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특별한 날을 맞이하여 호주 멜버른에 있는 한국 고기뷔페를 다녀왔다. 코로나가 완화되며 사람들이 이제 더 이상 서로의 접촉을 두려워하지 않을 때쯤 멜버른에는 한국 고기뷔페가 한둘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인기는 어머어마했다.
코로나가 아직 잠식되지 않았던 2021년 나는 호주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잠시 1년을 머물렀다. 이때 당시 멜버른 거리에는 사람들이 없었으며 유령 도시나 다름없었다. 2022년 호주 국경이 열리고 다시 멜버른으로 돌아갔을 때 차를 타고 시티를 지나가는데 엄청나게 줄이 서 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저기가 대체 뭔데 저렇게 줄이 서 있냐고 물어보자 한국 고기뷔페라고 하였다. 나는 순간 어리둥절했다. 줄 서 있는 대부분은 외국인이었으며 저 식당이 그렇게 맛있나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난 저렇게 줄 설 자신이 없었다.
그 이후로도 계속 K-푸드의 인기는 더해졌고 멜버른에 하나둘 고기뷔페가 오픈되었다. 오픈되는 곳 대부분 모두 인기가 좋았다. 나도 한번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정해진 시간에 많이 먹는 건 자신이 없었기에 주변에서도 내가 가면 돈 아까울 거라며 만류했다.
이것도 한때 붐이겠거니 했던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고기뷔페의 인기는 점점 더 해졌고 식당은 계속 늘어났다. 그러다 최근에 새로 생긴 고기뷔페가 있다 하여 남편 생일을 맞이하여 한번 방문해 보기로 했다. 시티에서 조금 벗어난 도클랜드에 위치해 있으며 평일이기에 당연히 자리가 있을 거라 생각하여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
저녁 6시가 넘은 시간이라 주변 모든 가게는 문을 닫아 한산했고 드문드문 있는 식당에만 사람이 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방문할 고기뷔페로 점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의 북적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고 식당 앞에는 20명이 넘는 사람이 있었다. 설마 저게 다 줄이겠어 생각했는데 기다리는 사람들이 맞았다.
줄 서서 먹는 식당을 싫어하는 나지만 이번만큼은 기다려 보기로 했다. 고기뷔페는 90분이라는 제한된 이용 시간이 있기에 오픈할 때 들어간 사람들이 이제 곧 우르르 나올 거라 생각했다. 평일 저녁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가 생각해 보니 연말이어서 단체 테이블이 여럿 있었다. 그리고 이미 소문이 나서 오픈 두 달 만에 인기 있는 식당이 된 것 같다.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중 한국인은 우리뿐이었다. 우리 앞 대기는 13팀이었는데 들어가는 족족 모두 외국인이었다. 45분의 기다림 끝에 우리도 드디어 입장했고 식당 안은 전쟁이었다. 사람이 너무 많았지만 음식은 계속 채워지고 있어서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평일 저녁 가격은 49.50불이다. (한화 약 43,800원, 2023년 12월 22일 기준) 한국에 비하면 비싸다 할지 모르겠지만 호주에 있는 고기뷔페는 고기뿐만 아니라 갈비찜, 치킨, 초밥, 찌개 등 요리도 많다.
남편과 나는 많이 먹는 편이 아니어서 요리는 조금만 가져다 먹고 고기를 공략하기로 했다. 생각보다 고기 종류가 많았고 신선했다. 일단 소고기부터 공략했다. 우리는 소박하게 접시에 고기를 담아 구워 먹었는데 주변을 둘러보니 외국인들의 테이블은 음식 접시로 가득했다. 찌개도 가져다가 끓여 먹을 수 있어서 찌개도 많이 먹고 있었고 갈비찜이나 잡채, 치킨 등 고기보다는 요리 위주로 식사하는 테이블도 많았다. 하긴 생각해 보면 외국인들은 한식을 식당에서만 접할 수 있기에 다양한 한식을 골라먹을 수 있는 이곳에서 고기만 먹는 게 아쉬울 것이다.
해산물도 있어서 조개와 오징어도 구워 먹고 다양한 종류의 소고기를 구워 먹고 나니 우리는 어느새 양이 찼다. 90분이라는 시간이 전혀 짧게 느껴지지 않았다. 디저트로 젤라토 아이스크림이 있어 이것까지 먹고 나니 마무리까지 좋았다.
단순히 고기뷔페라기보다는 한식 고기뷔페이다. 김치도 여러 종류 있다. 파김치, 백김치, 무생채 등 다양한 반찬도 있고 전반적으로 모든 음식이 괜찮았다.
내가 방문한 고기뷔페는 이곳뿐이지만 멜버른 여기저기 곳곳에 한국 고기뷔페가 많다. 그리고 오픈 예정인 곳도 있으며 이 인기는 당분간 사그라들지 않을 것 같다. 아무렇지 않게 김치를 가져다 먹고 한식에 익숙한 외국인들을 보니 괜한 뿌듯함까지 느껴졌다.
재방문 의사를 묻는다면 나는 다시 또 방문할 것 같다. 일단 고기 상태가 너무 좋았고 어차피 이렇게 먹으려면 가격이 결코 저렴하지 않다. 다양한 요리까지 맛볼 수 있고 후식까지 있으니 나름 괜찮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여러 부위의 고기도 맛보고 한식의 위엄까지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좋았다.
구글에 'Korean bbq buffet'을 검색하면 여러 한식 고기 뷔페가 나오니 참고해 주세요.
일러스트레이터 여울(Yeouul)
<빈티지의 위안>, <멜버른의 위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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