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죽음 앞에서 – 오빠의 제상(祭床) 앞에서 1

by 하울

그 남자가 왔다. 칠월칠석, 오작교를 건너온 모양이다.

어둠이 가장 짙게 내려앉은 시간, 제상 위에 뽀얀 밥을 올리자 어스름한 기운 하나가 들어선다.

잠시 머뭇거리다 병풍을 등지고 앉는다.

촛불은 절하는 사람들의 숨결에 이리저리 흔들린다.


허리가 꾸부정한 엄마가 그리움이라는 술을 따르자,

다소곳이 서 있던 그녀의 딸은 용서라는 절을 울린다.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제상의 주인은 내 오빠다.

오빠는 엄마에게 알뿌리 같은 존재였다.


땅속 깊이에서 물과 양분을 빨아들여 제 몸에 저장하는 고구마 같은 아들.

하늘을 덮을 만큼 빼곡한 잎들의 몸부림,

그리고 원뿌리의 성장을 위해 애쓰는 곁뿌리들의 노력으로 완성되는 존재였다.

그 아들 때문에 엄마는 늘 가슴이 시퍼렇게 멍들어야 했다.


자손이 귀한 집안의 며느리였던 엄마의 어깨는 무거웠다.

연거푸 아들 둘을 잃고 난 뒤, 그녀의 가슴은 상처로 너덜너덜해졌다.

삶의 기운이 다한 듯 누렇게 시들어갈 때, 얻은 자식이 오빠였다.


그래서 하늘을 우러러 별을 따는 심정으로 귀하게 키우고 싶었지만,

별은 바람만 불어도 쉽게 지쳐 쓰러지는 여린 잎이었다.

깜깜한 밤에도 십 리 길을 버선발로 오가던 엄마의 등에

열로 상기된 오빠가 업혀 있었다.


아들의 목숨줄을 부여잡고 다니느라, 얼마나 애간장을 태웠을까.

그 시절, 아들을 알뿌리로 여기던 엄마는

연달아 딸 셋을 더 낳았지만 삶의 영토를 넓히진 못했다.


형편은 쪼들렸지만, 오빠로 인해 엄마의 삶은 싱싱했고 단단했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독점한 오빠 때문에,

여동생들의 행복은 늘 뒤로 밀렸다.


튼실한 알뿌리를 위해 곁뿌리들이 희생하듯,

나 역시 오빠를 위해 웅크리고 양보하며 살았다.

‘아들’이라는 훈장을 앞세운 오빠는

동생들의 몫을 당연히 자기 것으로 여겼다.


도움을 받아야 할 내가,

오히려 목에 걸린 가시 같은 그의 가방을 들고 등교해야 했다.

동생들도 발에 맞지 않는 구두처럼,

오빠의 비위를 맞추며 살았다.


죽 끓듯 변덕스러운 그의 욕망 때문에

우리는 늘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그로 인해 일찍 깨달았다

엄마는 우리가 의지할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바람이 불면 바람보다 먼저 엎드리는 법부터 배웠다.

세월이 흘러도 오빠는 달라지지 않았다.

점점 더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일에만 열중했다.


손톱 여물 썰 듯 모은 가산을 다 물려주고도

눈치만 살피는 엄마를 이해할 수 없었다.

우리는 각자 푸른 멍 하나씩을 품고, 마음에서 엄마를 내쳤다.

이전 04화4. 죽음 앞에서 – 그립습니다 아버지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