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4월 돌문화공원 우영팟 체험을 신청한 뒤 나비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널리 알려진 백일홍, 배초향, 등골나물 등을 심었습니다. 올해는 백일홍 자리를 조금 줄이고 곰취, 버들마편초, 붓들레아, 층꽃나무 등 풀꽃을 더 늘렸지요. 작년 봄에는 해발 고도를 감안하지 못하고 이르게(실은 제 때이나) 파종한 몇몇 식물들이 아예 싹을 틔우지도 못하는 실패를 거듭했지만, 올해는 다행스럽게도 대부분의 식물이 성공적으로 돋아나 더할 나위 없이 혈기 왕성한 우영팟 상태랍니다.
나비 성충을 유인하기 위한 흡밀 식물 외에도 흰나비류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무와 얼갈이배추를 파종하고, 산호랑나비 애벌레의 먹이 식물인 구릿대와 당귀도 제법 키워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담장 한 귀퉁이에 늘어진 참마 덩굴에는 왕자팔랑나비 애벌레가 우영팟 주인장과의 임대 계약도 없이 무상 거주하고 있지요. 기특한 녀석.
나비들만 득을 보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돌담을 따라 심은 깻잎을 두어 번 따먹었고, 지난주에는 어린 호박과 호박잎을 뜯어다 고소한 부침개도 부쳐 먹었답니다. 초가마을 우영팟에서 지금까지 성공사례가 없는 호박 재배이기에 열매의 크기는 그저 그런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나비 할망의 어깨는 하늘 높을 줄 모르게 부풀어 있답니다(올가을은 좀 거만한 태도로 검질을 메더라도 이해해 주시길...).
이 모든 걸 감사하며, 멋진 풍경을 혼자만 보기 아까운 마음과 우영팟과 나비에게 관심을 바라는 마음을 더해 작은 이벤트를 열기로 했고 오늘이 바로 그 첫날이었습니다. 두둥!
우영팟을 찾는 나비들의 흡밀 활동 최성기인 8~9월에 소수 정예 부대원(최대 20명)과 나비를 관찰하자는 프로그램을 개시했지요. 오늘의 하늘과 바람과 햇살이 도와준 덕에 첫 관찰을 성황리에 이벤트를 마무리했습니다. 푸른큰수리팔랑나비, 제비나비, 호랑나비, 은줄표범나비, 물결나비, 큰멋쟁이나비, 제주꼬마팔랑나비 등 20종의 나비 성충과 양봉꿀벌, 어리호박벌, 루리알락꽃벌, 홍비단노린재, 크로바잎벌레 등 나비 외에 다양한 곤충들을 관찰하고 기록했답니다.
“관찰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어요.”
“한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나비를 본 적은 처음이예요.”
“내가 찾은 나비 애벌레 데리고 가서 키우고 싶어요.
우영팟의 하늘과 바람과 햇살을 찾아와준 나비와 소수 정예의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한여름 뙤약볕에서 검질을 메던 수고로움을 말끔히 보상받은 호사를 누렸습니다. 일주일 뒤 다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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