그럼 기다려야 하고 발음도 더 명확하게 해줘야 하고. 뭐, 그런 것들이 단점이라고 볼 수 있지. 그래도 한 번 더 정확하게 설명해주면 해결되는 문제니까 괜찮아. 만약 정 안될 땐... 우리의 친구 구글 번역기도 있으니까!
Q. 하하. 아마 국제 연애를 하시는 다른 커플들도 공감하실 것 같아. 언어도 그렇지만 문화도 달라서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은데, 사귀면서 지영이에게 느꼈던 문화적 충격 있어? 좋은 면이든 나쁜 면이든 상관없이 얘기해줘도 돼.
다니엘: 글쎄, 사실 지영이를 만나기 전부터 한국문화에 대해서 좀 알고 있었어서 크게 충격받았던 건 없었던 거 같아. 아, 아니다. 저번에 오징어 먹는 거 보고는 좀 충격 먹었었어. 하하. 근데 그냥 각자 문화가 다른 거니까 상관없어.
Q. 그럼 음식 문화 말고 성격이라든지, 말하는 방식 그런 거로 좀 놀랬던 적은?
다니엘: 너도 알다시피 내가 웬만한 건 다 수용할 수 있는 무던한 스타일이라서 그냥 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거 같아.
Q. 정말 Grand 한걸. 혹시 싸울 때는 서로 어떻게 풀어?
다니엘: 우선 대화로 뭐가 문제인지 알아내려고 하지. 그러고 나서는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사실 큰 싸움일 때는 서로 잠시 생각할 시간을 가지면서 감정을 좀 식히고 다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해. 그러고 나서 또다시 맛있는 걸 먹으러 가고 반복! 하하.
Q. 그런 갈등 과정 속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신했던 순간 혹은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되겠다 라고 생각이 든 순간이 언제였을까?
다니엘: 얼마 전에 우리가 엄청 심하게 싸워서 잠시 헤어지고 연락을 아예 안 했을 때 그때 느꼈어. 가끔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갑자기 사라져야 소중한 걸 깨닫게 되잖아. 이번에 내가 그걸 경험했지. 지영이가 없으면 안 되겠다 하고.
Q. 맞아. 소중한 건 늘 옆에 있을 때는 모르는 것 같아. 국제 연애한다고 했을 때 가족들과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어? 사실 한국에서는 흔한 일은 아니거든.
다니엘: 그냥 괜찮았던 거 같은데. 더블린은 워낙 외국인들이 많으니까, 어렸을 때부터 여러 인종이랑 섞여서 사는 문화에 익숙하기 때문에 내가 한국인과 연애한다는 거에 대해 다들 큰 충격은 안 받았던 거 같아.
Q. 다시 지영이에게 집중하는 질문으로 넘어가자, 보면 볼수록 느끼는 지영이의 진짜 매력은?
다니엘: 굉장히 침착하고 인내심이 많은 거. 내가 지영이한테 종종 짜증 낼 때도 있는데 항상 참고 기다려줘.
Q. 그럼 네가 가장 좋아하는 지영이의 이목구비는 어디야?
다니엘: 지영이의 뺨. 하하. 웃을 때 그 부분이 엄청 튀어나와서 좋아. 빅 칙(Cheek)!
Q. 빅 칙! 나도 그렇게 생각해. 데이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데이트는 언제야?
다니엘: 호스랑 골웨이 갔던 거. 둘 중에 고르라면 호스. 그날 분위기랑 모든 게 다 좋았어.
Q. 오, 지영이랑 대답이 똑같아. 혹시 인터뷰 전에 둘이서 맞췄어?
다니엘: 아, 아니야. 우리 질문지만 읽어 봤어. 근데 진짜 좋았으니까 우리 둘 다 그렇게 대답한 거 같아.
Q. 혹시 연애하면서 가장 웃겼던 사건 얘기해주고 싶은 거 있어?
다니엘: 음, 내가 되게 재미없는 사람이라서 하하. 근데 요즘은 같이 살면서 서로 소소하게 장난치는 거? 그런 게 재밌는 거 같고. 그 전에는 동물원에 가서 동물 얘기할 때? 하하.
