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
느리고 넉넉한 산문 일기의 한 자락에서 잠시 쉼의 글을 남깁니다.
느리고 넉넉한 산문 일기는 제가 지난 10여 년 간 써온 일기에 초안을 두고 짧게는 한두 달에서 길게는 수년간 다듬은 글들을 내놓고자 만든 시리즈입니다. 제목 아래 써둔 날짜는, 초안이 된 일기를 처음 쓴 달을 적어둔 것입니다.
처음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제 산문과 생각을 나누었을 때, 많은 분들이 제 글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독려해 주셨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과정에서 글로 맺어진 인연도 있었고, 일면식도 없는 제게 인생을 상담하겠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제가 보는 관점을 나누고, 삶의 방식에 대해 가장 면밀히 공유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쓴 글을 나누는 것을 어려워했던 적도 많았지요.
또한 글을 쓰고 공개하는 것은, 저의 내밀한 면을 보여줌과 동시에, 스스로 부족함을 인정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족함을 받아들이고, 드문드문 글을 내어 놓기 시작하면서 작은 변화들이 생겼습니다. 글을 쓰고 싶다는 저의 욕심보다도 먼저 글을 계속 쓰라고 독려해 주시는 분도 계셨고, 제가 쓴 글이 SNS에서 하루아침에 100여 개의 '좋아요'를 받은 적도 있었고, 현대 기업의 아산재단에서 주최하는 글 공모에서 본선에 든 적도 있었고, 악보집의 작은 글 한편에 제 이름을 올리고 출간하는 경험도 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공개적인 곳에서 꾸준히 글을 아카이빙 하겠다는 결심은 변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써온 산문 일기이자, 산문 시, 그리고 다양한 음악에 관한 글들을 잠시 미루어 두고, 쉬어가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그동안 여러 매체에 글을 써보니 아무도 보지 않는 것 같은 공간인 것만 같아도, 잊을 만하면 궁금해하시고 메일을 주시는 분들이 더러 계셨습니다.
그리하여 신년을 맞아 산문 일기의 의미도 알릴 겸, 휴재도 알릴 겸, 새해 인사를 전하고자 글을 올립니다.
느리게 넉넉히 글을 쓰고자 하는 저와 산문 일기의 콘셉트에 맞게 많은 글 재료들을 저장해 두고, 초안을 정하고 다듬어서 조만간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