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여행 에세이 31
만약 당신이 위스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증류소 직접 방문하고자 이것저것 찾아본다면, 증류소를 방문하기가 제법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증류소는 깨끗한 물과 넓은 땅을 이용해야 하는 특성상 대도시와 멀리 떨어진 시골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차를 빌려 투어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지만 렌트 가격, 주유, 차량 보험, 주차 공간, 낯선 길 등 차를 빌려 운전하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이 단계에서 위스키 투어를 포기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대중교통만을 이용해도 충분히 위스키 투어를 갈 수 있다. 거기다 뚜벅이 여행객에는 추가 장점도 존재한다. 바로 위스키 증류소에서 직접 위스키를 시음해 보는 것이다. 매력적이지 않은가?
이 글은 스코틀랜드에 찾아가 증류소를 직접 방문하는 위스키 투어를 계획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차를 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을 하려는 뚜벅이 여행객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 작성되었다. 이 글에는 위스키 투어를 어떻게 계획할 것인지에 대한 대략적인 흐름, 약간의 팁, 그리고 내 경우를 예시로 든 대략적인 일정과 가격에 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아일라섬 위스키 투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쓸 예정이다.)
당신이 위스키 투어를 하고자 마음먹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증류소에 방문할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위스키 투어를 생각할 정도라면 가고 싶은 증류소가 몇 개 있을 것이므로, 일단 구글지도에서 저장해 두고 증류소 위치를 확인해 보자. 그리고 Distillery를 지도에서 검색해 가고자 하는 증류소의 주변 증류소들도 추가해 두자. 가까운 곳을 묶어서 하루에 여러 곳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위치를 확인했다면 그 양조장을 방문하기 위해 머무를 거점도시를 골라야 한다. 스페이사이드 지역이라면 엘긴 ~ 더프타운에 위치한 마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만약 글렌모렌지 증류소를 가고 싶다면 인버네스가 될 것이다.
그런 다음 홈페이지에서 증류소 영업시간과 요일 및 투어 날짜를 확인하자. 주말은 피하는 것이 좋다. 스코틀랜드 시골 마을에서 일요일에는 버스가 대부분 운행하지 않고 식당도 일부만 오픈하기 때문이다. 도시 간 이동을 하는 날이 주말이 되도록 계획해야 한다. 혹은 시간이 넉넉하다면 주말에는 대도시(에든버러/글래스고/인버네스 등)에 머무르며 관광하는 것도 좋다.
이런 정보들을 모아 대강 일정을 짜보자. 시작도시(아마도 에든버러)에서 거점도시로 이동, 거점도시에서 각 증류소들로 이동, 증류소에서 다른 증류소로 이동 등 구글지도에 찍어가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 버스가 있는지 배차 간격이 얼마나 되는지 검색해 본다. 도시 간 이동은 주로 기차를 이용한다. Scot rail 어플을 사용하면 간편하게 예약할 수 있고 역에서 종이표로 발권할 필요도 없다. 작은 마을에서는 대부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스코틀랜드 대부분 버스에서 컨택트리스 카드가 이용가능하다. (나는 트래블월렛에 파운드화를 충전해서 실물카드를 사용했다.) 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씩 있는 경우도 많으니 시간표를 잘 살펴야 한다. 또한 버스를 내린 후 증류소까지의 도보가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동차 도로 옆을 위험하게 가야 할지도 모르니 잘 확인하자. (맥캘란이 그렇다.) 버스 시간 등을 고려하면 하루 3곳 정도가 적당하다. 꼭 가고 싶은데 버스가 없다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일정이 대강 짜였다면 증류소 투어를 예약할 시간이다. 증류소 투어는 대부분 증류소 역사 설명, 위스키 제조시설 방문, 시음으로 이루어지며 1시간 30분가량 이루어진다. 가장 일반적인 투어는 20-30 파운드 정도인데 돈을 더 내면 비싼 제품을 시음할 수 있다거나 접근이 어려운 곳에 방문한다거나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방문하는 모든 증류소에서 투어를 할 필요는 없다. 시간도 오래 걸릴뿐더러 역사는 대부분 지루하고 제조시설은 대동소이하다. 하루에 방문할 예정인 증류소 중 시음 라인업이 매력적인 한 두 곳 정도만 투어를 예약하고, 나머지는 그냥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투어를 하지 않더라도 방문자센터에 방문해 굿즈 혹은 증류소 한정 보틀 구매하는 것은 가능하며 증류소에서 운영하는 바에서 한 잔씩 할 수도 있다. 또한 증류소는 공기 맑고 물 좋은 시골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훌륭한 경치를 구경할 수 있다. 증류소 투어에 드는 시간을 넉넉히 감안하여 일정을 정확히 짜면 끝이다.
내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나는 스페이사이드 지역의 증류소를 방문하고자 했다. 그 지역에는 글렌피딕, 발베니, 맥캘란, 벤리악 증류소 등이 있다. 스페이사이드 중앙의 더프타운을 거점도시로 정하면 걸어서 글렌피딕과 발베니 증류소를 갈 수 있고, 버스를 타고 여러 증류소에 쉽게 방문할 수 있다. 에든버러에서 더프타운까지 가기 위해서는 인버네스까지 비행기를 타고 간 후 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고, 기차로 엘긴까지 가서 버스로 가는 방법이 있다. 나는 화요일에 에든버러에서 출발해 엘긴에 저녁에 도착했다. 다음 날(수요일) 엘긴 근처의 증류소인 글렌모레이와 벤리악 증류소를 방문한 후 더프타운으로 이동했다. 목요일에는 더프타운에서 글렌피딕과 발베니를 방문했고, 금요일에는 엘긴에서 글래스고로 이동해 아일라섬을 갈 채비를 했다. (아일라섬 위스키 투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 쓸 예정이다). 화요일 이동, 수요일에 두 곳, 목요일에 두 곳이다. 일정을 넉넉하게 짠 편이기 때문에 더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다닌다면 몇 곳을 더 방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참고를 위해 대략적인 비용도 적어둔다.
숙박비: 에든버러 숙소 1박 10만 (에어비앤비), 엘긴과 더프타운 1박 15만 (부킹닷컴, 조식포함) / 시골은 에어비엔비가 없거나 비싸서 부킹닷컴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시골은 B&B (Bed&Brrakfast)라고 조식이 기본적으로 포함된 곳이 대부분이다.
교통비: 버스요금 편도 3천~1만, 에든버러-엘긴 기차요금 10만.
식비: 푸드트럭이나 패스트푸드 테이크아웃이라도 한 끼에 만 원 이상이며 제대로 된 레스토랑이라면 메뉴 하나에 3만 원은 한다. 펍에서 맥주 한 잔은 7-8천 원이며 위스키도 이 정도 가격에서 시작한다.
마음먹고 위스키 투어 일정을 짜보면 전혀 어렵지 않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모른 채로 바라보면 어려워 보인다. 고민이라면 당장 이 글을 참고해서 한 번 짜보기를 권유한다. 생각보다 쉽다. 위스키뿐만 아니라 중세도시 같은 풍경, 맛있는 생맥주를 즐길 수 있는 아늑한 펍, 친절한 사람들, 시골의 자연 같은 다른 재미도 있다. 당신의 위스키 투어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