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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열시 Jan 17. 2022

폭언하는 손님, 서비스 거부를 외쳤습니다.

언어폭력을 맞아주는 것은 서비스가 아닙니다.

종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뉴스 기사를 통해 진상 손님의 만행이 알려지곤 한다. 그런 글들을 읽으면 정말 저런 사람들이 있는지 의문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주변에서 목격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정말 가~~끔 등장하는 빌런으로 인식하기 쉽다.


폭언하는 손님, 음료를 던지는 손님, 창문에 휘핑크림을 던져 놓고 가는 손님, 의자 테이블을 부셔 놓고 가는 손님 등등 나는 다양한 사람들을 목격했다. 심지어 그것은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상과도 같다. 대부분 이런 손님들은 피크 타임이나, 피크 데이(기념일) 그리고 여름에 많이 등장을 한다. 왜냐하면 주문을 하는 사람들도 많고, 음료를 기다리는 시간도 제법 길기 때문이다.




내가 격은 에피소드 중 재미있는 사건은 이렇다.


더운 여름 이었다. 카페 안에는 시원하기는 하지만 많은 손님들이 북적거리기 때문에 그 열기가 에어컨으로 커버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에서 방금 카페에 들어온 사람은 더운 기운이 금방 가지시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음료를 주문하기 위해서 대기를 하고 있었고, 심지어 주문을 받는 직원은 이번에 새로 들어온 따뜻한 신입이다. 그 모습에 기분이 좋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의문이 들 수도 있겠다. '왜? 바쁜 피크 타임에 신입을 주문대에 세워 두는 것이냐?' 이와 같은 의문이 든다면 당신은 카페, 음식점 등의 종사자가 아닐 확률이 높다. 맞다고 한다면 아직 경력이 많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그 이유는 평균적으로 주문을 받는 시간은 음료를 만드는 시간보다 짧다. 그렇기 때문에 주문을 빠르게 받게 된다면 (숙련된 직원은 시간을 끌면서 받을 수도 있다) 주문서는 끝도 없이 쌓이게만 되고, 직원들은 패닉의 상태가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숙련된 직원을 포스기 앞에 둔다면, 음료를 만드는 시간은 더없이 느려지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포스기 앞에 신입을 세워 두는 것이 좋다.


아무튼, 신입이 주문을 받고 있는 상황. 간단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경우는 신입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다. 와플이나, 브레드 종류와 함께 주문을 하면 할인도 잡아야 하고 포스기에서도 할 일이 많아진다. 그리고 신입이기 때문에 주문 확인을 계속해서 할 수밖에 없다.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손님들은 대부분 당연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서 이해를 해주신다.


자, 줄을 서 있는 사람 중 빌런이 등장할 차례다. 등장할 때부터 불만과 짜증을 가득 담고 있었다.


"따뜻한 라테, 시원한 아메, 녹라 프라푸치노, 젤라또 초코 브라우니 주세요!!"

"따뜻한 라테, 시원한 아메, 녹라 프라푸치노, 젤라또 초코 브레드 맞으세요?"

"아니, 젤라또 초코 브라우니요!"

"아 초코 브라우니 맞으세요?"

"네"

"브라우니 위에 아이스크림 어떤 맛으로 올려드릴까요?"

"바닐라"

"네 다시 한번 확인해 드릴게요"

"따뜻한 라테, 시원한 아메, 녹차 프라우 피노, 젤라또 초코 브라우니에 바닐라 아이스크림 맞으시죠?"

"아니 젤라또 초코 브레드 하니까요?"

"....."


직원은 바쁘기도 하고, 이렇게 주문이 계속 꼬여 정신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여직원이고 키도 작기 때문에 손님들은 조금 더 거세게 말을 하곤 한다. 그래서 잠깐 음료를 중단하고 내가 주문 확인했다. 사실 주문서는 손님이 보는 화면에서 나오기 때문에 그걸 보고 자신의 주문을 확인해 볼 수도 있다.


"따뜻한 라테, 시원한 아메, 녹라 프라푸치노, 젤라또 초코 브라우니 맞으신가요?, 앞에 주문 내용이 출력 되니 한번 확인해 보시겠어요?"

"하... 네 맞네요"

"네 주문이 밀려있어서 20분 정도 걸릴 수 있습니다"

"네 알겠어요. (어우 말귀를 못 알아먹어)"


다 들릴 정도의 소곤소곤한 말을 하며 자리를 잡으러 가셨다. 늘 있는 일이기에 직원을 다독이고, 음료를 만들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주문한 음료와 브라우니를 만들어서 진동벨을 눌렀다. 문제는 여기서 일어났다.


"하.... 초코 브레드 시켰는데요?"

"손님 주문 확인을 3번 정도 했는데, 초코 브라우니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영수증도 확인하셨고요"

"아니 초코 브레드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요. 하.. 안 그래도 주문을 받는 것도 어버버 거리던데 이럴 줄 알았다 진짜! 아무튼 빨리 바꿔주세요!"


대화 내용을 많이 줄였지만, 사실 여기서 더 심한 말들도 많이 오고 갔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손님들이 그 손님으로 인해 음료를 받는 시간이 더 길어지고 있었고, 험한 말로 인해 주변에서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사실 이때 내 기분도 많이 좋지 않았다.)


"직원이 아직 신입이기 때문에 미숙합니다. 하지만 고객님의 제품을 제대로 받으실 수 있게 주문을 잘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미숙한 신입이 없으면 숙련자가 어떻게 생기겠습니까? 죄송하지만, 이 제품은 환불 처리해 드릴 테니 나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니가 뭔데 나가라 마라야"

"제가 여기 책임자입니다"

"야 사장 불러와! 내가 누군지 알아?"

"죄송합니다. 저희는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 같은 소리 하네. 내가 변호사야!"

"그렇다면 경찰을 불러드리겠습니다."






카페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이 겪는 것 중 하나는 주문한 음료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래서 주문을 받는 사람은 재확인을 하는 것이 필수지만, 그것을 고객은 귀찮아하며 대충 끄덕거린다. 이렇게 되면 결국 손해는 카페가 입는 경우가 많다. 지금의 나처럼 손님을 쫓아버리면 다음에 재방문을 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았으면 한다. 모욕적인 언사 즉 언어폭력, 갑질 등은 당당하게 서비스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 사람들에게 강제적으로 구입을 하게 할 수 없는 것처럼 판매자도 강제로 팔라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사고파는 것은 작은 계약과 같은 것이다. 명심하자. 맞는 것은 서비스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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