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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할망 Jul 13. 2024

2024년 7월 12일 맑고 또 향기로움이 멀리 ..

진홍빛 산철쭉이 발걸음을 붙잡아주던 가파른 산길에는 푸르른 산수국이 대신합니다. 남색하늘소붙이와 주황긴다리풍뎅이도 모처럼 만에 반짝이는 햇살을 만끽하고 있네요. 빽빽하게 자란 제주조릿대 속에서도 꼿꼿이 고개를 내민 말나리를 비롯해 시로미와 구상나무 열매도 열심히 해바라기를 즐깁니다. 비가 그치기를,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던 것은 곤충만이 아니었나 봅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날이었던지라 구슬붕이, 가는범꼬리, 호장근, 쥐똥나무는 맑고 향기로운 꽃향기를 뿜어내며 나비들을 불러 모읍니다. 은은하게 날갯짓하는 꽃향기에 화답하며 줄흰나비, 산꼬마부전나비, 푸른큰수리팔랑나비가 모였습니다. 헉헉대며 오르던 거친 숨소리에 놀라 작은 나비들이 날아가 버릴까 싶은 맘에 최대한 자세를 낮추고 숨을 누그러뜨린 후 조심조심 다가갑니다.    

  

짝짓기에 한창인 산꼬마부전나비 커플에게 살포시 손가락을 내밀자 암컷이 먼저 발걸음을 옮기더니 수컷은 마지못해 따라옵니다. 새끼손가락 마디 하나 정도 크기밖에 안 되는 작은 나비이거늘 산속의 추운 겨울과 모진 비바람들을 어찌 견디어 냈는지 가늠조차 되지 않습니다. 잠시 경거망동했던 손짓을 거두고 원래의 신방이었던 풀잎 위에 내려주자 오늘이 되기까지의 쉽지 않았던 산속에서의 한살이가 손끝에 묵직하게 남습니다. 작은 것이 위대해 보이는 순간이네요.     


배낭을 부렸더니 시큼한 땀 냄새가 진동하는지 눈많은그늘나비와 먹그늘나비가 날아와 내 어깨 주변을 맴돕니다. 나비를 유인하는 예쁘고 향기로운 꽃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 듯해 갑자기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그 어떤 향기에도 무심하게 거리를 두는 가락지나비와 산굴뚝나비를 비롯해 하산 길에 깜짝 출현한 푸른큰수리팔랑나비까지 만나니 고단했던 산길의 수고로움이 다 ‘의미로움’으로 바뀝니다. 늘 그렇듯 여느 때만큼 값진 산행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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