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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할망 Jul 15. 2024

2024년 7월 15일 안개 속 오름

여기도 하나, 또 하나, 또, 또... 

깊은 숲에서 하얀 조약돌을 따라가는 헨젤과 그레텔이 되어 봅니다. 오름 능선을 오르며 떨어진 조각들을 모아보니 그 양이 꽤 됩니다. 몸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처참한 최후를 맞은 솔나방과 말매미 조각들입니다. 누가 이 사슬을 만들었을까요?     


꽃을 찾아온 굴뚝나비, 남방부전나비, 청띠제비나비, 흰뱀눈나비도 새로운 먹이사슬을 엮고 있네요. 여린 풀 줄기에 매달린 풍뎅이들도 머지않아 곧 그물을 엮고야 말겠다는 비장한 각오가 반짝이고, 애기솔나물 줄기에 빼곡하게 모여있는 누군가의 알을 먹고 있는 두눈박이쌍살벌까지 가담하니 짜임새가 훨씬 촘촘해집니다.  

    

복잡한 그물들이 장엄하게 연결되어 있는 오름 생태계에서 우리 인간은 어디쯤에 이어져 있는 걸까요? 갑자기 눈앞이 뿌옇고 발걸음이 무거워집니다. 안개가 짙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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