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장애는 선천적인 것이었고, 때문에 시작점부터 남들과 조금 달랐다.
잠시 시간을 거슬러 이 사실을 처음 마주하던 때로 돌아가면, 그때의 난 이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었다. 힘들고 괴로웠다. 하지만 동시에 문득 욕심이 생기기도 했다. 다르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어쩌면 오히려 다르기에 특별해 보이는 사람이 아닌 조금이라도 보통 사람처럼 보이고 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이.
때때로 내 삶은 일상생활 속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감내한 채 살아야 했고, 어느 날은 뜻하지 않게 도움을 받거나 도움을 받아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했다. 내가 가진 것이 단점도, 약점도 아닌 또 하나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고백하면 실은 내 안의 나와 언제 처음 마주했는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건 처음 그와 마주했을 때에도 장애를 가졌다는 것에 대해 크게 서러워하거나 좌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생긴 일들 때문에 화를 많이 낸 것도 사실이고, 이로 인해 상처나 좌절감도 컸던 것도 사실이다. 어쩌면 그때를 돌이켜봤을 때, 그 순간들에 대한 기억이 흐릿해져 괜찮아진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최대한 보통의 사람들처럼 지내고 싶었기에 최대한 장애를 무심하게 여기려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나는 그저 남들보다 키가 좀 작을 뿐이야”라고 생각하며 주위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하루하루를 보냈고, 또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그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 나는 그저 그때의 마음가짐 그대로 내 삶을, 나아갈 길을 천천히 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그때로부터 시간이 많이 지난 지금, 허세 가득히 이젠 더 이상 타인의 시선에 크게 신경 쓰고 있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여전히 외부의 자극을 무던하게 넘기는 것은 쉽지 않다. 지금도 가끔 사람들의 시선과 내가 가진 장애로 인한 한계로 인해 넘어지고 무너질 때가 많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넘어지더라도 금방 다시 일어나 나의 시선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성장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그 방법 또한 깨우쳤다. 예전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잘 몰랐는데 언젠가부터 키 작고 두상이 좀 큰 거 이외엔 할 수 있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만약 외적인 모습을 가릴 수 있다면,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행동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중이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이라고 할 수 있는 크고 작은 목표가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나 역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되고 싶고, 하고 싶은 것은 늘 있었다. 이어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은 점차 덩치를 키워갔는데, 그러다 보니 남들의 시선과 나의 핸디캡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었다. 결국 꿈을 통해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와 관련된 부가적인 목표들이 하나둘 생겨나면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장애와 마주하고부터 단 한 번도 ‘극복’ 해야 한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장애를 원동력 삼아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만큼 더욱더 성실하게,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야겠다 뿐이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 오늘날 내가 되고, 많은 꿈을 갖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펭귄이라는 또 다른 정체성 덕에 조금 더 낮은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솔직히 가끔 정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50cm 정도까지 컸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는 그저 바람일 뿐 나는 지금 내 모습에 충분히 만족한다.
한 사람의 꿈만큼이나 사람들의 삶 속엔 다양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각각의 순간들은 저마다의 삶에 변화를 가져다줄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우리는 새로운 사실을 깨우치거나 지난날을 돌아보는 등 내·외적으로 성장한다. 물론 어떤 전환점은 인생이라는 달리기에 있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열렬히 뒷걸음질 치도록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속에서 분명 우리는 또 한 번 성장할 것이며, 결국 그렇게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그날 이후, 나는 진정한 한 마리의 펭귄이 되어 물속을 자유로이 헤엄칠 수 있었다. 기나긴 수영 중 비와 바람으로 또다시 무너질 때가 매 순간 찾아오겠지만, 나는 개인이 가진 무기를 믿는다. 내 약점이 사실 무기였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