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_나의 첫 번째 Self 여행_(해돋이)
나의 마음 상태를 점검해서 사전 체크하는 것은 꽤나 중요하다.
특히 내 마음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나의 몸 상태는 병원이 더 잘 알겠지만, 나의 마음과 감정 상태는 나 자신이 그 세심한 차이를 더 잘 알 수 있다. 그만큼 내 마음과 감정의 ‘정도 및 농도’ 또한 그 디테일한 차이를 스스로 잘 파악해서 어떤 방식으로 ‘사전적 자기 돌봄(Before Self-Care)’을 할 수 있을지 방향을 잡는 게 중요하다. 내가 어떤 마음 상태인지 알아야지만, 이에 대한 ‘어떤 조치를 취할지 혹은 적절한 예방책은 없는지’와 같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고 작은 액션이라도 무언가 취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필요한 감기약이 동네 근처의 산책이나 카페 정도일 수도 있겠지만, ‘마음의 독감’처럼 더 앓고 있다면 드라이브를 하거나 열차를 타고 좀 더 멀리 떠나는 여행으로 바람 쐬는 것을 해줘야 할 수도 있다. 일상에서 가장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자기 돌봄(Self-Care)’을 제일 먼저 시도해 보면서, 마음 상태의 정도에 따라 적절한 수준의 조치에 해당하는 ‘사전적 자기 돌봄(Before Self-Care)’을 단계별로 적용해 보는 것이다.
‘마음의 상처나 피멍’이라면 ‘마데카솔’처럼 마음의 연고 같은 것을 발라줘야 하는 만큼 좀 더 직접적인 효과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관련 주제의 강의를 듣거나 책을 읽어서 상처 종류에 따라 좀 더 맞춤식으로 치유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추돌 사고로 인해서 자동차 유리가 와장창 깨지듯이 마음이 깨지고 부서져서 갈기갈기 찢기고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 난 상태일 수도 있으므로, 찢어진 마음 조각을 이어 붙이는 것조차도 힘겨운 상태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마음의 연고를 바르고 싶은 의욕조차도 나지 않을지 모른다. 이럴 때는 평화롭고 한적한 시골 마을이나 바다로 내려가서 휴식하는 것만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단계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이때 제일 중요한 것은, 말 그대로 ‘사고’이기 때문에 절대로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하고 자책하지 않는 게 제일 필요하다.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고 평소대로 그저 내 자리에 서있었을 뿐인데도 갑자기 어디서 이상한 상황이나 사람이 나타나서 내 마음을 들이받으면 그렇게 다칠 수도 있는 거니깐 말이다. 살다 보면 그렇게 자신의 의지와는 너무나 무관하게 운이 없게도 마음이 다치게 되는 사고나 충돌도 있다. 그런 사고인 만큼 혼자 힘만으로 극복하기 힘들 수도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 스스로 회복하는 자생력이 있는 사람도 있지만, 설령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전혀 낙담할 필요가 없다. 그 누가 ‘우연한 불행’을 그렇게 쉽게 털털 털어낼 수 있겠는가. 그 누가 비통하게 억울하지 않겠는가. 그러니깐 자신의 마음부터 토닥여 주는 게 제일 중요할 것이다. ‘당신의 탓이 아니니깐 괜찮다고... 토닥토닥...’
이렇게 마음 상태와 부상 정도 및 유형에 따라서 주입해 주는 특효약들의 종류가 조금씩 다를 수가 있다. 우리가 평소에 먹는 비타민의 종류가 서로 다르듯이 말이다. 같은 비타민이라도 A, B, C, D 등... 얼마나 다양한가. 이런 마음의 특효약들도 바로, ‘마음의 비타민’과 다를 바가 없다. 즉, 몸이 아픈 정도와 종류에 따라서 각기 다른 비타민을 섭취하듯이, 마음 통증의 강도와 유형별로 각기 다른 ‘사전적 자기 돌봄(Before Self-Care)’ 관리를 해주는 것이다.
