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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veLife Apr 23. 2020

중국 여행 프롤로그

2007년 북경 출장을 시작으로 2016년 실크로드까지 중국을 5번 정도 다녀왔다. 그중 북경과 상하이는 4대 직할시이자 거점도시로써 두세 번씩 발도장을 찍었고,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중심으로 옛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요녕성과 길림성을 돌기도 했으며, 상하이를 시작으로 강소성과 절강성의 수향 마을을 지나 운남성을 거쳐 서안에서 시작되는 실크로드의 일부 구간을 훑기도 했다.


왜일까? 왜 나는 중국을 이렇게도 자주, 그리고 오래 여행하게 됐을까? 우리나라와 지리적으로 가깝고 문화가 비슷해서?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사람의 기운이라는 게 있어서 어느 지역에 있느냐에 따라 그 지역과 나만의 케미스트리가 맞는지 안 맞는지 금방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하면서 이런 말을 종종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난 이 지역과 안 맞아." 혹은 "정이 안 가." 물론 나에게도 저런 말이 본능적으로 툭툭 튀어나온 곳들이 꽤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중국에선 한없이 안정되고 편안한 느낌을 받았다.


다시 말하면 나는 체질적으로 중국과 잘 맞았다. 그들의 다양한 성조와 특이한 발음이 재미있어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고, 홍콩 영화보다는 장이머우나 천카이거 감독의 묵직한 대륙 영화를 더 좋아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방대한 스펙트럼의 지역 음식을 섭렵하는 경험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선사해 주었다.

볶음면도 지역에 따라 면의 굵기나 모양이 다르고, 하물며 양꼬치에 발라주는 향신료조차 동네마다 달랐다. 여행 중 명절을 맞아 들른 마트에서 우연히 발견한 월병을 사 먹고 그 어느 베이커리의 빵보다 맛있었던 기억이 난다. 편의점 아무 데나 들어가서 고른 밀크티마저 감동의 맛이었던 중국은 어느새 여행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와 있었다.


이렇게 중국의 문화를 마음속 깊이 좋아하다 보니 그들의 산업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4차 산업과 AI시대를 맞아 중국은 발 빠르게 다가가고 있었다. 알리바바의 야심작 '로봇 호텔'을 비롯하여, 한국이 페이스북에 맞서 카톡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을 때, 중국은 웨이신(微信, WeChat)에서 채팅 기능을 넘어 QR코드 결제를 대중화하여 현금 없는 상업 체계를 형성해 왔고, 구글 번역기의 기능을 웨이신 안에 구현하여 목소리 녹음과 동시에 번역이 되어 나오는 편리성을 제공했다. (물론 이러한 기계 번역의 오류는 늘 있게 마련이어서 완벽한 번역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그럭저럭 의미 전달은 되는 수준이다.) 또한 최근 코로나 사태로 한국에서는 뒤늦게 온라인 개학이 시작되었지만, 서버 과부하와 접속 불량으로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당면하여 쩔쩔 매고 있는 것에 비해, 중국은 일찍부터 온라인 홈스쿨이 시행되고 있었다.


우리는 중국을 '짱궤', '되놈'이라고 얕잡아 보는 조상들 밑에서 자라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중국을 우리보다 아래로 보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하지만 내가 지난 10년간 눈여겨본 중국은 드넓은 땅덩어리와 어마어마한 인구에도 불구하고, 사회주의와 시장경제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꾸준히 성장하고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속도 조절에 실패한 부분도 간과할 수는 없다. 바로 황사와 미세먼지, 그리고 오늘날 코로나 사태를 발생시킨 취약한 위생 개념이 그것이다. 이 외에도 마인드의 성장 속도와 경제 성장 속도 간의 균형을 저해하는 요소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궁금해졌다.


그런 이유로 나는 지난 여행의 기록과 중국 관련 취미를 다시 꺼내어 새로 정리를 해보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돈을 좋아하는 목체질적 관상과 대륙의 마인드를 가진 그들이 오늘날 이룩한 것은 무엇이며,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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