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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야광 May 21. 2020

생일

우연히 만난 아이돌 생일축하 광고

얼마 전 본가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타고 내려가던 중 벽에 걸린 광고판이 나를 붙잡았다. 이름 모를 아이돌의 생일 축하 광고였다. 요즘은 워낙에 이런 문화가 보편화돼 종종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문득 어릴 때가 생각났다. 한 십 년 전쯤. 그러니까 내가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를 처음 봤을 때다. 그땐 지금처럼 아이돌 생일을 광고로 축하하는 게 보편화되지 않았을 때였다. 처음 광고를 보고 깜짝 놀랐다. 그때 든 생각은 이거였다.


“아니, 왜 저런 데에 돈을 쓰지?”


이해가 잘 안 됐다. 대학교 2학년 때였으니 돈이 한창 궁할 때였다. 나는 돈이 필요한데 누군가는 저런 곳에 돈을 쓰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 생각은 욕먹기 딱 좋았다. 후배들한테 말하니 ‘꼰대’라는 단어가 곧바로 비수가 되어 내게 날아왔다.




다시 얼마 전으로 돌아가서, 문득 ‘부럽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 아이돌은 본인이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생일을 축하해주는 것이니까. 또 그걸 많은 이들이 알 수 있도록 광고까지 대신해주는 정성까지. 개인의 탄생을 저렇게나 축하해준다는 건 참 예쁜 일이구나 싶었다. 


돌이켜보면 난 생일 때마다 좋은 기억이 별로 없다. 특히 20대가 되고 나서는 생일 때마다 사건이 터졌다. 애인이랑 싸우고 친구랑 다투고 하던 일이 잘 안 풀렸다. 그래선지 자연스럽게 생일을 ‘별거 아닌 날’로 여기려고 했다.


다가오는 내 생일에는 조금 생각을 달리 해보려 한다. 이번엔 나 스스로 내게 좋은 말을 해줘야지. 그리고 낳아주신 부모님께 꼭 전화를, 아니 시간을 내서 집에 찾아가서 감사하다고 말해야겠다. 내 탄생이 나, 그리고 가족들에게 축복이라는 걸 알려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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