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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Jun 06. 2020

[배유기] 6화_ 프로배구가 진짜 대세가 되려면 (2)

- 초보기자의 배구판 3년 유랑기

(1)에서 이어집니다.




스포츠판이 제대로 기능하고 돌아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하다. 그 돈을 쓰는 건 구단 모기업들이다.


한국 스포츠는 다소 기형적인 구조다. 팬들의 소비로 수익이 생기고, 이것이 선수들의 연봉으로 활용되는 식이 아니다. 티켓이나 MD상품으로 얻는 수익이 선수들의 연봉을 감당하지 못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손해를 보며 운영해야 한다. 스포츠를 통해 젊은 팬들에게 기업을 홍보하고, 이미지를 제고하는 등을 노리면서 기업이 투자하는 개념으로 이해하면 편하다. 그래서 스포츠팀이 기업 내 사회복지 팀에 속한 곳도 몇 있다.



한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야구도 ‘돈 되는’ 사업은 아니다. 배구는 오죽할까.


배구단을 운영 중인 기업들은 대부분 공사, 혹은 금융계다. 돈을 쓰는 데에 제약이 많다. 또 이런 기업들은 구단주(사장)가 2~3년 주기로 바뀐다. 이런 구단들은 구단주가 바뀔 때마다 분위기가 급변하기도 한다. 스포츠에 관심 많은 구단주가 오면 FA에 적극적으로 나서거나 선수 연봉을 후하게 쳐주지만 아닌 경우엔 조용히 넘어간다. 장기적인 사업이 사장 교체로 무산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런 문제는 팀을 단독법인으로 분리해 운영하면 좀 더 유연하게 운영이 가능하지만, 배구는 이렇게 운영하는 구단이 손에 꼽는다. 대부분 모기업에서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대부분 기업에서 배구단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개인적으로 구단의 투자 의지가 적다는 걸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이 ‘프런트’다. 구단 업무를 담당하는 프런트 구성이 다들 빈약하다. 사무국장 1인에 직원 2명으로 이뤄진 팀이 대다수다. 심지어는 사무국장과 직원 한 명으로만 구성된 팀도 있었다. 


3인은 정말 최소 구성이다. 홍보담당 1인, 그리고 마케팅 담당 직원 한 명 하면 끝이다. 그러다 보니 닥친 일만 하기에도 벅차다. 기자다 보니 구단에 이리저리 연락도 자주 하고, 자료 요청도 많이 했다. 그럴 때마다 처리가 늦을 때가 많았는데, 바쁜데 괴롭혀서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렇다고 구단에게 무작정 돈을 쓰라고 요구하기에도 뭐하다. 기업들도 저마다 사정이 있는 건데 ‘이왕 하는 거 투자 좀 더 하세요’라고 3자가 말하는 건 기사 성격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얘기를 차마 기사로 옮기지 못했던 이유다.


현대캐피탈은 독자적인 마케팅을 끊임없이 시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왼쪽은 선수들을 캐릭터화해 연고지 내 영화관과 협업한 것. 오른쪽은 캐릭터를 활용해 웹툰으로 제작했다.


당연히 개중에는 정말 잘하는 팀도 있다. 특히 현대캐피탈 경우에는 한국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팀 운영을 잘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다른 종목에서도 이들의 운영을 배우려고 현대캐피탈 프런트를 자주 찾는다.


구단주 정태영 현대캐피탈 대표가 배구에 관심이 많아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순히 돈을 많이 쓴다고 다 잘 되는 건 아니다. 연고지 천안과 함께하는 ‘친 연고지 정책’은 천안을 배구도시로 만들기 이르렀다. 또 현대캐피탈은 무료티켓을 배포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데, 이는 객단가(관중 1인 당 수입)를 높여 팀 운영에 도움이 되게 했다. 실제로 현대캐피탈은 티켓 수입, 그리고 MD상품 및 광고수입 등으로 배구를 사업화하는 데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 팀만 잘해서는 리그 전체가 발전할 수 없다. 이왕 기업 이름 걸고 돈 쓰는 거 좀 더 건강한 방향이 될 수 있게끔 여러 팀들이 나서 줬으면 한다. 최근 배구 인기가 눈에 띄게 상승하고 있는 만큼, 각 기업에서 조금만 더 관심을 갖는다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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