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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May 18. 2020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위한 제언

19년째 교사가 바라본 온라인 수업 플랫폼

온라인 개학 이후 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이제 교사와 학생 모두 온라인 수업에 적응한 모습입니다. 온라인 수업에 적응되었다고 해서 만족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온라인 수업 불만을 코로나 바이러스가 꾹꾹 누르고 있는 거죠. 특히 가정에서 아이들의 온라인 수업을 지켜보는 학부모는 불만의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다행히 등교 개학을 한다고 하니 일단 좀 더 참는 분위기이지만요.


교사 입장에서도 온라인 수업 답답함이 있습니다. 현재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교사는 온라인 수업수강 확인이 주요 역할입니다. 콘텐츠를 직접 제작해서 올리는 교사도 학생이 내용을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곧바로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그나마 과제에 대한 피드백에 공을 들이는 교사는 학생이 수업내용을 이해하는 정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과제와 질문을 통해 학생의 이해 정도를 알 수 있기 때문에 교사는 매일 피드백을 꼼꼼히 해야 하는 것이 최선일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교육활동은 수업 콘텐츠 구성과 피드백 등의 역할로 제한적입니다.


최근 온라인 수업 플랫폼 개발 소식이 들리고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는 에듀테크 기반 미래형 수업혁신을 위해 미래클 사업(미래 클래스룸)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에듀테크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학습자 중심의 온라인 수업 플랫폼 개발에 초점이 맞춰질까 걱정입니다.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 증강현실이나 3D 캐릭터 등으로 학습자의 흥미를 이끌어 내는데 플랫폼 개발에 에너지를 쏟아부을까 걱정이죠. 19년째 교사의 관점에서 온라인 수업 플랫폼의 방향을 이야기할까 합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e학습터, EBS 온라인 클래스)은 학습자 중심의 플랫폼입니다.  즉, 학생 개인 학습을 위한 온라인 학습 플랫폼입니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함께 할 수 있는 기능이 최적화된 플랫폼이 아닙니다. 교사는 수강 확인과 게시판 활용, 객관식 평가 적용 등으로 교실 수업에 비하면 상당히 제한적인 역할만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개발되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은 이 틀을 넘어야 하는데요. 기대 반 걱정 반입니다.

교사가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만들어 주세요.  


우선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교사가 직접 수업 환경을 세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e학습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동기부여 방식인 포인트 부여나 레벨업 기능을 교사가 선택하고 기능을 수정하거나 삭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교사는 학생에게 동기 부여할 수 있는 다양한 노하우가 있습니다. 교사의 경험이 온라인 수업 환경에 적용될 수 있게 열어놔야 합니다. 교사 개인별 동기부여 방법을 플랫폼 내에서 직접 만들 수 있고 공유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수업 플랫폼의 성패는 교사의 플랫폼 기능(메뉴) 제작과 공유 가능성에 있습니다.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 이것저것 다양한 기능을 수정하지도 못하게 기본 세팅으로 넣지 말아야 합니다. 최소한 그 좋은 기능을 교사가 선택할 수 있게 해 주고 기능을 수정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단순히 온라인 교실의 디자인 템플릿을 바꾸는 정도의 기능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좀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서 교사에게 개발자의 역할을 나누어 주어야 합니다. 교사가 새로운 기능을 만들어서 추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개설한 온라인 학급에서 교사 개인의 교육 경험이 반영될 수 있도록 기능을 추가하고 수정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또한 교사가 만든 온라인 수업 세팅과 기능을 다른 교사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두어야 합니다. 공유된 기능을 적용할 뿐 아니라 수정해서 개선된 기능을 만들 수 있다면 어떨까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집단지성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학습자 시선 확인을 통해 집중 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시선추적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아이들은 인공지능에게 감시당하며 공부를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는 걸까요? 온라인 수업 플랫폼에 학습자 강화 프로그램으로 이 기능을 넣을까 두렵습니다. 사교육에서 시선추적 기술은 매력적인 도구일 수 있습니다. 이런 기능을 통해 무엇을 얻을까요? 빠른 정보 습득을 통해 학습량을 높일 수 있겠죠. 공부의 목적을 생각해보면 암울한 미래가 그려집니다.


인공지능을 앞세운 에듀테크가 온라인 수업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에듀테크에 의존한 온라인 수업 플랫폼이 안되길 바랄 뿐입니다. 교사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교육의 질을 낮추는 지름길입니다. 아이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인정받으며 성장합니다. 인공지능에게 인정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면 우울해집니다.

'공부란 무엇일까요? 공부를 왜 할까요?'의 물음을 다시 곱씹어 봅니다.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에 맞춰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논어)


교사는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에듀테크가 적용되더라도 교사의 역할이 온라인 수업의 질을 결정지을 것입니다. 물론 교사 개인별 교육 경험과 성향, 역량의 차가 크죠. 교육 역량의 스팩트럼이 너무 넓습니다. 수십만 교사가 사용할 경우 수십만 가지의 수업 스타일을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요? 간단합니다. 교육 스타일에 맞는 수업을 교사가 직접 구성할 수 있게 온라인 수업 플랫폼을 만들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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