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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느진 Jun 17. 2021

하늘의 변화

오늘의눈 맞춤

2021년 6월 16일


 대낮이 될 때까지 잠을 자지 못했다. 기상시간과 취침시간에 대해 언급하는 게 더 이상 무의미할 정도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 덕분에 바깥 구경도 못하고 있다. 오늘은 우연히 창 밖의 하늘을 바라봤지만.


 눈에 띌 만큼 하늘이 참 푸르고 구름이 퐁신하게 떠다녔다. 많은 사람들의 눈에 오늘의 하늘이 제 흔적을 단단히 남기고 갈 것만 같은 그런 풍광이 펼쳐졌다. 커피나 사러 잠깐 나갔다 올까 싶었지만, 침대에 잠깐 누운 사이 잠에 빠졌다.


 눈 떴을 때는 저녁 즈음. 예상보다는 일찍 일어났다. 다시 창문 근처로 가서 바깥을 구경했다. 대낮의 하늘이 새파랗고 곳곳에 구름이 제 자리를 잡은 모습이었다면, 저녁의 하늘은 붉은빛이 조금 더 섞이고 구름이 얕고 긴 덩어리처럼 한 줄로 주욱 늘어선 모습이었다. 나는 같은 자리에 서서 같은 통로로 바라보는데 보이는 모습이 달라 새삼 시간의 존재를 깨달았다. 변화는 시간을 일깨워주는 좋은 알람이다.


 여느 때처럼 밤이 찾아왔고, 튀김과 맥주를 마시며 엄마와 간단하게 영화를 봤다. 3번을 봤지만 여전히 재밌고 마음이 간질간질 해지는. 매운 게 먹고 싶다고 엄마와 둘이서 중얼댔지만 결국 튀김의 고소한 기름기만 입 안에 가득 담은 채로 짧은 영상회가 끝났다. 정리하고 일어서서 다시 같은 창문을 찾아보는데 낮과 저녁의 하늘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어둠만 짙었다. 당연한데 왜 순간 덧없음을 느꼈는지. 그리고 그때 내가 오늘 하늘의 사진을 눈으로만 담았지,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남기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오늘의 하늘은 마음속에만 남게 됐다.


 지금 이 순간도 하늘은 변화하고 있을 텐데. 모두들 잠에 취하러 가는 지금 이 시간. 내가 그들이 보지 못하는 하늘을 품듯, 그들도 내가 보지 못하는 하늘을 품겠지. 각자의 하늘도, 그 하늘의 변화도 다 다르니까. 아쉽기도, 아쉽지 않기도. 그래도 내일은 오늘과 다른 시간대의 하늘이 아주 약간, 궁금하다. 언제 일어날지, 어떻게 변할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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