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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바로 “네가 티비야!”

by 현현

유튜브에서 브라운관을 거쳐 런던의 지하철까지


Youtube라는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런던의 지하철을 종종 tube라고 부르는데, 혹시 관계가 있을까? "튜브(tube)"라는 단어는 유튜브(YouTube)라는 가장 대표적인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하면서 동시에 런던 지하철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고, 또 옛날 구식 텔레비전의 브라운관을 생각나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튜브(tube)는 라틴어 "tubus"에서 비롯된 단어로, "속이 비어 있는 관(管)"을 뜻한다. 이 단순한 형태는 물을 흘려보내거나 공기를 전달하는 기본적인 도구에서 시작해, 현대 기술과 대중문화의 상징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초기 영어에서도 튜브는 기본적으로 "속이 빈 관"이라는 물리적 의미를 유지하며 사용되었지만, 기술과 발명이 발전하면서 이 단어는 상징적이고 구체적인 의미를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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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중반, "tube"는 텔레비전과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했다. 초기 텔레비전 기술에서는 브라운관(CRT, Cathode Ray Tube)이 사용되었는데, 이는 전자빔을 사용해 화면에 영상을 형성하는 방식이었다. 이 브라운관의 "튜브"라는 물리적 구조 때문에 텔레비전 자체가 종종 "tube"라고 불리게 되었다.

“What's on the tube tonight?”

이 표현은 텔레비전이 대중 문화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는지를 보여준다. 흥미로운 점은 브라운관이 텔레비전의 기술적 핵심에서 벗어난 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국 등지에서는 텔레비전을 "tube"라는 은어로 부르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경우는 많다. 우리는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도 여전히 hang up the phone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Hang up 이라는 표현은 수화기를 걸어 올려 전화를 끊던, 전화기의 초기 물리적 형태에서 비롯된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리고 동영상을 앞뒤로 감기를 할때도 역시 과거 테이프를 돌릴 때 쓰던 표현 rewind와 같은 표현이 사용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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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be"는 영국 런던에서 "지하철"의 대명사로도 사용된다. 19세기 말, 세계 최초의 지하철 시스템인 런던 지하철이 개통되었을 때, 당시 터널은 둥글고 관 모양(tubular)으로 설계되었다. 이러한 구조적 특징 때문에 "The Tube"라는 별칭이 자연스럽게 붙게 되었다.


2005년에 등장한 유튜브(YouTube)는 "tube"라는 단어에 또 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유튜브의 이름은 "you"와 "tube"의 결합으로, "당신만의 텔레비전"이라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tube"는 텔레비전을 의미하는 은유적 표현으로 사용되었다.


유튜브는 단순히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를 넘어,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관"이 되었다. 굳이 초창기 티비의 브라운관과 나란히 병렬해서 표현한다면, 브라운관이 디지털관으로 진화한 셈이다. 하지만, 초기 텔레비전의 브라운관이 정보를 한 방향으로 전달하는 매체였다면, 유튜브는 양방향 소통과 창작의 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tube"의 개념을 혁신적으로 확장시켰다고 볼 수 있다.


런던의 지하철 "Tube"와 유튜브(YouTube)는 얼핏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이 둘 사이에는 흥미로운 연결점이 존재한다. 지하철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을 물리적으로 연결하고, 유튜브는 전 세계 사람들을 디지털 공간에서 연결해준다. "tube"라는 단어는 결국 연결과 전달의 메타포로 작용하며, 다양한 맥락에서 사람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돕는 매개체로 발전한 것이다.


"tube"라는 단어는 단순히 물리적 구조를 넘어, 기술과 문화, 소통의 매개체로 진화해왔다. 브라운관에서 런던 지하철, 그리고 유튜브까지, 이 단어는 시대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재해석되고 확장된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tube"가 어디에서든 "전달", "소통", "연결"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내포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수영장에서 사용하는 "튜브" 역시 "tube"의 어원관계가 있다. 수영 튜브는 속이 비어 있는 관(管)이라는 "tube"의 물리적 속성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이다. 라틴어 "tubus"에서 비롯된 "tube"라는 단어는 원래 공기나 액체를 전달하거나 담을 수 있는 속이 빈 원형 구조를 의미했다. 수영 튜브 역시 공기를 주입해 부력을 만들어내는 속이 빈 구조물이므로, 단어의 기본적인 물리적 의미와 완전히 일치한다.


"tube"라는 단어는 기술과 문화, 그리고 인간이 서로서로 연결되고자 하는 본능이 어떻게 언어 속에 녹아들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브라운관에서 시작된 텔레비전, 둥근 터널의 지하철,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을 연결하는 유튜브까지, "tube"는 단순한 관(管)이 아니라, 지하철을 통해 사람들을 연결시키며, 세상과 사람을 이어주는 아주 물리적인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수많은 SNS를 생각해보면, 오늘날 많은 현대인들은 자신만의 텔레비전을 하나씩 갖고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맞는 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각자의 텔레비전에 서로서로가 출연자가 되어 세상을 조밀하게 연결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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