그런데 꼭 이렇게 신체적 건강을 위한 비타민 섭취를 하듯이 ‘우리가 굳이 마음까지 미리 돌봐주면서 사전적인 자기 돌봄을 해야 하는 게 그렇게 중요할까?’라고 의문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내 몸 하나 챙기는 것도 힘들 때가 많은데 마음까지? 그것도 가능한 사전에 미리미리 마음을 챙긴다는 게 하루하루 바쁜 일상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한테는 더욱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럼 차라리 나중에 실제로 ‘마음의 추돌사고’ 정도 수준으로 엄청 심하게 마음이 다치거나 아프게 되면 그때 가서 조치를 취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일상의 스트레스나 울적함 같은 ‘마음의 감기’ 정도까지 미리 살펴야 할까 싶기도 하다. 맞다. 그런 생각이 충분히 들 수도 있다. 왜냐하면 몸은 아프거나 부상당했는데 치료 안 하고 방치하면 생존에 위협을 느낄 수 있으므로 신체적 건강관리는 당연히 매우 중요해 보이겠지만 마음은 조금 아프다고 해서 당장 죽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 테니깐 말이다.
다만 평소에 건강을 유지하면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면역력을 높이려고 비타민을 섭취하는 것처럼, 마음 비타민 섭취도 동일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의 면역력’을 기르기 위한 것 말이다. 몸이 너무 많이 상하기 전에 건강 유지 목적으로 미리 영양 비타민을 먹듯이, 마음 상태가 너무 많이 나빠지기 전에 마음 건강을 유지할 목적으로 미리 마음 비타민을 섭취하면서 ‘사전적 자기 돌봄(Before Self-Care)’을 꾸준히 해줘야 한다는 것이 제일 큰 핵심적인 목표다. 그런데 바쁜 현대인한테는 사전적인 돌봄이 쉽지 않다고 해서, 평소에 이런 돌봄 케어의 시도는커녕 인식조차도 아예 하지 않은 채 경시한다면 꽤 위험할 수도 있다.
‘마음 돌봄’의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인식 자체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큰 차이를 가져올 때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인식을 하고 있으면 틈틈이 가끔씩이라도 나의 작은 마음도 챙겨주려고 하는 좋은 습성이 생길 수가 있지만, 그런 인식 자체가 아예 없으면 평소의 온전한 궤도를 벗어난 마음일지라도 바쁘다고 계속 방치하다가 나중에 뒤늦게 서야 많이 훼손된 것을 발견하게 되어 감당하기 힘들 수가 있다.
바로, 이 ‘나비 효과’의 위험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서 마음 비타민이 꼭 필요한 것이다.
‘나비효과(butterfly effect)’란 나비의 날갯짓처럼 작은 변화가 폭풍우와 같은 커다란 변화를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브라질 나비의 날갯짓이 텍사스에서 토네이도를 일으킨다.’처럼 지역을 달리하는 여러 다른 버전들이 있지만, 공통점은 ‘초기 조건에 대한 민감성’이라고 할 수 있다. 나비 효과라는 용어는 1952년 미스터리 작가인 브래드버리(Ray D. Bradbury)가 시간여행에 관한 단편소설 ‘천둥소리(A Sound of Thunder)’에서 처음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이를 대중에게 전파한 사람은 미국의 기상학자 로렌츠(Edward Lorenz)이다. 1961년 로렌츠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기상 변화를 예측하는 과정에서 정확한 초기 값인 0.506127 대신 소수점 이하를 일부 생략한 0.506을 입력했는데, 그 결과는 놀라웠다. 초기 조건의 0.000127이라는 아주 미미한 소수점 차이가 완전히 다른 기후패턴 결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래의 시뮬레이션 그림을 보면 0.506의 초기 조건일 때는 ‘아주 맑은’ 날씨의 결과가 나왔지만, 초기 조건 값이 아주 조금 더 증가하니깐 완전히 다른 결과인 ‘천둥번개’의 날씨가 되었다. 초기 조건 값이 겨우 0.0001 정도만 증가했을 뿐이다. 저렇게 매우 작은 값의 변화가 원인이 되어 너무나 커다란 변화의 결과를 가져왔으므로, 저 근소한 차이 ‘약 0.0001’을 ‘나비의 날갯짓’으로 표현하고 싶었을 것이다. 엄청난 폭풍우에 비하면 정말 작은 비중이니깐, 충분히 그럴만한 표현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연, 현실의 기상 관측에서만 이럴 가능성이 있는 걸까? 아니. 우리의 ‘마음 날씨’ 또한 이렇게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의해서 아주 큰 영향을 받을 수가 있다. 즉, 민감도가 커져 있다면 나비처럼 작은 자극에도 매우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거다.
