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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볕 Apr 29. 2024

밥을 먹는 일, 살아가는 일


햇살에 반짝이는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들을 보며

슬픔을 느꼈다.


봄의 설렘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무정한 자연은 벌써 여름을 데려오고 있다.


초록이 눈부신 여름의 길목에서

갑자기 이 글이 떠올랐는지 모르겠다.


모든 '먹는' 동작에는 비애가 있다. 모든 포유류는 어금니로 음식을 으깨서 먹게 되어 있다. 지하철 계단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자장면을 먹는 걸인의 동작과 고급 레스토랑에서 냅킨을 두르고 거위간을 먹는 귀부인의 동작은 같다. 그래서 밥의 질감은 운명과도 같은 정서를 형성한다.
전기밥솥 속에서 익어가는 그 평화롭고 비린 향기에 나는 한평생 목이 메었다. 이 비애가 가족들을 한울타리 안으로 불러모으고 사람들을 거리로 내몰아 밥을 벌게 한다. 밥에는 대책이 없다.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한다. 이것이 밥이다. 이것이 진저리나는 밥이라는 것이다.

-  김훈, <밥 1>, <<라면을 끓이며>>, (문학동네 2015) 중에서


김훈 작가는 그의 글에서

한두 끼를 먹어서 되는 일이 아니라,

죽는 날까지 때가 되면 반드시 먹어야 하는

진저리 나는 것이 밥이라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삶이라는 쳇바퀴를 돌리기 위해

밥을 먹는 일,

살아가는 일.


어떨 땐 버겁고,

어떨 땐 감사하고,

어떨 땐 숭고하게 느껴지고,

어떨 땐 비애에 찬

그 일에 대해 요즘 자주 생각한다.


PS. 브런치 독촉(?) 알림을 받았어요.

요즘은 통 글이 안 써져서 짧은 단상이나마 올려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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