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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야 Aug 11. 2023

면이 없는 우육면을 시켰다.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 1. 대만

낯선 현지인 그녀와 함께 도착한 스린 야시장.





 화려한 조명과 함께 다양한 먹거리로 가득한 야시장은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여기에 대만의 선선한 밤공기가 더 해져 비로소 해외에 있다는 게 실감이 났다. 나의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의 첫 번째 미션인 현지인 친구 사귀기는 성공했으니 이제 현지 음식을 먹어 볼 차례였다. 각종 꼬치, 한국에서도 유명한 곱창 국수에 치즈 감자까지. 우리는 하나하나 도장 깨기를 하듯 대만의 맛을 음미했다. 


처음 그녀에게 했던 의심이 미안하리만큼 그녀는 친절했다. 심지어 내 나라에 온 손님에게 대접하는 게 당연하다며 자꾸만 내 몫의 음식값까지 계산해 주었다. 내가 계속 됐다고 했는데도 그녀는 손사래를 쳤다. 


여행지에서의 추억이 더욱 특별해지는 데는 함께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난 대만 친구의 이런 환대에 나는 어느새 이 나라에 대한 마음이 문이 활짝 열렸다. 언젠가 한국에도 꼭 가보고 싶다는 그녀와 인스타그램을 교환하며 나는 말했다.


"그때는 내가 꼭 대접할게! 약속해."





 그렇게 첫날밤을 마무리하고 다음날 아침 8시부터 눈이 떠졌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갈 채비를 마치고, 미리 검색한 딤섬 맛집으로 향했다. 대만의 날씨는 봄이어서 거리는 녹색빛 나무들로 푸르르고 하늘은 새파랬다. 거리를 두리번거리며 걷다가 꽤나 큰 규모의 공원이 하나 보였다. 평소에는 철저한 계획형이지만 여행지에서 나는 예외다. 계획한 일정이 있어도 마음이 끌리는 곳에 발길 닿는 대로 향한다. 나는 한적한 공원 벤치에 잠시 앉아 울창한 나무와 잘 가꾸어진 잔디를 바라보며 대만의 공기를 만끽했다. 


그러다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해 다시 딤섬집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또 가던 길에 내 발목을 붙잡는 곳이 있었다. 길거리에서 허름한 야외 테이블 몇 개를 두고 우육면을 파는 곳이었다. 일단 구수한 냄새부터 나를 자극했고 홀린 듯이 나는 주인아저씨 앞으로 향했다. 


드디어 학원에서 잠깐 배운 내 중국어를 써먹어 볼 시간이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나는 당차게 우육면처럼 보이는 중국어를 가리키며 '저거 하나요.'를 외쳤다. 그러자 아저씨는 약간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진짜?'라고 하시는 것이다. 나는 중국어를 하는 젊은 한국 여자애가 혼자 우육면을 아침 댓바람부터 먹는 게 신기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하고 '네!'라고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나온 내 우육면. 그런데 아무리 뒤적여봐도 소고기와 국물, 그리고 파만 있을 뿐 면은 보이지 않았다. 당황한 나는 아저씨에게 '우육면 아니에요..?' (사실 제대로 된 중국어도 아니었다.)라며 물었고, 아저씨는 내 그럴 줄 알았다며 내가 메뉴판에서 가리킨 메뉴는 우육면이 아닌, '우육탕'이었다는 것. 황당하고 어이없어 웃음이 나왔다. 친절하신 아저씨는 걱정 말라며 곧장 면을 추가해 주셨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대만에서 먹은 나의 첫 우육면은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쫄깃한 면발, 진한 육수, 그리고 부드러운 소고기까지. 그리고 내 주위에는 오직 현지인들로만 가득해서 잠시 대만 사람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서일까. 오히려 이후에 갔던 딤섬집의 요리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여행 중, 계획 없이 우연히 들른 장소에서 맞이한 뜻밖의 행복은 배가 된다. 내 첫 해외여행에서 깨달은 사실이다. 그래서 이때부터 나는 더욱 즉흥적인 여행을 사랑하게 되었다. 



"씨에씨에.(고마워요.) 우육면 아저씨!"







프롤로그 [나 홀로 여행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여행에는 세 가지 규칙이 있습니다.

첫째, 혼자 떠나기.

둘째, 현지인 친구 사귀기.

셋째, 현지인처럼 살다오기입니다.


지난 화 [인신매매 위협을 느끼다.]

https://brunch.co.kr/@soyayspain/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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