특히, 평소에 마음 비타민 섭취를 전혀 해주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밑바탕에 깔려있는 기본적인 마음 날씨가 흐리고 나쁜 경우에는, 이런 ‘마음의 나비 효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매우 높고 실제로도 더욱 크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원래는 나비의 날갯짓 정도에는 끄떡없이 평온함이 그대로 유지가 잘 되던 사람도 마음 비타민 관리를 너무 오랫동안 전혀 하지 않아서 방치된 경우에는, 이미 나비 효과의 발발 상태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살얼음판 위에 자신의 마음이 위태위태하게 서있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기상 현상이 아니라, 마음 현상에서 ‘나비의 날갯짓’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작은 자극이라고 표현했지만 경우에 따라서 아주 여러 가지 형태가 될 수도 있다. 한마디로, 마음 상태에 가해지는 아주 작은 변화는 모두 다 가능하다. 주변 사람의 작은 언행이 될 수도 있고,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하는 어떤 뜻밖의 사건일 수도 있고, 우연히 마주치게 되는 미디어의 작은 메시지가 될 수도 있고, 죽마고우의 진심 어린 조언이나 혹은 반대로 의견충돌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사소한 것부터 커다란 것까지 모두 다 나의 마음 상태를 건드리거나 흔들게 되는 자극이나 충격을 주는 요인이 된다면, 이런 것들이 바로 마음 날씨를 변화시키는 ‘나비의 날갯짓’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나비의 날갯짓 같은 요인들이 외부에서 흘러들어와 나의 마음 상태로 흡수가 되면, 설령 아주 작은 것이 투입된 것일지라도 나의 평온했던 마음은 갑자기 거센 비바람과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씨로 확 바뀌어버릴 수가 있다. 기상 시뮬레이션의 나비 효과 결과 값처럼 말이다. 마음 비타민 영양을 평소에 잘 섭취하지 못해서 심리적 면역력이 굉장히 떨어져 있는 상태일수록, 마음에 새로 입력되는 ‘나비의 날갯짓’에 대한 민감도가 더욱 높아져서 이런 나비 효과가 더 강력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사전적 돌봄이 잘 되어 있어서 비타민 영양이 듬뿍 흡수되어 있는 마음이라면, 이미 심리적인 면역력이 탄탄하게 길러진 상태이기 때문에 이런 나비 효과는 거의 나타나지 않거나 설령 영향을 받을지라도 아주 미미하게 나타난다.
마치 평소에는 거대한 곰 한 마리가 와서 장난으로 나의 마음에 ‘블랙 유머(black humour)’ 펀치를 퍽 날려도 같이 장난치면서 잘 받아주던 호인이었지만, 너무 오래 자기 돌봄 케어를 하지 못해서 이미 마음이 잔뜩 흐린 날씨로 진입해 있는 상태라면 곰은커녕 나비가 와서 작은 날갯짓 혹은 더 작은 눈짓 한 번만 해도 갑자기 마음의 천둥번개가 쩌렁쩌렁 우르릉 쾅쾅하면서 극단적인 마음 날씨로 금방 변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더 아이러니한 것은, 좋은 게 좋은 거려니 하면서 가능한 자신의 성격을 참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사람일수록, 혹은 열심히 사느라 너무 바빠서 일상적인 삶을 통째로 뺏겨버린 채 사는 사람일수록, 저런 위태한 상태가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서 본인 스스로는 더 위험할 수도 있다는 거다. 저런 사람들일수록 타인한테는 아량이 있어도 자신한테는 그렇지 못할 때도 많아서 평소에 겉으로는 마음 날씨가 오히려 맑은 상태처럼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간신히 버티고 있던 마음의 벼랑 끝에서 갑자기 나비 효과가 발생하면 그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이 다치게 된다. 만약 주변한테까지 표출이 된다면 그 영향은 더 커질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경우든 간에 자기 자신이 다칠 수밖에 없다는 건 불가피하다.
