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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용 Apr 05. 2020

하버드 사랑학 수업

정의 할 수 없는 사랑에 관한 글

  

YES24 이미지 참조

  

  성인이 된 후, 나에게 사랑은 과장을 조금 보태 인생의 목표 같은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사랑을 무엇이라 정확히 정의 내리지 못한다. 사랑은 무엇 보다도 나를 행복하게 했던 감정이자, 나를 아프게 하는 고통스러운 감정이기도 했다. 아픈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어느 순간부터 사랑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의 매체는 주로 타인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잡지와 소셜 커뮤니티 그리고 친구, 형, 누나 그리고 동생들과 나눈 대화였다. 하지만 결국 나에게 사랑에 대한 가장 큰 교훈을 주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별이었다. 사랑하고 이별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교훈을 얻기도 하고, 이전의 나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성찰을 하기도 했다. 이처럼 종 잡을 수 없고, 알면 알수록 어려운 ‘사랑’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 것일까.


  

  나는 연애 지침서를 싫어한다. 뻔한 답을 제시하는 책이 대부분이고, 문제 해결 상황에서 제시할 수 있는 가정과 상황들이 너무나도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쉽게 해답을 내리는 작가들의 모습이 책임감 없고, 뻔뻔하게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처음 이 책의 제목을 접했을 때도 크게 흥미롭지 않았고, 읽기 시작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버드 사랑학 수업’, 제목만 보면 진부한 연애 지침서와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작가는 여타 연애 지침서들과는 다른 관점으로 사랑에 대한 강의를 펼친다. 얼핏 보면 여성의 관점에 치우쳐서 사랑을 논하는 것 같지만, 이는 남성의 입장에서도 깊게 생각할 거리를 남겨준다. 가장 먼저 흥미를 끌었던 작가의 관점은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있어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가 우리의 사랑을 저해한다는 점이었다.  


나는 사회가 자명한 것을 여겨왔던 사실들을 한번쯤 의심해볼 것을 권유합니다.   


  ‘페미니즘’, ‘이퀄리즘’ 등 현대 사회는 다양한 가치관으로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해서 논의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들은 사랑할 때, 그 사람의 행동에도 분명히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 또한 내가 생각하는 또는 내가 들은 남성성의 표본에 적합한 사람이 되고자 내 행동을 제지하거나, '척'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내 의지에 따른 행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후에 얻은 행복은 상대적으로 적었거나, 또는 고통스럽기도 했었다. 

  나 자신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작가의 사고를 빌려 말하자면, 남녀에 관한 경직된 사고는 사랑하는 사람에게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 그 사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내가 하기도, 상대방에게 요구하기도 참 어려운 일이다. 사람들은 진실되게 사랑하려고 하지만, 자신을 진실되게 보여주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작가는 사랑의 양면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경계를 풀지 않고 서는 사랑에 빠질 수 없다.
자신을 사랑의 위험에 노출시키지 않고 서는 연애의 기적과 같은 면들을 경험할 수 없습니다.


  사랑은 위험하다. 헤어지면, 길든 짧든 일정 시간 동안 고통을 겪게 되고, 이 고통은 다음 사랑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다가 올 고통이 무서워 진실된 사랑을 하지 않는 것 처럼 멍청한 행동은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진실로 사랑하고 맞이한 고통만이 우리를 성장 시키고, 이후에, 더 나은 사랑을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훌륭한 사랑을 할 수 있는가. 아쉽게도 이 책 역시 이 질문에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작가는 사랑을 해피 엔딩이라는 결론이 아닌 과정으로 봤을 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랑에 임해야 하는지 가르쳐 준다. 


우리를 성장시키는 인생의 사건들은 무척이나 소중합니다. 아픈 마음도 그 중 하나입니다.
사랑을 통제하려고 하는 이유는 대게 상처를 피하기 위해서 입니다. 
나는 지속되는 사랑이 예외이고 상실이 일반적인 거라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뭘 잘못하지 않았어도 사랑이 소멸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즉, 사랑은 원래 불안정하고 깨지기 쉬운 것이라는 것을 인정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며, 자신의 작은 행동과 말로 사랑이 실패할까 두려워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사랑하면 행복해지는 것은 맞지만, 사랑은 행복감만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역설한다. 그러니 사랑은 곧 행복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사랑을 느끼는 그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별은 더 성숙한 자신을 만든다. 실연의 아픔은 피할 수 없지만, 자기 성찰의 기회를 주고 더 나은 자신과 더 나은 사랑을 맞이할 힘을 길러준다. 


  이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여전히 사랑에 대해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 하지만 사랑과 실연의 과정 속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더 진실된 사랑을 맞이할 수 있는지, 그리고 실연 후에 진실되게 아픔을 마주하고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찾는 방법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사랑은 결론이 아닌 과정이라는 작가의 말 처럼, 사랑에 대해 정의를 내리는 것도 결론 보다는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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