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날, 쇄빙선을 타자

오로라호를 타고나니 기차가 끊겼네

by 엄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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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라호는 아바시리역에서 버스 타면 10분, 걸어서도 30분 정도 걸린다.

보통 예약가능한 시간은 09:30 / 11:00 / 12:30 / 14:00 / 15:30

그런데 간혹 함정카드처럼 8:00 시간이나 16:40 타임이 열리기도 한다. 이건 기상에 따라 관측 가능할 때 열린다. 금/토요일에 열린다거나 하는 그런 규칙적인 거 아니니까 기대하지 마시고.


아바시리에서 삿포로로 가는 기차 시간도 엄청 애매해서, 10:30 하고 2:30 넘으면 가는 기차가 없나. 그래서 아침 두 타임 예약을 못하면 그냥 하루를 더 지내는 방법뿐이다.

시간은 없는데 쇄빙선과 유빙워크를 둘 다 하고 싶다면

전날 밤에 와서 자고 8시 쇄빙선 타면 9시 좀 넘어서 내린다, 버스 타고 역에 가서 9:50 유빙 열차를 타고 1시까지 우토로 온천 가서 1시 유빙워크 하고 돌아오면 아바시리에 하루 머무르면서 다음날 6시경에 삿포로 이동하는 기차를 타면 약 48시간 안에 해치우고 돌아올 수 있지만 그건 티켓과 운이 닿아야 하는 007 작전 같은 것. 물리적으로 가능하지만 날씨와 체력과 운이 다 있어야.. 가능하면 체류를 2일을 잡아야 좀 가능한 일정이다.


막상 된다면 막 피곤한 일정은 아니다. 어차피 배 타고, 기차 타고 그런 거라서.

그래도 이왕 다음에 시레토코를 간다면 하루 묵으면서 자연을 더 보고 싶긴 하다.

아바시리 시내도 관광 전혀 못했고(후회는 없지만).


우야든 둥 8시 티켓을 예약했다. 삿포로로 내려가는 기차는 10:30 정도라서 어린이가 잠든 새벽에 짐을 싸들고 아바시리 역 코인로커에 다 넣어뒀다. 어린이한테는 전날 얘기하고 혹시 깨면 넷플릭스 봐도 좋다고 열어주고 쪽지 두고 감. 어린이 불안할까 트렁크와 짐을 둘러메고 달려서 역 코인로커에 넣었다. 밤 12시를 넘겨서 짐 보관이 안 돼서 전날 밤에 두고 갈 수는 없었다.

짐 무사히 넣고 의기양양하게 어린이에게 돌아와 배를 타러 갔다 몸도 짐도 가뿐.

가는 길에 배에서 먹을 간식 겸 아침도 사고 배를 타서 창가자리에 앉았다. 유명한 유빙 사이다와 유빙맥주도. 아침 8시부터 뭔 맥주냐 싶지만 또 여기까지 와서 이걸 안 먹기는 아쉽지. 유빙을 생각하게 하는 예쁜 파란색 맥주, 맛은 그냥 맥주. 사이다는 밀키스 같은 소다맛.

















아침 8시에 열린 건 오늘 날이 좋아서(?) 유빙이 가득 내려와 있단다. 선착장에 바다 유빙 상황이 전광판에 나온다, 아 기차역에도 빙하 상황표를 볼 수 있다. 쇄빙선이 한 10분 이동할 때는 그냥 바다인데 서걱 하고 배에 얼음 갈리는 소리가 난다. 밖에 나가니 배가 얼음 가운데로 들어가는 중이다. 오오 신기해라.

어린이도 신기하다고 좋아한다, 처음 본다고. 그럼, 엄마도 처음 본다.

배가 나갈수록 좀 더 갈수록 넓적하고 커다란 얼음판이 가득하다. 소리도 신기하고 배 난간에 한참 매달려서 구경했다. 추우면 뭐 어때. 올빼미처럼 어린이를 뱃속에 가두고 한참 구경했다.


승선시간은 1시간가량이다. 내렸는데 역으로 가는 9시 버스는 이미 출발했네. 버스가 많지 않고 간격이 길다. 어린이와 부지런히 30분가량 걸어 역에 도착했다. 그런데 두둥, 기상상황 때문에 아바시리에서 삿포로 가는 기차가 운행 중단. 뭐라고요.