그래서 ‘사전적 셀프케어(Before Self-Care)’로서 평소에 마음 비타민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분주하고 팍팍한 삶을 살고 있을지라도 일상에서 틈틈이 마음 비타민 섭취로 자기 돌봄을 해주는 생활을 하게 된다면, 이러한 나비효과의 폭풍우 발생으로 인해 나 자신이 다칠 가능성을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평소에 자신만의 작은 힐링이나 소소한 행복 같은 마음 비타민 관리를 한다면, 그런 아주 작은 차이로 인하여 ‘부정적인 나비효과’의 커다란 파장을 막을 수가 있다.
이는 곧 반대로 해석하면, 평소에 아주 작은 이런 차이들로 인하여 ‘긍정적인 나비효과’를 차곡차곡 쌓아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아주 커다란 부정적인 가능성을 미리 막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즉, 외부의 심리적인 자극 요인 같은 ‘부정적인 나비 날갯짓’으로 인한 폭풍우 발생을 ‘부정적인 나비 효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일상 속의 작은 힐링 같은 마음 비타민 또한 ‘긍정적인 나비 날갯짓’으로서 맑은 날씨를 유지하게 하는 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종의 ‘긍정적인 나비 효과’ 도출 요인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기상 시뮬레이션 그래프에서 방향만 역으로 바뀌는 현상일 테니깐 말이다.
그런데 사전적 관리 부실로 인해 마음 면역력이 떨어져서 부정적인 나비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면, 내 마음의 힘이 약해지고 있는 것을 미리 감지하여 이런 사태를 예측하고 방지할 수도 있지 않을까? 평소에 꾸준히 마음 비타민 관리를 하는 게 쉽지 않은 만큼, 차라리 이런 나비 효과가 발발하기 직전에 나의 마음 상태를 파악하여 그런 순간만 예방하는 게 더 수월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미 마음 바탕 상태가 어둡고 흐린 날씨로 일단 진입을 해버리면, 기본적인 현재 마음 상태를 알아채는 게 쉽지가 않아서 나비 효과 발생을 사전에 예측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어질 수도 있다. 나의 마음 날씨가 현재 맑은 상태인지 흐린 상태인지도 인지하는 게 쉽지 않아서, 예측이 되지 않는데 무슨 수로 미리 막을 수가 있겠는가? ‘아니, 내 마음인데 내가 모른다고?’ 내 마음의 주인은 나니깐, 나만큼은 언제나 항상 내 마음 상태를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물론 평소에 무탈할 때는 내 마음의 기본적인 바탕 상태를 나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그게 가능하지 않은 순간들이 있다.
마음이라는 것이 몸이 아픈 것처럼 겉으로 티가 팍 나는 게 아니라서, 어쩌다가 마음이 이상한 것을 감지할지라도 ‘그저 기분 탓이려니 혹은 날씨 때문이려니’ 하면서, 지나가는 감정처럼 일시적인 것으로 취급할 때가 많다. 더구나 이런 감정들이 더욱 자주 느껴지면서 점차 쌓이게 되면 일상처럼 스며들게 돼서 어느새 익숙해지게 되고, 나의 마음이 원래의 평균 상태 범위를 벗어났다는 것조차도 인식을 못하게 될 수가 있다.
마치 해외의 어떤 국가 날씨와 같다고나 할까? 어떤 나라들은 거의 태반이 비 오는 날씨라서 어둡거나 우중충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살짝 울적하거나 우수에 찬 듯한 분위기의 도시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라 사람들은 평소 기분이나 마음도 실제 날씨의 주파수에 비슷하게 맞춰져 있는 것처럼 적당히 흐린 기분이 그저 일상이 되어버리기 쉬울 것이다. 그들의 ‘마음 날씨’는 원래 비가 내리는 흐린 상태가 아니었을 텐데 말이지.
