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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울 Yeouul Mar 15. 2023

호주에서 아티스트 마켓에 참가해요

나는 호주에서 대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으로 돌아가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마켓과 전시 등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작가로서 활동했다. 2020년에 결혼하면서 다시 호주로 돌아왔고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차단되었던 호주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2022년부터 서서히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조금씩 찾아갔다. 그래도 여전히 내가 하는 일은 호주에 오기 전 한국에서 진행하던 외주 작업이 많았다. 호주에 살고 있지만 여전히 한국과 얽혀서 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인생은 낯섦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언젠가 인생에서 낯섦이 사라지고
익숙함만 남는다면 이미 최대치를
끌어올린 걸 수도 있고 시도를 버거워하는
삶이 돼버린 걸 수도 있다.





2022년에는 호주에서 열리는 전시에 참여하고 나름 나만의 방식으로 아티스트로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2022년 말에 친구가 아티스트 마켓을 함께 나가자고 제안했다. 호주 대학교에서 함께 디자인을 공부했던 친구인데 어느덧 우리가 만난 지도 벌써 8년이 지났고 지금은 서로 없어서는 안 될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마켓에 나가자는 친구의 제안이 너무 기뻤다. 사실 이런 활동이 몹시 그리웠다. 한국에서는 당연하게 하던 건데 호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려니 막막하고 준비할 것도 많았다. 그런데 친구가 선뜻 먼저 제안해 주니, 나는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우리는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둘 다 드로잉을 좋아했고 현재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다. 친구는 호주 유명한 회사에서 마케팅 디자이너로서 일하고 있지만 자신의 일러스트에도 열정이 많기 때문에 계속 활동을 넓혀가고 싶어 한다.



나는 여전히 우려와 근심이 많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낯섦으로부터
느끼는 불안에 맞설 용기가 커졌다.





2022년 11월에 마켓에 나가자고 동의했지만 서로 일정이 많아서 겨우 맞는 시간은 20223년 3월이었다. 그렇게 작년에 신청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마켓 참가가 드디어 코앞으로 다가왔다. 10일 남짓을 앞두고 우리는 만나서 회의했다.


일단 중요한 건 카드 리더기 신청이었고 그다음엔 가격, 세팅, 패키지, 결제 등 서로 파트를 나눠서 준비하기로 했다. 혼자 했으면 모두 스트레스였을 텐데 친구와 함께하니 그저 즐겁기만 했다. 잘못되어도 서로 의지할 수 있으니 스트레스받을 것이 전혀 없었다. 우리는 준비하는 것마저 즐기고 있었다. 마치 대학교 다닐 때 함께 조별 과제를 하는 느낌도 들었다.





우리의 첫 마켓이 어떤 모습일지는 어느 정도 짐작이 되지만 결과가 어떨지는 예측할 수가 없다. 그래도 시작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인생은 낯섦을 경험하며 성장한다. 언젠가 인생에서 낯섦이 사라지고 익숙함만 남는다면 이미 최대치를 끌어올린 걸 수도 있고 시도를 버거워하는 삶이 돼버린 걸 수도 있다.


나는 기억력이 좋아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할 때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익숙했던 초등학교 환경과 친구들에서 벗어나 갑갑한 교복을 입고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는 것이 두려웠다. 초등학교에서 매해 새 학년에 올라갈 때는 별생각이 없었다. 그저 친한 친구와 같은 반이 되면 기뻤고 학교 수업이 조금 어려워진다는 거 말곤 그다지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이다.


중학교 정식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교복이 아닌 사복을 입고 학교에 가서 이름순대로 앉은 다음 교과서를 받아 가야 했다. 그때 처음으로 반 친구들 얼굴을 확인했다. 낯설었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에서 보던 얼굴은 드물었고 선생님도 더 무서워 보였다. 그렇지만 그것도 한순간이었다. 막상 시작하고 나니 별거 아니었다.





언제나 두려움이 가장 큰 시기는 시작하기 전이다. 걱정이 커지면 두려움이 된다. 나는 항상 걱정이 많은 아이였다. 그렇지만 이렇게 계속 반복되는 두려움을 맞이하다 보니 막상 시작하고 나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도전과 시도를 거침없이 해나갈 수 있었다. 나는 여전히 우려와 근심이 많지만 달라진 게 있다면 낯섦으로부터 느끼는 불안에 맞설 용기가 커졌다.


더군다나 외국에서 하는 도전은 또 다르다. 나는 호주 영주권이 없으며 그저 외국인이고 영어는 항상 나에게 숙제 같은 존재이다. 분명 20대를 열심히 살았는데 왜 나는 계속 낯선 도전 속에 살아야 하는지 가끔 내 인생이 의문스럽지만 이것도 내게 주어진 기회라고 생각한다. 나중에는 해보고 싶어도 내가 놓인 상황으로 인해 못할 수도 있다. 마켓 참가를 앞두고 거창하게 말하는 것 같지만 이 시도를 시작으로 앞으로 펼쳐갈 낯선 도전을 멈출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호주에서 아티스트로서 살아갈 나의 길을 내가 어떻게 펼쳐낼지 설레고 기대가 된다.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Instagram: @yeouulart@yeouul_illustrator

Youtube: 여놀자(yeonolja)ㅣ 여울여울

Website: https://yeouul.creatorlink.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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