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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요새 Oct 03. 2022

나에 대한 기록

우물 속 개구리

 어렸을 때부터 나는 방목되어 왔다고 생각했다. 형제가 많은 만큼 자식 한 명씩에 대한 부모의 관심도가 적을 수밖에 없었고, 나는 그런 집안과 그런 부모를 이해했다. 내가 무언가를 결정할 때 나는 오롯이 나의 결정만으로 선택했다고 믿었다. 엄마한테 묻는 것은 그저 내 자신의 결정에 대해 확신을 얻기 위해서였음이라고 자만했다.


 어느 새벽, 잠든 형들 옆에서 스탠드를 켜고 공부하던 나를 보고 아빠가 “공부 그만하고, 어서 자라.”라고 하셨을 때, 나는 그저 열심히 공부했다. 내 미래를 위해서라고, 다른 친구들처럼 부모가 사켜서 하는 게 아닌 미래의 내가 걱정되서 공부하는 거라고. 그렇게 자위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이 오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껏 살았던 내 인생 곁에는 엄마와 아빠가 있었고, 그들이 내 생각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너네 엄마 참 대단하다. 그 가난했던 집안에서 너 교정까지 시켜주고”라던 고모의 말을 들었을 때, 자식의 꿈을 위해 일 년간 새벽기도를 다녔단 사실을 알았을 때.


내 자립심의 원천은 나의 힘이 아니라, 자립심이 강하도록 키운 부모님이었다. 내 삶은 방목되었던 것이 아니라, 새로운 공간으로 뛰쳐 나왔다고 믿는 그저 우물 속 한 마리의 개구리였다.

 

그리고 그 우물은 부모님의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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