그냥 원래의 밝고 맑았던 화창한 ‘마음 날씨, 디폴트(default)’ 상태를 점점 자연스럽게 까먹게 되는 것이다. 우리 또한 어쩌다 비 오는 날에는 왠지 자꾸 센티해지는(sentimental) 기분이 들 때가 있지 않은가. 근데 많은 나날을 계속 빗물과 함께 지내면 그런 느낌이 오죽 더 할까 싶다. 일상적인 기분처럼 고착화되기 쉬울 것이다. 그래서 초기의 마음 날씨 상태를(default) 이미 벗어나서 현재 비 오는 마음 날씨에 있는데도, 마치 자신의 마음은 원래 애초부터 그런 흐린 상태에 있었던 것처럼 익숙하게 느껴지고 무감각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외국 나라들은 실제 기상 날씨 덕분에 일상의 마음과 기분도 어느 정도 비슷해지는 경우들이지만, 우리나라는 사계절도 고르게 잘 분포되어 있어서 항상 흐린 날씨만 있는 것도 아닌데 우리는 왜 자신의 ‘마음 날씨’도 잘 모르게 되는 경우에 빠질 수도 있는 걸까? 이게 꼭 어떤 사건사고가 일어나서 마음이 엄청 다치거나 아파져서 그런 것만은 아닐 수도 있다. 그저 주어진 바쁜 삶에 치이다 보면 원래의 내 마음 날씨를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들도 종종 있게 된다. 나의 마음 날씨를 느껴볼 여유조차도 없으니깐 말이다. 시간적 여유뿐만 아니라, ‘금전적, 심리적’ 여유 부족으로 인해서도 당장 눈앞에 보이는 현실에만 급급하다 보면 나 자신을 잃는 게 십상일 때가 많고, 그러다 보면 내 마음 상태에 대한 기민함과 감각이 아둔해지게 되어 나 자신을 돌본다는 것 자체가 어색해지고 아득히 저 멀리 보이는 풍경화처럼 관조적인 느낌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을 때도 있다. 뭔가 저런 풍경화 속에 들어가서 힐링하면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현실적으로는 절대 그럴 수가 없는 무력감에 조용히 압도되는 느낌이랄까?
이러하니, 나의 마음 날씨 상태에 대해서 평소에 인지 자체를 잘하지 못할 수밖에.
그러하니, 갑자기 나의 심리적 면역력을 미리 감지하는 게 힘들 수밖에.
그러해서, 나비효과 터질 것을 미리 예감하고, 터지기 직전에 막 벼락치기로? 그럴 때쯤 막아서 방지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을 수밖에.
즉, ‘마음의 나비 효과’ 태풍 방지는 갑작스러운 벼락치기가 잘 통하지 않는 유형이라는 거다. 평소에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마음 비타민 섭취를 하면서 ‘사전적 자기 돌봄’을 해야지만 미연에 이런 나비 효과를 방지하거나 최소한 그 강도를 줄일 수라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자기 돌봄을 너무 오랫동안 하지 않으면서 장기간 자신을 방치하게 된다면,
나비 효과의 발발 사태 가능성을 막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전에 미리 예방하고 싶어도 이미 심리적 면역력이 많이 떨어져서 민감도가 올라간 상태이므로,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에 사전 방지 또한 매우 힘들어진다는 게,
바로 더욱 큰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의외로 ‘마음이 지쳐있거나 아픈’ 상태를 잘 인지하지 못할 때가 종종 있는 편이다. 그 증상이 미약해서 작은 감기 정도로만 보여서 그럴 수도 있고, 그런 작은 마음의 감기가 너무 자주 걸리니깐 의식조차도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이런 작은 증상들을 너무 자주 너무 오래 방치하면 나중에 아주 커다란 태풍을 몰고 오는 나비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으므로, 가능한 중간중간에 자신을 한 번쯤은 제대로 돌아보면서 필요한 마음 비타민 섭취를 해주는 것이 좋다.
