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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나무 Sep 06. 2020

우리 아이 온라인 학습 어쩌죠?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위한 부모 역할

천고마비의 온라인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야외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지만 코로나 19는 우리를 나가지 못하게 합니다. 그나저나 온라인 수업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이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걱정입니다. 집안에서 답답해하는 아이의 모습에 안쓰러워하는 부모님의 마음도 이해됩니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부모의 입장으로 가정에서 슬기롭게 온라인 가을을 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봤습니다. 특히 부모님들이 한결같이 걱정하는 자녀의 온라인 학습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가 효과적으로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온라인 학습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우선 자녀의 자기 조절 능력을 파악하세요.

자기 조절 능력은 온라인 학습 문제뿐 아니라 스마트폰 과몰입 문제 해결의 열쇠를 가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데 자기 조절이 안되면 온라인 학습에 당연히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자기 조절 능력이 부족한 학생은 스마트폰, PC, 태블릿 등 어떤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해도 온라인 수업에 집중하기 어렵습니다. 왜냐하면 온라인 상태에서는 모든 미디어가 연결돼있어서 멀티태스킹의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아이들은 흔히 ‘멀티’(멀티태스킹)가 가능하다고 착각합니다. 게임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채팅을 자유자재로 하니까 자신이 멀티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두 가지 일을 하는 멀티는 두 가지 일에 효율이 떨어지는 일이라는 점이 인지과학자들의 연구결과 증명됐습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온라인 학습만 연결하고 그 외는 연결을 끊어야 합니다.


둘째 자녀와 온라인 학습에 대해 이야기해보세요.

온라인 학습은 가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차적으로 온라인 학습의 어려움을 자녀와 이야기하면서 도움을 주어야 합니다. 자녀의 온라인 학습의 어려운 점, 흥미가 적은 이유 등을 이야기해보고 도움을 주세요. 특히 자녀의 온라인 학습에 대한 선택을 존중해주세요. 아이가 할 수 있는 만큼 온라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조금씩 학습량을 늘려가는 것은 괜찮지만 처음부터 지나친 강요에 의한 학습은 거부감만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 온라인 학습에 대한 외적 보상을 함부로 주면 곤란합니다.

예를 들어 온라인 학습 한 시간을 하면 게임을 한 시간 해도 좋다는 보상은 금물입니다. 이럴 경우 학습과 게임을 연관 지을 수 있기 때문에 게임 시간을 안 주면 온라인 학습도 안 하게 됩니다. 온라인 학습을 충실히 한 내용과 과정을 칭찬해주세요.


넷째 온라인 수업은 오프라인 수업 자세와 같게 해 주세요.

쌍방향 수업의 장점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수업의 긴장감과 즉각적인 피드백을 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이 화면으로 내 모습을 보고 있기 때문에 긴장감이 생깁니다. 약간의 긴장감은 수업에 참여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우리의 몸과 뇌에 주기 때문에 약간의 긴장감은 수업에 몰입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아주대 심리학과 김경일 교수님은 온라인 강좌를 수강할 때는 학습의 긴장감을 위해 옷을 갖춰 입고 일어서서 강좌를 듣는다고 합니다. 쌍방향 온라인 수업 전에 바른 자세, 단정한 옷차림, 정돈된 주변 환경, 교과서와 필기구를 준비해 주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늦잠 자고 일어나서 잠옷바람에 쌍방향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이 수업에 잘 참여할 수 없겠죠.

담임선생님과 함께하는 쌍방향 온라인 수업의 또 하나의 장점은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선생님에게 질문하면 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 됩니다. 음성으로 질문하기가 부끄러우면 선생님과 비공개 채팅으로 질문해도 좋습니다.


다섯째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오프라인 학습으로 연결시켜주세요.

온라인 학습을 위한 디지털 미디어는 도구일 뿐입니다.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부분만 활용하고 디지털 세상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진짜 학습은 주로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인지적 구두쇠’라는 말이 있습니다. 인지는 인간의 생각을 말합니다. 인지적 구두쇠라는 말은 사람은 원래 생각하기 싫어한다는 표현입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행동심리학자 대니얼카더먼은 인간의 사고를 두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시스템 1이라고 하는 즉각적인 사고와 시스템 2라고 하는 숙고하는 사고입니다. 사람은 평소에 에너지 소비가 적은 즉각적인 사고를 합니다. 예를 들어서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는 행동은 즉각적인 사고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스마폰이 잘 작동하지 않으면 배터리가 없는지, 와이파이 접속이 안되는지 원인을 찾습니다. 이때 시스템 2 숙고하는 사고를 하게 됩니다. 즉,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온라인 수업 영상만 본다고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야 학습이 됩니다. 온라인 수업 후에 노트 정리를 하거나 관련 책을 찾아 읽어보는 활동 등으로 온라인 학습이 오프라인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온라인에서도 깊이 생각하고 학습하는 활동이 가능합니다. 다만 온라인 상태에서 깊이 생각을 하려면 잠시 멈춤이 필요한데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아이의 눈이 화면을 응시한 상태에서는 멀티태스킹의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유튜브 수업 영상이 끝나면 오른쪽 추천 영상을 나도 모르게 클릭하니까요.

결국 깊은 사고를 통해서 진정한 학습이 이루어지려면 온라인 학습을 마치고 반드시 오프라인에서 정리해야 학습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의 온라인 학습을 돕기 위한 이야기를 했는데요. 사실 부모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학부모 상담 때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선생님 요즘 아이가 책을 안 읽어요. 어떻게 책을 읽게 하죠?"

이런저런 가정 사정을 물어보고 이야기하면서 저는 늘 같은 답변을 합니다.

"부모님이 가정에서 책을 읽으셔야 합니다. TV와 스마트폰을 끄고 책을 읽으면 자연스럽게 아이도 책을 읽게 됩니다."

사실 부모님은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 실천하기 어렵기 때문인지 대개 제 조언에 멋쩍게 웃으며 "그래야겠네요"라며 자리를 뜹니다.


코로나 19는 온라인 가을로 우리를 밀어 넣었지만 조금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야외로 놀러 가기 좋은 오프라인 가을 대신 책 읽기 좋은 온라인 가을이 찾아왔으니까요. 무더운 여름 날씨에 지쳐 책 읽기가 힘들다는 핑계도 떨쳐버릴 수 있잖아요.


양질의 독서습관이야 말로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입니다.


아이와 함께 독서하는 온라인 가을을 보낸다면 아이의 숙고하는 사고능력이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자녀의 긍정적인 온라인 학습 효과는 덤입니다.



<에필로그>

효과적인 온라인 학습을 위한 부모의 역할을 주제로 얼마 전 유튜브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영상에서 자세히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를 글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다 보니 부모의 독서로 귀결되었습니다.

부모와의 독서 경험은 부모가 줄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유산이라는 신념이 있어서인지 효과적인 온라인 학습 방법을 독서로 결론지었습니다.  

학부모 대상 온라인 연수 영상에서는 독서이야기를 하지 못한 점이 아쉽네요.

 '부모숲 번데기학교'에 9월 14일 이후에 업로드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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