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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현 Feb 08. 2024

어떤 약속

promise는 약속이다. 새끼 손가락 걸고 하는 약속일 수도 있고, 정치가가 미래세대에게 하는 약속일 수도 있다. 약속은 미래와 관련된 일이다. 그래서 앞으로, 미래라는 의미가 있는 접두사pro-가 쓰였다. 미래, 혹은 앞을 의미하는 pro-는 앞으로 투사한다는 project, 앞으로 끌어내어 생산한다는 뜻의 produce 등에 사용된다. -mise는 보내다, 던진다는 뜻의 mittere에서 왔다. 


mittere는 보내다, 던진다는 뜻의 어원으로 미션mission에도 사용된다. mission은 선교나 임무, 사명이다. 선교는 종교를 전파하는 일이다. 낯선 곳에서, 다른 신앙과 다른 믿음체계를 가진 사람들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닐 뿐만 아니라 종종 위험하기도 하다. 임무, 사명이라는 말은 생각보다 훨씬 무겁다. 톰 크루즈가 주연한 <미션임파서블>은 이런 미션의 의미를 다소 희화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미션이라는 이름 자체가 제목이었던 영화가 있었다. <미션>이다. 영화는 18세기 남미 파라과이 정글로 파견된 예수회 선교사 가브리엘과 포르투갈 식민주의자들 사이의 갈등을 기본얼개로 한다. 어떤 면에서 본다면 아직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을 선점하려는 예수회와 제국주의와의 투쟁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낯선 문명의 손길을 거부하던 원주민들의 마음을 열었던 것은 새로 파견된 신부, 가브리엘의 오보에 였다.  


영화의 주제가로 알려진 <가브리엘의 오보에>는 사라 브라이트만의 <넬라 판타지>로 다시 태어났다. 원래 가사가 없는 음악이었지만, 이 노래에 흠뻑 빠진 사라 브라이트만이 가사를 붙이고 노래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엔리오 모리코네에게 사정사정했다는 사연이 있다.


https://youtu.be/V-m5u0OFF_E?si=zFuej45RVBUSNiKk


영화는 1986년에 개봉되었지만, 나는 아마도 고등학생정도 였을 때 봤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연배우로 등장했던 로버트 드니로나 제레미 아이언스의 이름을 외우고 다녔던 것은 그보다 훨씬 더 후였는데, 여기에 리암 니슨도 출연했다는 것은 이 글을 쓰면서 알았다.


미션mission이 선교라면, missionary는 선교사라고 할 수 있다. 동사뒤에 붙어서 ~하는 사람을 나타내는 접두사는 대표적으로 –er 이 있지만, -ist, -nt등이 있다. missionary에는 mission과 형용사나 명사형태를 만들어주는 –ary가 결합되었다. -ary는 ~에 소속되어 있는, ~와 연결된 이라는 뜻이다. 여기서는 mission, 곧 선교에 소속된 사람 이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ary가 붙는 다른 단어들도 비슷하다. boundary, dignitary, diary, documentary, imaginary 등도 해당한다. 


dignitary는 고위공직자를 의미한다. dignity는 존엄성, 위엄, 그리고 명예와도 관계가 있는 말이다. 고위 공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존엄성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볼수 있겠다. 과거엔 그랬나 보다. 고위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희화화 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현대시대엔 단어의 어감이 좀 변해야 하지 않을까. 


imaginary는 말 그대로 상상에 속한다는 뜻이다. 흔히 imaginative와 많이 혼동하는데, imaginative는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뜻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것과 상상에 속한 것은 의미가 다르다. 유니콘은 상상속의imaginary 동물이지만, 그런 유니콘을 상상해 내는 것은 상상력이 풍부imaginative 해야 가능할 것이다. 


아마도 인간이 가장 멀리 던지듯 보낼수 있는 것은 미사일missile이 아닐까. 현대과학문명이 만들어낸 미사일은 일반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종류도 많고 기능성 미사일도 많다. 대륙을 넘나들기도 하고, 움직이는 표적을 집요하게 쫓아가서 파괴하기도 한다. missile에는 promise, mission에 공통되는 같은 어원이 있다. 공통의 어원은 mittere 보내다, 던지다, 가게한다는 뜻이다. 


mittere에서 mit-부분만 나타나는 단어들도 있다. emit은 밖으로 내보낸다는 뜻이 있다. 배출하다는 뜻의 명사형으로는 emission이라고 쓰는데, 역시 같은 어원으로 구성되었다. 밖으로e- 내보내는mit-것이다. 비슷하게 연상되는 다양한 단어들도 대부분 같은 어원을 갖고 있다. 전송한다는 뜻의 transmit은 가로질러trans- 보낸다mit는 뜻이다. 돈을 송금하다, 면제한다는 뜻의 remit 역시 동일한 어원을 갖고 있다. 


2007년 데이빗 크로넨버그 감독의 영화 <이스턴 프라미스Eastern Promise>가 있었다. 제작 연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영화를 봤던게 이렇게 오래전이었나. 생각해 보니, 처음 나왔을 때 보았고, 얼마 전에 다시 본 기억이 난다. 괜찮은 영화는 두 번봐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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