그저 가벼운 기분 탓만은 아닐 수도 있거든. 그런 가벼운 기분 상의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처음에는 아주 작은 ‘감기 고름’이었다가도 계속 방치하면 나중에는 점점 곪아서 엄청 커지게 되면 그때는 정말 짜내기 힘들 수 있으니깐 말이야. 그러다가 나비효과에 한번 걸리면 엄청난 마음의 폭풍우에 의해서 한 번에 그 고름이 터져버리게 되는 거야. 생각을 해봐. 엄청나게 빵빵해져서 무지 커져있는 그 마음의 감기 고름이 무지막지한 태풍에 의해서 한 번에 확 터져버리면 얼마나 아프고 고통스러울지 말이야. 피고름 왕창 쏟아붓게 된다니깐.
그니깐 아무리 바쁘거나 힘들더라도 무조건 회피하지는 말고, 소소한 행복이나 힐링 같은 마음 비타민 관리는 꼭 평소에 섭취해 주자. 아무리 다짐해도 실천이 쉽지 않을 때도 많으니깐 꼭꼭 평소에 인식하고 다짐을 해놔야지 좋은 것 같다. 나도 분주해지면 일상에서 실천하는 게, 참 쉽지 않을 때가 많거든.
어떤 중요한 계획이나 급한 일들이 있어서 잠시 나를 돌보지 못해서 일시적으로만 마음 비타민 섭취가 중단되는 거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쳇바퀴 같은 바쁜 삶이 끊이지 않고 매우 오래 지속되다 보면 그때그때 해소되지 못한 감정들이나 풀어주지 못한 마음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중에 나비 효과가 터질 수 있는 거름이 되어줄 수 있는 거라서 평소에 주의해 주는 게 좋다.
다만, 이렇게 평소에 마음 비타민을 잘 섭취하지 못해서 풀어지지 못했던 마음속 먼지나 찌꺼기들이 나비효과의 태풍으로 나타나기 전에 차라리 다른 방식으로 더 좋게 발현된다면, 그 에너지들이 긍정적으로 사용될 수 있으므로 오히려 더 역동적이거나 활기찬 삶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는 하다. 그렇게 좋게 발현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실제로 나비 효과 태풍으로 발현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할 부분인 것이다.
풀어주지 못한 채 마음속에 쌓여있던 것들은 자칫 잘못하면 나비의 작은 날갯짓에 의해서 커다란 후폭풍으로 발현될 수도 있지만, 그전에 좋은 방식으로 발현된다면 나비 효과의 사이즈만큼 커다란 형태의 즐거움과 행복을 재미있는 방식으로 분출할 수도 있다. 물론 일상에서 가벼운 놀이나 소소한 행복들로 나타날 수도 있지만 평소에 소소하게 작은 형태의 비타민 섭취를 하지 못한 상태라면, 보통은 더욱 커다란 규모의 즐겁고 유쾌한 일들로 한꺼번에 그런 마음 관리를 해주게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아주 먼 곳으로 해외여행을 간다던지, 나만을 위한 특별 선물로서 제일 좋은 레스토랑을 간다던지 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일종의 보상 심리라고 할 수도 있겠다. 평소에 작게 나눠서 투입해 주는 소소한 마음 비타민의 행복감 관리를 잘해주지 못했으니깐, 한 번에 커다란 보상으로서 나 자신에게 명절 선물을 주듯이 몰아서 ‘셀프케어(self-care)’를 해주는 것이니깐 말이다. 차라리 이렇게 가끔씩이라도 커다란 행복 비타민을 섭취해 준다면, 나비 효과의 폭풍우는 어느 정도 미리 사전에 예방되는 효과가 조금은 있을 것이다. 어쩌면 나비효과의 부정적인 결과로 폭발될 수 있는 에너지를 그전에 커다란 즐거움과 행복에 분출해 버린 것이니깐 말이다. 다만 평소에 꾸준히 섭취하는 비타민이 아닌 만큼 그 면역력이 견고하게 탄탄한 것은 아니라서, 갑자기 불시에 면역력을 확 생기게 해서 잠재가능성이 있는 나비효과를 방지해 주는 것이므로 좀 더 위태위태하고 아슬아슬한 일시적 비타민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평소에 자주 하는 소소한 마음 비타민 섭취뿐만 아니라 이렇게 가끔씩 투입해 주는 커다란 비타민 섭취조차도 하지 못하는 경우이다. 더구나 평소에 풀어주지 못했던 억눌려 있던 그 감정들이 하필이면 ‘슬픔이나 울분 혹은 좌절감이나 무력감’ 이런 것들로 주로 구성되어 있던 경우라면, 마음의 면역력을 평소에 키워두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에 거의 백발백중 나비효과의 태풍으로 나타나게 된다.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갯짓만으로도 그동안 쌓여있던 감정이나 응어리들이 분출하게 되면서 매우 즉흥적이거나 감정적인 의사결정을 화끈하게 해 버릴 수도 있게 되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동안 힘들게 쌓아왔던 성과들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리는 무모한 결정들을 해버리게 될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간에 평소에 인내하면서 쌓이기만 해서 분출하지 못했던 마음 에너지들이 한 번에 터지면서, 본인 자신에게는 그다지 최상의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게 되는 위험성이 더욱 높아질 수가 있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그런 위험처럼 보일지라도 자신 스스로의 내적 만족도가 높은 의사결정인 경우에는 후회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그 순간에는 그럴지라도 나중에 시간이 흐른 뒤에 후회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는 점에서는 주의가 좀 필요할 수는 있다는 거다.
