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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니드 Jan 19. 2023

자고로 행사의 기본이란

회의, 시상식 등 각종 식(式)의 개선점

코로나19 방역 수칙이 완화되면서 기본도 안 되는 행사장을 많이 취재하며 내 혈압은 내려갈 줄 모른다. 3년간 잊고 있던 각종 행사장들의 허접함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연말연시 총회와 이·취임식, 종무식, 시무식, 시상식 등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각종 식(式)을 통칭하는 행사가 쏟아지고 있다.


그래서 몇 개월간 있었던 크고 작은 행사를 종합하면서 넋두리하고, 누구라도 행사를 준비하는 이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쓴다.


먼저 행사를 준비하는 임직원 등 실무자들에 대한 내용이다.


행사는 시간이 길면 안 된다. 토론회나 의견을 주고받는 행사가 아니라면, 행사는 짧으면 30~40분 길어도 1시간 이내로 마쳐야 한다. 내·외빈들은 인사말이라든지 축사라든지 시상이라든지 자신의 목적에 의해 왔기 때문에 할 일이 있지만, 대부분의 참석자들은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박수만 치는 들러리화 되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집중력은 40분이면 이미 한참 초과한 상태이다.


그래서 계획을 얼마나 잘 세우느냐가 중요하다. 식의 순서에 따라 전체 분위기, 참석자들의 동선, 자리를 일어났다 앉았다 하는 등 불필요한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실무자들은 행사 순서를 기억하고 역할 분담이 이뤄져야 한다. 순서에 따라 단상을 옮기거나 책상과 의자를 설치해야 할 경우가 있고, 필요한 물품을 준비해야 하며, 내·외빈이 이동하고 또 어리둥절할 때 안내해야 할 필요도 있다. 시상식이 있다면 상패(상장)에 대한 시상자와 수상자의 순서도 알아야 한다. 이 말고도 행사의 성격에 따라 세부내용이 다양하기 때문에 나이의 많고 적음을 떠나서 행사를 주최, 주관하는 기관이나 단체에 속해 있다면 진행요원으로서 행사를 잘 마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진행요원은 최소 3명 이상 배치돼야 한다.


대본의 큰 틀이 있다면 사회자는 필히 읽어보고 자신의 진행 유형에 맞게 단어부터 문장, 어미 하나하나 고쳐야 한다. 전문 사회자가 아니면 대부분 버벅대거나, 대본을 넘기느라 바쁘고, 행사 상황을 지켜보지 못한 채 고개를 처박고 대본 읽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계획을 잘 세웠다면 장비와 시스템을 담당하는 업체와 소통해야 한다. 계획을 미리 전달해 행사의 의도와 내용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거기에 따른 요구사항과 업체에서 요청하는 사안들을 미리 주고 받아야 한다.


가능하면 리허설도 해야 한다. 마이크, 스피커, 빔프로젝터 등 지역이다 보니 각종 장비가 노후화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장비를 미리 확인하고 실무자들이 행사를 미리 경험할 수 있게끔 약식으로라도 해봐야 한다.


빔프로젝터를 사용할 경우, 공간이 허락한다면 빔이 쏘는 방향과 단상의 방향은 구분돼야 한다. 예를 들어 단상이 가운데 있고 사회자가 왼쪽이라면 빔은 오른쪽에 둬야 한다. 빔과 단상을 같은 곳에 놓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경우에는 말하는 이의 얼굴과 머리 또는 상반신에 그려지기 때문에 좋지 않은 모양을 그려낸다. 공간이 협소하다면 차라리 빔을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사진 촬영을 할 거라면 찍히는 사람들의 몸과 시선이 어디를 향하고, 어떤 순서에 찍을지 계획해놓지 않으면 어수선한 분위기가 그대로 사진에 담긴다. 그리고 참가자들은 어줍잖은 스마트폰을 들이밀면서 사진담당자의 촬영을 방해하는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시상식과 같이 기쁜 일을 남기고 싶다면 사회자가 눈치껏 사진을 찍는 가족들이나 지인들에게 기회를 주면 된다. 어쨌든 좋은 사진이 필요하다면 사진담당자에게 공유를 요청하는 게 낫다.