Q. 아, 오래전 이야기네. 동물원 또 가고 싶지 않아? 코로나가 끝나면 둘이 가장 하고 싶은 거 뭐야?
다니엘: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 시티센터에 있는 식당에 가서 데이트도 하고, 괜찮은 바도 가고 그런 거.
Q. 그럼 요즘은 주로 뭐 하고 지내?
다니엘: 요즘 지영이랑 나랑 러닝을 시작했어! 항상 5km를 달려.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 게임하고 그러다가 되게 늦게 자지. 한 새벽 5시쯤. 하하. 요즘은 아무런 외부 활동 없이 집에만 있으니까 생활 리듬이 엉망이 된 건 사실이야.
Q. 와, 나른하고 부러운 일상인걸. 둘의 미래 계획도 짜고 있어?
다니엘: 응. 우리 7월까지 여기서 같이 지내고, 한국에 가서 잠깐 여행한 다음에 지영이가 다시 워홀로 아일랜드 오면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뭐든!
Q. 장거리 연애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구나. 네 말처럼 지영이가 한국으로 가서 장거리 연애를 하게 된다면, 걱정되거나 신경 쓰고 싶은 점 있어?
다니엘: 글쎄, 아마 매일 연락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영상통화할 것 같아. 가장 신경 쓰고 싶은 점은 비록 몸은 멀리 있지만, 우리 관계가 여전히 건강하다는 걸 서로에게 계속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워홀 비자받으면 지영이가 바로 올 거기 때문에 그 중간 기간 동안 서로 잘 버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Q. 곧 한국 여행을 가면 지영이의 부모님이랑 친구들 만나게 될 텐데, 어떨 것 같아?
다니엘: 아마 그러겠지? 근데 나도 사람들이랑 이야기하는 거 좋아해서 딱히 걱정되거나 긴장되지는 않아 하하.
Q. 정말 하나도 긴장이 안 돼?
다니엘: 응. 하하.
Q. 대단하다. 너의 Grand 한 성격을 배우고 싶은 걸. 국제연애를 막 시작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혹은 이 여정을 하고 있는 동지들에게 하고 싶은 말 있다면.
다니엘: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고 항상 최선을 다 해라? 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네.
Q. 그럼 국제 연애의 난이도를 1에서부터 10까지의 숫자 중에서 매겨본다면 몇 점을 주고 싶어?
다니엘: 그럼 아마도 7? 근데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연애라고 생각해. 그냥 모든 과정을 잘 헤쳐나가면 돼.
Q. 7을 준 이유는 뭐야?
다니엘: 아무래도 언어 때문이지. 내가 가끔 아이리쉬 티브이쇼나 특정 프로그램을 지영이랑 같이 보고 싶을 때 쉽게 그러지 못하고 영어자막이 있는지 없는지를 꼭 고려해야 한다든지, 그런 제약이 늘 존재하니까? 근데 서로 생각만 잘 통한다면 충분히 극복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
Q. 이제 마지막 질문이야! 만약 지영이의 기분을 풀어줄 시간이 딱 5분만 남아 있다면, 너는 뭘 할 거야?
다니엘: 우선 지영이를 웃게 만들 거고 선물을 주거나 좋아하는 음식을 사줄 거야. 그러다 괜찮아지면 같이 산책하러 나가고? 근데 정말 심각하게 화가 나 있는 상태면 그냥 가만히 두는 게 나을 거 같아. 하하.
코로나로 인해 우리네 삶의 계획들이 다 틀어져 버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어째 지영과 다니엘 커플은 이 시기를 통해 서로를 더 많이 알아가고 더 이해하게 된 것 같네요. In 더블린 인터뷰- 국제연애는 뭐가 다를까, 지영편을 보고 싶으신 분들은 이전 글을 확인해주세요. 사랑스러운 커플, 지영이와 다니엘의 일상은 https://blog.naver.com/jiyeong940 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