이렇게 각각의 경우들을 살펴보면, 미세하지만 은근히 신기한 차이들이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평소에 자신을 잘 돌보면서 평온하고 행복한 케어를 종종 해주는 사람들은 가만히 보면, 아주 거대한 액션이나 엄청난 선물 같은 커다란 자기 보상을 굳이 선사하지 않는 경우들을 은근 종종 볼 수 있다.(물론 항상 돈과 시간의 자유가 넘치는 최상위 클래스의 여유 있는 사람들은 제외하고, 그냥 보통 사람들을 봤을 때 느껴지는 것을 말하는 거다.)
평소에 ‘소확행’ 같은 자잘하고 소소한 행복들을 충분히 만끽할 때가 많아서 그런지, 무언가 크게 한방 행복 하고 싶거나 즐거워하고 싶은 그런 욕망이 덜 한 상태라서 그러지 않을까 싶다. 평소에 자신을 위한 행복감 충전을 많이 했던 사람들일수록, 마치 그런 복권 같은 커다란 한방의 행복감이나 시원한 외출에 대한 욕구나 갈증이 덜 한 상태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항상 일복이 넘쳐서 회사 일에 엄청 치이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서 평소에 자신의 삶이 없는 사람일수록, 남들이 보기에는 매우 부러운 번쩍번쩍한 대기업에 다니거나 거대한 사업을 하느라 평소에는 본인의 삶을 통째로 잃어버리고 있는 사람일수록, 휴가 시즌 같은 어떤 특정한 타이밍에 한 번씩은 아주 통 크게 놀러 가거나 화려한 일상을 보내면서 자신을 위한 보상을 해주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은근히 종종 그런 경우가 많다. 평소에 소소한 행복을 누릴 시간적 심리적 여유도 없을 때가 많았으니, 한꺼번에 분출되는 일종의 한풀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즐거운 삶을 만끽하는 화끈하고 유쾌한 사람으로 보이겠지만 말이다. 물론, 열심히 일도 하고 즐거운 휴가도 보내는 멋진 사람인 것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평소에도 더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는 있을까? 열심히 일하는 것 자체를 즐기면서 행복해하는 사람도 많기 때문에 맞을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이런 겉모습과 행복감이 비례한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평소에 커피 한잔의 행복감이나 동네 한 바퀴의 산책 같은 작은 힐링의 여유도 없어서 한 번에 분출되는 유형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전자와 후자 중에서 어떤 게 더 좋아 보일까? 후자가 훨씬 부러운가? 아마 그들의 진짜 속사정은 잘 모르는 사람들일수록, 그 화려한 겉모습에만 푹 빠져있는 사람들일수록, 아마도 후자를 훨씬 더 행복해 보이는 삶을 사는 멋지고 부러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겉모습이나 외부에 표출된 SNS만 본다면 거의 누구나 그런 짐작이나 판단을 하는 게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마음속 안의 내적인 평온함과 행복감은 어쩌면, 전자의 사람이 훨씬 더 충만한 상태인지도 모른다.
