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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Feb 06. 2022

10년 후 글로벌 교육 플랫폼을 꿈꾼다

인구통계에 의하면 Z세대(1997년 이후 출생한 20대)2025년 이후 세계 노동시장에서 가장 큰 인구집단이 된다고 한다.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교수는 Z세대가 만들어 놓을 새로운 노동과 부가가치의 세계적 영향력을 주시했다. 그가 주목한 Z세대의 세계적 영향력은 '우리나라 어른 세대가 어린 세대를 위해 준비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힌트를 주고 있다.


"Z세대가 진정한 글로벌 시민으로 자라나야 하고, 그들이 세상의 중심이 될 2040년에는 우리나라를 넘어 전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는 인재로 키워내야 한다." [조영태, "인구 미래 공존". 2021]


조영태 교수는 대한민국 시장에 갇히지 않고 세계로 뻗어 나가야 저출산의 충격파를 이겨낼 수 있다고 보았다.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시민으로 키우기 위한 교육방법으로 전 세계의 또래들과 함께 교육받고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는 글로벌 교육 플랫폼을 제안했다.


글로벌 교육 플랫폼?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원격수업이 시작될 즈음 내가 썼던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위한 제언> 내용과 글로벌 교육 플랫폼의 연상 이미지가 교차했다. 그 당시 급조된 원격수업 플랫폼 개선에 초점을 맞춰 제언을 올려서 그런지 글로벌 교육 플랫폼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 또한 펜데믹이 곧 끝나면 온라인 수업 플랫폼은 지지부진해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았다.


그때 곧 사그라들 것으로 기대했던 코로나 판데믹은 오히려 더 거칠게 우리를 몰아치고 있다. 온라인 수업이 곧 사그라들지 않는다는 점이 현실이 되었고 미래가 돼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글로벌 교육 플랫폼은 우리나라의 초저출산 현상을 극복하고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방향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교차했다. 국내의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활성화돼야 한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모였다. 우선 현재 온라인 교육 플랫폼이 교사에게 인기 없는 이유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교사도 피드백이 필요하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에서 모든 교사가 같은 형식과 기능을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분히 관료적 마인드이다. 지금처럼 제한된 플랫폼 기능만을 사용할 수 있다면 교사는 온라인 학급운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주어진 기능만 사용하니 창의적 시도는 무의미하고 온라인 학급의 감독관 역할에 그치게 할 뿐이라 적극적 활용 자체를 막고 있다.

교사의 적극적 활용을 막는 원인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의 제한적 기능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원인은 현재의 플랫폼 기능 안에서 창의적 시도를 해도 피드백이 없다는 점이다. 교사도 학생처럼 피드백이 없으면 시도하기 싫다. 그럼 교사를 위한 피드백은 무엇일까? 수당, 승진점수, 위촉장, 표창장.... 아니다.


최고의 피드백은 동료 교사의 인정이다.  

교육부 산하기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 '에듀넷'이 교사들에게 외면당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에듀넷에 대한 개인적 인상은 '교육자료 아카이브'이지 공유와 소통의 역할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에서 아래로의 전달만 있고 수평적 소통이 안 되는 플랫폼은 죽은 데이터를 쌓아 놓는 데이터 공동묘지가 될 뿐이다. 수많은 교사가 에듀넷에 위촉되어 활동했고 지금도 직간접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문제는 그들뿐이라는 점이다. 폐쇄적 생태계를 만든 플랫폼에서 몇몇 쓸만한 자료만 검색될 뿐 피드백이 없다. 소수가 이용하는 정보와 콘텐츠는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전에 데이터 공동묘지로 향한다. 대부분의 온라인 콘텐츠와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쓸모없어지기 때문이다.


초등교사라면 <인디스쿨>을 알고 있을 것이다. 초등교사가 자발적으로 만든 이 사이트는 적극적인 소통과 넘쳐나는 초등교육 콘텐츠로 유명하다. 그들은 수당이나 승진점수를 받는가? 전혀 아니다 오히려 사이트 운영기금을 위한 기부금을 낸다.

인디스쿨에서 수많은 교사가 자발적으로 교육 콘텐츠를 업로드하는 이유는 전국 초등교사의 피드백이 있기 때문이다. 인디스쿨의 수업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한 교사는 고마움이 담긴 댓글로 수업자료 원작자에게 피드백을 준다. 때로는 원작자를 뛰어넘는 업그레이드된 자료가 무수히 탄생하면서 원작자 교사는 전국 초등교사에게 인정을 받게 되고, 이것은 새로운 콘텐츠의 업로드를 위한 중요한 성취동기가 된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성공한 것도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간파한 것이 아닌가. 이는 매슬로우의 욕구 이론에도 부합된다. 인간은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을 뿐 아니라 남을 도와주었을 때 자기 만족감을 느낀다.


교사의 자발적 참여가 전제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기 전에 기관의 업무 배정, 기술적 문제, 예산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그중에서 예산은 가장 중요한 문제이다. 플랫폼을 제작하고 관리하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다. 플랫폼 제작비 자체가 적지 않게 들어갈 뿐 아니라 데이터 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래도 현재 교육부 산하기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e학습터 운영비 예산을 고려하면 못할 것도 없다.


교육부는 2020년 e학습터 데이터 비용으로 네이버 클라우드에 250억 원을 지불했다.(출처-2020년 교육부 계약자료) 이 250억 원의 예산은 코로나 펜데믹 이전(2019년)에 5억 원을 지불했던 비용에 비하면 50배나 늘어난 것이다. 2021년부터 e학습터에 쌍방향 수업 데이터 비용까지 추가되었으니 데이터 비용만도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이 영원할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언젠가 팬데믹이 사그라들면 e학습터 같은 플랫폼은 팬데믹 이전처럼 사용이 급감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교사의 자발적 참여 동기가 없으면 현재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은 외면받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온라인 플랫폼의 사용이 급감하게 된다면 수백억의 데이터 예산을 줄일 여지가 있다. 이 데이터 예산만 투입해도 글로벌 교육 플랫폼을 시작할 수 있다.


교사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 수 있는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글로벌 교육 플랫폼으로 확장은 시간문제이고, 이는 대한민국 교육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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