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금 Dec 16. 2021

견고한 일상을 뚫고 날다




김포공항이다.

여전히 누군가는 오고, 누군가는 떠나고 있었다.

이별의 눈물도 있지만 설렘의 떨림도 있다

짐가방들이 미끄러지듯 까불며 간다

제주의 한 달 살이하러 가는 내 가방은 

주인의 헐거운 마음 같지 않다

터질 듯 구겨넣고 쑤셔넣고 

무게초과라는 초비만의 몸으로 굴러는 가는데

제 뜻대로 방향을 잡지 못하는 음전운전이다.

무게 초과라고 짐칸에서도 서러움이다.

돈을 더 얹어주고서야 겨우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짐가방에게

제주 공항에서 다시 만나자 했다.


탑승구 앞으로 모여드는 마음들

저 문을 통과하면 모두가 새가 될 것이다

새처럼 날고 싶다는 소망이 이뤄지는 문

한 사람씩 통로를 지나 소망의 문으로 들어간다


새가 되었다

큰 날개 달고 훨훨, 

견고한 일상의 구름을 뚫고 수직 상승한다

새파란 창공이 새하늘처럼 열리고

할 수 있다는 것과 해냈다는 

자유의 무한궤도를 따라 날개 펄럭거린다

투명한 심상이 바다 위를 나른다

산산히 부서지는 햇살을 가르며 바다가 출렁인다

오, 제주여. 바다여!


날개를 접은 발들이 총총총 걸어나온다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새로운 매일을 만나러 간다

충직한 나의 가방을 만나 공항버스를 타고

따뜻한 서귀포시

어느 바다가 마중 나올

앙증맞은 나의 처소를 향해


난 이곳에서 한 달 동안 멜로 영화를 찍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통속적이어도

하늘과 바람, 바다, 빛, 새, 돌, 나무, 꽃들과 날마다 

지겹지 않은 사랑을 나누리라.


















        

작가의 이전글 허기증을 채우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