물론 각자의 상황은 모두 다를 것이므로 개별적인 정답은 따로 없다. 나도 그 사람들의 행복감을 저울로 재보면서 비교해 보거나, 직접 그들을 인터뷰해 본 것은 아니므로 확정적인 장담을 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평소에 소소한 행복감을 채우면서 마음 비타민을 잘 섭취하고 있는 전자의 사람들이 의외로 더 행복한 상태일 수도 있다는 거다. 그런 가능성도 절대 낮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 잔잔한 행복감이나 평온한 충만함이 충분하게 채워지지 못한 사람일수록, 자신에 대한 일종의 연민이나 보상심리가 커지게 되어서, 그렇게 황금 프라임 타임 같은 귀한 시간이나 자금이 생기면 더욱 커다란 의사 결정을 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렇게 멋지고 럭셔리한 휴가 같은 의사결정은 화려하고 시원한 자기 보상이므로, 이런 것들은 차라리 위험성이 크지 않아서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오히려 멋진 라이프 스타일로 보일 때도 많으니깐 말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런 의사결정들과는 전혀 다른 종류인 것들이다. 그동안 쌓여있던 돌보지 못했던 감정들이 한 번에 분출되면서, 갑자기 잘 다니던 큰 회사를 떠나고 자유를 찾아 장기 여행을 간다거나 모아놓은 월급을 모두 쏟아부어서 큰 사업을 한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이런 도전들을 나쁘게 보지 않는다. 개인적 성향이나 유형에 따라서는 오히려 더 좋은 기회나 의사결정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런 큰 결정들을 사전에 아무런 고민이나 고심 없이 그저 갑작스러운 나비효과로 인한 순간적인 마음이나 감정의 분출로 인해서 즉흥적인 하는 것이라면, 당연히 그에 따른 위험 가능성도 자연스레 따라오는 것이므로 신중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는 거다.
사전에 충분한 심사숙고 없이 순간적인 감정 분출로만 결심하는 의사결정이라면, 이런 것들은 일명 ‘퇴사각’으로 나타나는 일종의 ‘나비효과’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경우에는 자기 자신이 다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게 아니라, 오래전부터 가슴속에 품어왔던 꿈에 그리던 의사결정이라면 나는 무조건 이백프로 지지하고 싶을 것이다. 파이팅.
여하튼. 이렇게 갑자기 무언가 커다란 의사결정을 하게 되는 멋진 삶도 좋지만 그에 따른 내재된 위험성을 별로 선호하지 않는 타입이라면, 그리고 평소의 일상적인 삶을 좀 더 평온하고 안정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이 더욱 큰 사람이라면, 무엇보다도 나에게 맞는 마음 비타민을 평소에 적절히 잘 섭취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사전적 자기 돌봄’ 관리를 잘해줘야 할 것이다.
일상의 행복에 대한 욕망이 더 커진 상태인가 보다. 기본적인 평온함과 행복감이 베이스로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지만 그렇게 흔들리지 않으면서 탄탄한 ‘인생의 배’ 위에서 안정감 있게, 인생 한방 같은 화려한 행운이나 도전들도 더욱 빛날 수 있는 게 아닐까? 망망대해로 항해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테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해돋이 시간에 맞춰서 정동진의 밤 카페에서 나왔던 것 같다. 날이 서서히 밝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밝은 빛이 다가오는 모습이, 마치 아주 신선한 마음 비타민을 하나 또 새로 섭취하고 있는 듯한 설레는 기분을 나에게 선사했다. 뭔가 가슴이 살짝 벅차오르는 감정은 분명했는데, 신기한 건 그때 내가 해돋이를 혼자서 봤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분명히 날이 밝아지는 모습에 마음이 콩콩 설렜던 건 기억이 나지만 말이다. 이 부분을 회상하다가, 아쉬운 마음에 며칠 전에 숙소에서 봤었던 해돋이 사진을 꺼내서 다시 바라보았다. 이 해돋이 또한 바로 지금 이 순간의 마음 비타민이니깐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