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뜰살뜰 구구샘 Aug 21. 2024

책 한 권 읽고 투자 = 나락

토스, <더 머니 북>

'토스'에서 책을 냈다. 제목은 <더 머니 북>이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이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와 나란히 인터넷은행 3대장을 지키고 있다. 그곳에서 '돈 얘기'를 한다니 어찌 안 읽어볼 수 있으랴. yes24에서 냉큼 업어왔다.


"오류가 왜 이렇게 많아?"


<더 머니북>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오류가 많았기 때문이다. '오타'가 아니다. '오류'다. 예를 들어 볼까?


[연금저축 수령 시 세금 관련]

391쪽: 연 1200만원 이하로 받으셔야 세금 적게 나와요~

440쪽: 연 1500만원 이하로 받으셔야 세금 적게 나와요~


모순이다.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는데 기준액이 다르다. 나는 왜 이 사달이 났는지 충분히 알 것 같다.


1. 작년까지는 1200만원이 기준이었음

2. 그런데 올해부터 1500만원으로 바뀜

3. 이 책은 올해 초에 나옴

4. 그럼 작년부터 원고를 준비했을 것

5. 이 책은 여러 사람으로부터 원고를 받음.


결론)

-원고 빨리 제출한 저자: 작년 기준으로 설명함

-원고 늦게 제출한 저자: 올해 기준으로 설명함


뇌피셜이지만 그럴듯하다. 이변이 없는 한 이런 이유 때문에 오류가 났을 거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이걸 캐치할 수 있다. 하지만 5년 전의 나였다면? 아마 이랬을 거다


'에이, 토스가 낸 책인데~ 설마 틀렸겠어?'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다르다. 그 사이에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솔직히 <더 머니북>에 나오는 내용, 내가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분야도 많다. '나라면 더 쉽게 알려줬을 텐데...'라고 생각하는 파트도 꽤 있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책 한 권만 읽고 투자하면 나락 가겠네!"


만약 KB국민은행에서 저축 관련 책을 냈다면? 그 자체로 권위가 생긴다. 삼성증권에서 투자 관련 책을 냈다면? 그것도 당연히 권위 뿜뿜이다. 토스뱅크에서 <더 머니북>을 낸 것도 마찬가지다. 아무것도 안 해도 권위가 스멀스멀 흘러나온다. 공신력 있는 기관이 활자라는 매개체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권위 있는 책도 실수를 한다. 그래서 책 한 권만 읽고 투자하면 안 된다는 뜻이다. 조선 제일의 투자자가 쓴 책이라도, 워런버핏 할아버지가 쓴 책이라도 마찬가지다. 책 한 권만 읽고 내 소중한 돈을 박으면 안 된다.


'책 한 권 읽고 투자'가 왜 위험하냐고?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 가장 큰 건 바로 '세금' 때문이다.


부동산 씬을 보자. 2010년대 중반만 해도 '갭 투자 성공기'가 판을 쳤다. 그걸로 큰 부를 일군 사람도 많았다. 개중엔 무용담 책을 판 사람도 한 트럭이다.


그런데 2024년인 지금 그 책을 읽는다면? 그리고 그 사람이 했던 방식 그대로 투자한다면? 쫄~딱 망할 거다. 이유는 바로 세금 때문이다. 2010년대 중반 주택 취득세 메타와, 지금의 메타는 완전 다르기 때문이다. 10년 전 메타 따라 했다간 바로 한강도 아니고 나일강으로 가야 한다. 취득세 중과로 전 재산 탈탈 털릴 거니까.


피 같은 내 돈을 불리고 싶은가? 그럼 관련 책 10권은 읽자. 그전까진 절대 투자하지 말자. 솔직히 말하면 책 100권 읽기 전까진 투자하지 말라고 말리고 싶다. 적어도 100권은 읽어야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 머니북>에는 온갖 돈 얘기가 나온다. 저축, 대출, 주식, 부동산, 보험, 연금 등 종류도 다양하다. 400쪽 넘는 책에 100개의 질답이 있다. 한 가지 주제로 4쪽 정도를 채웠다는 뜻이다.


그런데 돈 공부 좀 해본 분들이라면 무조건 아실 것이다. 쪽 안에 이 내용 절대로 다 못 담는다는 것을. <더 머니북>은 한 권짜리 책이지만, 알고 보면 100권짜리 책을 압축해 놓은 거다. 당연히 지면 상의 문제로 내용을 줄인 것도 많다.


그러니 이 책 한 권만 읽고 적금 깨지 말자. 엄한 곳에 투자하지 말고 기다리자. 가슴이 벌렁벌렁거릴 것이다. 투자하고 싶어서 엉덩이가 들썩일 것이다. 그래도 참아야 한다. 당신의 돈은 소중하다.


대신 오늘은 도서관에 가자. <더 머니북>을 들고 가면 더 좋다. 책에 나온 테마를 각각 뽀갠다는 생각으로 책을 더 찾아보자. 그걸 100번 반복하자. 그럼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

나는 토스가 잘되길 바란다. <더 머니북>이 자본주의를 잘 모르는 초보자에게 유용한 가이드북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내가 발견한 오류들을 메일로 제보했다. 감사하게도 하루 뒤 정성스러운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그 내용을 아래에 공유한다.



<더 머니북> 세심하게 봐주시고 문의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1. 377쪽 말씀 주신 문장은 필자분께 확인 후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수정하겠습니다.

2. 391쪽은 말씀 주신 대로 2024년 상향 기준이 미반영된 것이 맞습니다. 작년에 집필된 원고를 업데이트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있었습니다.


꼼꼼히 살피고 제보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수정은 다음 쇄부터 적용 예정입니다. 너른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럼 평온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참고로 377쪽은 '과세표준'에 대한 얘기였다. 과표 몇 만원 차이에 따라 세금이 몇 십만 원 차이 날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누진공제'를 반영하지 못해 오해를 살 수 있는 내용이라 문의드렸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그냥 욕먹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