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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메트리오 Feb 20. 2021

내가 브런치를 하는 이유

10여 편의 글을 쓴 새내기 작가 나름의 결론 

원래 세웠던 계획이 코로나로 틀어지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브런치를 알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곧 신청한 브런치 작가. '떨어지든 안 떨어지든 간에 해보자.'라는 식으로 지원을 해서 브런치 작가가 된 이후 지금까지 10편이 넘게 글을 써왔다. 섬세한 필력으로 몇백 편, 몇천 편 쓴 브런치 작가들에 비하면 실로 애기 수준이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여긴다. 취미를 놓고 보면 처음에는 열심히 하다가 나중에 흥미를 잃거나 중도 하차하는 경우가 꽤 많았는데, 그나마 브런치 활동은 꾸준히 하는 편이다.



인터넷 플랫폼인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게 왜 흥미가 있는지 스스로에게 자문을 해보니, 크게 두 가지 대답으로 나눌 수 있었다. 하나는 내적 동기였고 다른 하나는 외적 동기였다. 주요 내적 동기로는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방식을 되돌아보면서 흩어진 기억과 생각, 감성을 정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 기억을 저장하는 방식으로만 놓고 보면 사진이나 영상이 훨씬 우수하다. 당시 시간과 상황의 순간순간을 포착하며 '저때는 그랬구나.'라는 식의 객관적인 평을 내릴 수가 있다. 그런데 생각과 감성을 같이 놓고 보면 어떨까? 사진이나 영상은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경우에 자주 쓰인다. 여행지를 가서 우리가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이유도 각각의 여행지가 주는 특유의 분위기에 빠져들어 카메라를 (또는 휴대폰을) 켜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와 같이 여행한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 또는 여행을 하면서 생긴 에피소드를 남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인생을 살면서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지 않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 사진이나 영상만을 놓고 보면 이미 필터링을 거친 것처럼 좋은 일만 기록되고 나쁜 일은 어디론가 사라진 듯하다. 반면 글은 그렇지 않다. 긍정적인 기운을 담은 글도 있지만 일상의 답답함을 토로하는 글, 가족 또는 친척과의 갈등과 관련된 글이 브런치에 심심찮게 단골로 나온다. 내가 쓴 글은 10여 편 밖에 안 돼서 샘플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숫자이지만, 감히 그 안에서 분류를 해보자면 일부는 나쁜 일이라고 명명할 수 있다. 코로나 블루를 겪은 상황을 다룬 글과 인도에서 인턴십 시작 전에 생긴 좌충우돌 에피소드가 대표적인 경우다. 그래서 글은 여타 기록 수단과 다르게 삶을 더욱 리얼하고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좋은 일, 나쁜 일 가릴 것 없이 이것저것 흡수하면서 생긴 자양분을 토대로 나의 세계관을 기록하고 그 안에 형성된 가치관을 다듬는다.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이제 막 10편 넘은 글을 쓴 새내기 작가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처음 기대한 이상으로 반응이 꽤 좋았다. 물론 조회수가 높고 반응이 좋다고 해서 글이 반드시 뛰어난 건 아니다. 질적인 면과는 별개로 운과 타이밍이 따라줘서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이나 공감을 불러일으켜서 그러한 반응이 나올 수 있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쓴 글 중 제일 마음에 드는 글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에 위치한 롤리에서의 미술관 감상에 대한 글이었다. 우리나라의 미술관과는 확연히 느낌이 달랐고, 작품을 전시하는 과정에서 세심한 신경을 쓴 흔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순수 미적인 작품부터 당시 사회상을 비판하는 작품까지 이르는 여러 메시지에 감명을 받았고, 화가들이 메시지를 표현하기 위해 어떤 방식과 기법을 쓰는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글은 조회수가 낮은 편이고 하트나 공유의 개수도 많지 않다. 이와는 반대로 과천 서울대공원 단풍여행은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처음으로 브런치에서 조회수가 1000이 넘었다는 알림을 받고 도파민이 넘치면서 엄청난 쾌감을 느꼈다. 조회수가 2000을 넘을 때에는 마치 복권에 당첨된 마냥 기분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가 11월 초순이라 단풍 여행에 한창 관심이 많을 때였다. 게다가 서울 근교에서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커버 이미지를 비롯한 여러 사진들이 한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단풍여행 글 이후로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오른 적은 없지만 사람들이 내 블로그를 방문하고 하트를 하나씩 줄 때마다 흐뭇함이 드는 건 여전하다. 하트가 타인의 인정을 재확인하는 토큰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가 타인에게서 인정을 받으면 기분이 좋은 걸 넘어서 때로는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듯이, 하트가 그런 점에서 영향을 주는 듯하다. 외부에서의 피드백 없이 글쓰기를 홀로서기 방식으로 했다면 오래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글을 쓰기 전에 미리 구상을 하면서 정리하기도 하지만, 글을 쓰는 과정에서 마음이 정리되기도 한다. 글쓰기는 그런 점에서 흩어진 기억, 생각과 감성을 더욱 한데 모이게 된다. 또한 타인의 인정을 받고 스스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브런치를 비롯한 블로그는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그런 동기부여 덕택에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요즘 브런치에서 글 쓰는 게 뜸해졌는데, 영어로 블로그를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면서 잠시 미루게 되었다. 영어 블로그를 쓰는 게 익숙해지면 브런치와 같이 가능한 규칙적으로 글을 올리고 싶다. 우연으로 시작해 인연으로 발전한 브런치. 앞으로도 동기를 잃지 않고 꾸준히 하기를 스스로에게 바라며,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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