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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몽땅연필 Jun 21. 2023

커져만 가는 삶의 과제들

이겨내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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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험생활을 마치고 대학에 들어서는 상상을 한다. 삶의 큰 목표를 달성하고 새로운 삶이 시작될 것 같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사실을 금세 눈치챈다. 항상 맑은 날일 것 같은 캠퍼스 생활은 TV속 청춘드라마와 달랐다. 술에 쩌든 선배들, 어른처럼 주체적인 삶을 사는 것 같지만 아직은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한 철부지들, 수능라는 큰 관문 앞에 또 취업이라는 더 큰 문이 놓여있다. 심지어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앞으로 무슨 직업을 선택해야 하는지, 뭘 해야 할지, 내가 잘할 수 있을지 의문 투성이이다.


  어찌어찌 취업을 한다. 누구나 취업을 한다. 누군가는 정말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누군가는 경제적인 성공을 위해 유명 회상, 누군가는 공무원에, 누군가는 작은 회사에, 누군가는 자신의 회사를 차린다. 또 하나의 관문을 지나면 커피를 들고, 사원증을 목에 걸고, 자신의 커리어에 자부심을 느끼며 하루를 뿌듯하게 보내는 상상을 한다. 하지만 현실은 피곤에 쩌들어 잠시나마 힘을 얻기 위해 카페인을 찾는다.


  이제 경력을 쌓으며 성장하면 되지 않느냐고? 아직 결혼이라는 산이 남았다. 결혼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시간이 간다고 해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운명의 짝을 찾았다고 하여도 집, 혼수, 차 등등 뭐가 이리 많이 필요한지 쉬운 게 하나도 없다. 정신 없는 하루를 지내다 보면 어느덧 형이 되는 나이. 언니가 되는 나이. 상사가 되는 나이가 되어있다. 후배들에게 쪽팔리기 싫어서라도 능력을 필요로 하며 전쟁 같은 하루를 보낸다. 어른이 되어 자유가 생기면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것만 같지만 어른이 되어보지 못한 아가들의 착각이다. 겉으로는 통금시간 없는 자유로운 어른 같지만 안 보이는 족쇄를 차고 있다. 책임감이라는 족쇄를.


  점점 더 큰 문을 열기 위해 우리의 하루는 점점 더 고달파진다. 견디기 어려울 때는 잠시 뒤를 돌아보았으면 좋겠다. 얼마나 많은 문들을 열어왔는가? 내 몸보다 너무나도 커서 열기 어려웠던 문들이었는데 다시 돌아보니 문이 작아져있지 않은가? 사실 문이 작아진 것이 아니라 내가 커진 것이다. 한 때는 무거웠던 문들이 지금은 나보다도 작아져있다. 나는 그 문들을 힘겹게 열어가며 성장했던 것이다. 다시 지금 내 앞에 놓인 문을 바라보면 부담감, 책임감, 괴로움, 어려움 등으로 이겨내기 어려워 보이지만 사실 그 문을 열 수 있음을 알고 있다. 그 문을 열면 나는 다시 한번 성장한 모습을 갖추고 있음을 알고 있다.


  삶이 항상 팍팍한 것만은 아니다. 힘겹게 새로운 문들을 열어나갈 때 성취감, 만족감. 그리고 변해있는 내 모습. 누구나 동일하게 하루 24시간을 살아간다. 물론 공평하지 않은 세상이지만 어쩔 수 없다. 공평하지 않다고 불평해 봤자불평해봤자 나아지는 건 정말 일순간의 통쾌함일 뿐. 그 불평은 다른 불평으로 돌아온다. 나는 또 어떤 큰 문을 열어나갈지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어떻게 성장해 있을지 앞으로 1년 뒤 나의 모습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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