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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 Jan 15. 2022

대리님도 새 시대에 적응해보셔야죠

#3. 성격대로 살면 이렇습니다.


Photo by Pro Church Media on Unsplash



자기소개서에도, 인터뷰 질문에도 항상 존재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성격'에 대한 질문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생김새 등 다양한 것들이 떠오르지만 나는 제일 먼저 내 유별난 성격이 떠오른다.


"ㅇㅇ이 너는 외국에서 살아야 할 것 같아."

"거침없어서 너무 멋있다."


좋게 말해서 솔직하고 당당한 성격이지, 결국 마이웨이로 사는 인생이라 소리다.

눈살 찌푸려질지도 모르지만, 나는 이런 내 성격이 마음에 든다. 

성격 그대로 살아간 덕분에 '나'로 인해 상처받을 일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충동적으로 저지른 퇴사 역시 만족하고 있다. 퇴사를 한 이유는 간단했다.







"네 성격이 너무 튀니, 알아서 잘 맞췄으면 좋겠다"
라고 말한 대리님의 말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팀원들을 배려하지 못하고 있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일일이 팀원들을 찾아가 면담을 해보았다.


그 결과, 내 성격이 정말 문제가 아님을 깨달았다.

왜냐면, 그들에게 피해를 줘서가 불편한 게 아니라 '그냥 내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진짜 이유였기 때문에.


일을 하러 만난 회사에서 일이 아닌 성격 때문에 남들의 눈치를 보며 웅크리고 살아야 할 이유가 있을까?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대한 대답은 '절대 아니다'였다.


맡은 일은 최선을 다해 스스로 마무리했고, 언제나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했다. 그런데 단순히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꼴이 맘에 안 들어서,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제시해서 내가 튄다니? 그건 그 사람 눈에만 튀는 것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곧장 팀장님을 찾아가 고민상담을 했다. 그러자 돌아온 대답은,


"권 대리가 ㅇㅇ씨한테 맞춰주는 건 좀 그러니까 맞춰줘요. 윗사람한테 맞춰주는 것도 사회생활이야. 조직 분위기에 맞출 줄 알아야지. 안 그래?"


저 말을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대리의 사수가 팀장이었지'였다. 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는 터무니없는 소리를 듣고 있으니 굉장한 허탈감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감정노동인가 싶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머뭇거리며 알겠다고 했겠지만 나는 아니었다.






"저는 그러고 싶지 않습니다. 언제까지 맞춰주는 시대에만 머무셔야 해요? 제가 아니더라도 앞으로 계속 아랫사람들이 더 많이 들어올 텐데 대리님도 새 시대에 적응해보셔야죠."



후에 이 이야기를 들은 사수가 헉하고 놀랄 만큼 나는 거침없었다. 실제로 그 대리님은 자신의 이름이 걸린 업무에만 열정적이었고, 그 역시도 자신이 책임질 일을 만들기 싫다는 이유로 일을 할 뿐이었다. 우리 팀의 잘못이 아니었음에도 그냥 앞으로 아예 논쟁거리를 만들지 않도록 일하라는 말만 할 뿐, 흔한 위로도 커버도 쳐주지 않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내가 굳이 나를 부하직원으로 아껴주지 않는 사람에게 무조건 친절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정말이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깨달았다. 대리의 사수가 팀장님이니 끼리끼리 남은 사람들이겠구나 하고 말이다.


그래서 미련 없이 사직서를 내밀었다. 이 업종의 일을 하는 회사는 수없이 많지만 꼭 이 회사에 다녀야 할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나를 상처 입히는 대가로 다닐만한 조건도, 장점도 없는 곳이었다.


아직 완전히 이곳을 떠나려면 한 달의 유예기간을 보내야 하지만 나의 마음은 행복이 가득하다.

그 무엇보다 나를 가장 우선시했다는 선택을 한 나를 굉장히 칭찬해주고 싶었기에.

나라도 나를 아껴주고 있어서,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나를 위해 당당히 말할 수 있는 성격이라서 나는 나의 성격이 아주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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