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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리얼의 진심은 크로아상에

알고리즘영단어:cereal, croissant, sincerity

by 현현

많은 현대인들은 간단한 아침식사로 씨리얼cereal을 먹는다. 최소한 광고는 그렇다고 말하는 것 같다. 여행지의 호텔에서 나오는 조식에는 대부분 다양한 씨리얼이 준비되어 있다.


곡물이라는 뜻을 가진 씨리얼Cereal 은 로마신화에서 대지, 혹은 땅을 지배하는 여신을 의미하는 케레스Ceres에서 유래한다. C로 시작하는 말들은 소리가 K로 시작하기도 하고 S로 시작하기도 해서, 케레스는 종종 세레스로 읽히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스 신화의 데메테르Demeter와 동일한 것으로 여겨진다. 케레스는 곡물과 다산, 농업과 모성을 상징하는 여신이다. 농업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사투르누스Saturn의 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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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하게 데메테르는 아래를 의미하는 de와 어머니를 의미하는 meter로 구성된다. 지하의 어머니, 혹은 땅의 어머니라고도 볼 수 있다. 데메테르Demeter의 이름에서, meter는 어머니를 의미하는 부분이다. 영어식 발음으로도 mother는 meter와 비슷하지만, 독일어로는 mutter로 더 근접하게 느껴진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위쪽 방향은 하늘을, 아래쪽 방향은 땅을 의미한다. 데메테르는 아래쪽의 어머니라는 말이니까, 결국 땅의 어머니라는 의미가 된다. 동서양 모두 땅은 주로 어머니로 비유된다. 영어에 mother nature 라는 표현이 있는 것처럼 자연은 기본적으로 땅을 바탕으로 한다.


땅은 모성과 연계된다. 자연은 위대한 어머니라는 표현에는 땅의 의인화에 대한 인간의 직관이 투영되어 있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대지의 여신은 Gaia다. 땅을 의미하는 geo는 여기서 파생되었다. 여기서 만들어진 단어들은 모두 땅과 관계되어 있다. 지질학geology, 지리학geography, 지열geothermal이 있다.


인간의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곡물은 모두 땅에서 자란다. 케레스Ceres는 그래서 곡물과 관계가 깊다. 곡물을 자랄 수 있게 한다는 의미에서 뭔가를 자랄 수 있게 하고, 생산할 수 있게하고, 뭔가를 만들 수 있게 하는 뜻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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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얼cereal에서 곡물의 여신 케레스를 찾을 수 있지만, 뭔가를 창조한다는 뜻의 create에도 역시 ceres의 흔적이 남아있다. 케레스의 cer-의 형태는 종종 cre-의 형태로도 나타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자란다, 커지다는 기본적인 뜻은 동일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것을 만들어 내거나 생산하고 변화시키는 의미를 갖고 있는 단어들이 관계가 있다.


여흥을 즐기다recreate, 변화시키다procreate 등도 모두 케레스와 관계가 있는 단어들이다. 케레스를 매개로 한다면, 모두 씨리얼cereal과도 관계가 있는 말들인 셈이다. 은행에서 이자가 붙는 것처럼 어떤 가치가 저절로 더 많이 생겨날 때 accrue라고 하는 것도 해당한다. crue-는 cer-의 변형이다.


영어로 편지를 쓸 때 마지막 인사말로 흔히 sincerely 라는 말을 덧붙인다. 직역하면, 진심을 담아, 정도의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Sincere는 진실된, 순수한 이라는 뜻이다. 명사형태로 sincerity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단어 역시 케레스Ceres와 관계가 있다.


Symphony에서 보는 것처럼, 흔히 sym, sin, 등의 접두어는 똑같은same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 의미에서 sincere에서는 하나에서sin- 자랐다cere-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 뿌리에서 났으니, 다른 것과 섞여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진심으로, 솔직한, 진실된 이라는 의미로 사용된다.


뭔가를 위로 자라게 하거나increase 아래로 자라게decrease 하는 것에도 같은 어근, cre-이 포함되어 있어서 자라나고 증가한다는 기본적인 뜻을 갖고 있다. 다만 증가하는 방향이 위increase라면, 더 많아지는 것이고, 아래decrease라면 더 적어지는 것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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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자주 먹는 크로아상croissant도 역시 관계가 있다. 크로아상은 버터가 포함된 둥근 패스트리 종류의 빵인데, 모양이 초승달crescent 처럼 생겼다. 프랑스어로 크로아상은 증가하다, 올라가다는 뜻으로도 사용된다. 올라가고 증가하는 것은 초승달crescent과 무슨 관계가 있을까?


단어의 생김으로만 본다면, 초승달crescent는 자라는 달이라는 의미가 된다. 케레스에서 파생된 cre-덕분이다. 달의 변화는 보름달이 되면 다시 작아졌다가, 다시 초승달에서부터는 점점 커져간다. crescent는 그런 의미에서 자라나는 달이라는 의미가 적절해 보인다. 초승달은 표준어이고, 여전히 초생달이라는 표현도 자주 쓰이는 것 같다. 초승이나, 초생이나, 증가하고 오른다, 생겨난다는 뜻의 승昇이나 생生이 사용된 것은 매우 정확한 번역인 것 같다.


영어의 crescent는 프랑스어의 크로아상croissant에 해당하고, 이것은 크로아상 샌드위치에서 보는 것처럼, 초승달 모양이다. 결국 시리얼과 크로아상이 아침 식사로 먹기에 괜찮은 조합인 것이, 이름에서부터 서로 친밀한 관계가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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