내·외빈들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행사에서 맡은 역할이나 목적이 있기 때문에 실무자들은 이들의 참석 여부를 행사 당일 최소 1시간 전까지는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누군가를 소개했을 때 어색한 박수소리만 흘러나오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다. 또 불참하는 사람 대신 대타를 준비할 상황도 대비해야기에 내·외빈들의 명단과 소속, 직책은 정확하게 확보해야 한다. 나아가, 내·외빈들의 앉을 좌석도 미리 표기해놓으면 더 좋다.


다음은 사회자의 역할이다.


행사의 허리 역할을 하는 사회자는 보통 1명, 많으면 2명이다. 이들은 행사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은 기본이요,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것 또한 사회자의 진행능력에 달려있다. 


사회자는 기본적으로 언변이 있어야 한다. 일반 사람들이 언변이 뛰어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니, 대본 숙지를 완벽히 해서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아나운서 수준의 발음은 어려우니 목소리라도 또렷해야 한다.


사회자는 멀뚱멀뚱 서서 행사를 관람하는 사람이 아니고 주도해야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사회자는 행사 진행상황을 계속 살펴야 하고, 행사의 세부내용에 따라 주인공과 관객들까지 참여자 전부 분위기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즉, TV나 라디오처럼 잠깐의 공백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그리고 장내가 시끄러우면 조용히 시킬 수도 있어야 한다. 자기 대본읽기 바빠서, 관람자의 입장에서 행사를 놔버리면 특히 뒷자리에 앉은 참여자들은 스마트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덧붙여, 적절한 유머도 곁들이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


사회자는 사무국장이나 중간관리자라서 해야 하는 게 아니고 역량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전문 사회자를 부르면 좋겠지만 그만큼 비용을 지불할 정도의 행사는 아니니 이는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끝으로 내·외빈으로 초청받은 대표자들이나 임원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이들의 말 한 마디가 행사를 지루게 만들 수도, 유쾌하게 만들 수도 있다.


이들은 인사말을 하거나 격려사 내지 축사, 시상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한 마디로 말해 ‘짧게’ 해야 한다. 연설하는 자리도 아니니 2~3분 내외로 끝내는 게 좋다.


참여자들은 내·외빈들의 특강을 자진해서 들으러 온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에 내·외빈들은 훈화 말씀은 하지 말고, 적어도 행사의 목적은 알고 와서 인사말을 건네야 한다. 행사의 목적을 몰라 의미 없이 하는 흔해빠진 인사말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말주변이 없다면 미리 적어오는 게 낫다. 읽으면서 중간중간에 관중들과 눈을 마주치면 된다. 수많은 사람들 중 몇 명 안에 들어 대표로 인사하는 것인데 그 정도 정성도 안 들이면 불참해야 한다.


간혹 인사말을 위해 자신의 손바닥에 단어나 문장을 적어오는 경우도 있는데, 글씨가 적힌 손바닥을 보이지 않도록 의식해야 한다. 


또 대표자와 내·외빈들이 단상이나 무대로 나와서 식을 기념하는 의식을 치러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자가 호명하면 바로 나오면 된다. 눈치를 보는 건지 주인공 병에 걸린 건지 모르겠지만 먼저 호명된 사람이 나오면 다음 사람도 자연스럽게 무대에 함께해 있다. 물론 이를 이끌어내는 것도 사회자의 역량이다.


끝으로, 참석자들도 지방방송은 끄고 집중을 해줘야 행사가 순탄히 빨리 마칠 수 있다. 박수를 열심히 치고, 대답할 때 대답 잘하고, 당신의 휴대전화 벨소리 궁금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꼭 진동으로 바꾸고 화장실도 좀 미리 다녀오면 된다. 


행사를 준비하는 사람, 참여하는 사람, 손님으로 오는 사람 등 모두 상대에 대한 배려만 있으면 된다. 


행사는 기본만 지키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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