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맞춤
2021년 6월 5일, 오후 6시 45분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을 맞이해 친구들과 생일 카페를 가기로 했다. 일어나지 못할 것 같아 학원을 빼놓고선 약속을 위해서 곧잘 일어난 내 모습이 스스로도 웃겼다. 어떤 종류와 어떤 형태가 됐든, 사랑이라는 감정이 섞이면 여러모로 힘이 깃들기 마련이다.
버스가 예상보다 훨씬 늦게 와서 지각하고 말았다. 친구들에게 엄청 미안해하며 만났는데, 친구들은 십분 남짓의 기다림의 시간 동안 내 선물을 준비하고 있었다. 나의 지각에 대해 어떤 싫은 소리도 없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닮은 스티커와 작은 인형을 내게 쓱 내밀었다. 그리고 난 방방 뛰었다.
하루 종일 인형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복실한 몸통을 쓰다듬고, 귀 사이의 틈에다가 괜히 손가락을 끼워보기도 하고. 사진도 왕창 찍고. 인형의 귀여움도 귀여움이지만, 이 안에 담긴 날 생각해준 마음이 너무 소중하고 귀했다.
시작이 기분 좋아서였나, 오늘 하루 내내 들떴다. 좋아하는 연예인을 본떠 만들어진 마카롱도 너무 귀여웠고, 마라탕도 맛있었고, 칵테일도 그동안 마셔보지 않았던 것들을 여러 잔 도전하며 수다도 재밌게 떨었다. 스티커 구경하러 갔다가 과소비를 해놓고선 결제금액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생일과 숫자가 같아 좋아하기도 했다. 물론 친구와 맞춰서 산 3공 바인더가 원래 용도로 쓰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걸 다 뜯고서야 아는 조금은 어리석은 소비도 했지만, 이역시 결국은 추억으로 남을 기억이다.
오늘 먹은 음식들의 맛, 방문한 가게의 분위기, 나눈 이야기들, 그리고 그 순간순간 느꼈던 감정들을 모두 묶어둘 순 없다. 분명 오늘에 대한 기억도 나중엔 조금은 다르게 꺼내질 테다. 그래도 나에 대한 애정과, 내가 그들에게 느끼는 애정은 이 인형 안에 그대로 담겨서 앞으로 이 인형과 마주칠 때마다 떠오를 것은 확실하다. 날 따뜻한 감정으로 지켜주는 존재가 하나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