여기는 맑은데 삿포로나 아사히카와, 홋카이도 섬의 서쪽에는 눈이 와서 기차가 운행을 안 한대요.

아니 저 낼모레 집에 가야 하는데. 숙소도 비싼데 잡았는데

아니 오늘이 눈 오기 시작하는데 지금 끊기면 내일은 갈 수 있나요 그것도 모르잖아요. 패닉

옆에 물어보니 기차는 끊겼고, 어떻게 될지 모르고 확실하게 운행 가능한 건 버스 터미널인데 삿포로까지 8시간 정도 걸린다고 한다. 살려주세요. 저도 타기 힘든데 초3에게는 완전 무리입니다.


그나마도 다 매진이고 16:30에 2자리 남았다고, 애가 딸린 나를 보고 인포에 계신 분이 터미널에 전화해서 전화로 예약해 주셨다. 가서 돈 내면 된다고. 우왕좌왕 한참 하고 지금 10시 좀 넘었는데 16:30까지 기다리나요 버스... 될까요. 온통 혼돈에 빠져있는데 아바시리 역에서 자원봉사 하시는 기예르모 토토로 닮으신 외국인 도우미분이 다른 사람들은 일단 구시로(섬의 동쪽 방향)로 가서 그쪽에서 갈아타고 가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거기서 삿포로까지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런 방법도 있다고 일단 얘기해 주셨다.


파파고와 아저씨를 동반해서 티켓에 물어보니 그때까지 운행이 계속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10:10 현재 아바시리-구시로, 구시로-삿포로 방면 기차가 운행 중이란다. 아바시리-구시로 3시간, 구시로-삿포로 4시간 30분. 버스랑 진배없지만 일단 기차가 훨씬 편하고 화장실도 있으며 뻑하면 구시로에 내려서 하룻밤 자던가. 버스 8시간도 보통 때 얘기지 눈이 오면 더 밀릴 수도 있으니. 나라면 냅다 타겠지만 애랑 같이 이동하려니 꽤 갈등이 되지만 일단 빠르게 결정, 타자 10:24 구시로. 일단 벗어나자.

토토로 아저씨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일단 모르겠고 탔다.


타고나서 인터넷으로 계속 알아보니 약간 강원도에 눈 많이 오듯이 일본에서도 동쪽-산맥의 왼쪽은 눈이 자주 오고, 서쪽-산맥의 오른쪽은 눈이 덜 온단다. 그래서 직행으로 아사히카와 통해서 내려가는 것보다 구시로로 돌아가는 게 눈으로 끊길 확률이 덜하다고.

나야 이렇게 살아왔으니 그렇지만 안전한 거 좋아하는 분들은 패닉 할 상황인 듯.


그래도 내 아이패드에는 건담 극장판이 들어있지, 봐라. 소년

















구시로에서 20분 컷으로 기차를 환승했다. 그 사이에 빵가게 들어가서 빵도 잔뜩 사고

다행히 잘 삿포로까지 갔다. 한 시간 연착하긴 했지만 삿포로 가까이 갈수록 눈이 많이 와서 중간에 내리라고 할까 봐 몹시 쫄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눈은 냅다 왔지만 다행히 삿포로에서 오타루까지는 정상 운행했다.


오타루에 도착해서 둘 다 너덜너덜해져서

내리자마자 숙소 가는 길에 보이는 초밥 파는 가게 들어가서 아무거나 막 시켜서 몹시 먹었다.

전체 일정 중에 밥에 제일 돈 많이 썼지만 후회는 없어, 우리 축하하자.


오래된 할아버지가 맞아주시는 료칸이 고향 같았다.

온 세상이 다정해 보이고 할아버지가 우리 할아버지 같고 - 할아버지 안 계시는 사람

방은 넓고 편안했다. 엉엉

세수하고 나오니 양말도 안 벗고 어린이는 침대 가운데서 자고 있었다.


아.. 손 닦아야 하는데.. 싶었지만 됐어 고생했어 그냥 자자.


















오로라호 예약사이트

11월 초에는 예약을 해야 안전하다, 중순 이후에는 자리가 많이 줄어있다.

https://www.ms-aurora.com/abashiri/reserves/new_next.php?ynj=2026-2-6#reserves_fr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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