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별 Jun 20. 2024

환절기


때마다 입을 것을 찾고 개키고, 옷장 한켠을 들어내고 메꾸는 중노동. 겨울엔 뜨거운 카페인, 여름엔 차가운 카페인 고정비용을 지출하며 가까스로 벌어들인 돈으로 계절감이란 놈에 맞춘 끝없는 소비. 알러지, 바이러스와의 사투.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배달... 아니, 폭우니 폭염이니 폭설이니 하는 것들이 끊임없이 발목을 잡는 (가끔 눈물도 찔끔 흐를 만큼) 아름다운 사계절을 감당해야 하는 민족. 여름과 겨울 중 어떤 계절이 좋은가요? 하는 물음에 선거철인 듯 차선책을 택하고 마는 한 서린 민족. 너와 나는 언제나 지겹게 이어지는 계절 속이지만, 새로운 그것이 찾아오는 내음을 맡을 때면 언제나-


사막에/ 모래보다 더 많은 것이 있다./ 모래와 모래 사이다.


이문재 시인의 <사막> 한 구절이 생각난다. 계절보다 깊게 스미는 시절은 계절과 계절 사이. 좁다란 사잇길을 지나는 우리는 늘 예민함에 시달리지만, 그리하여 작은 변화의 온기를 느끼기도 쉽다. 달력을 넘기는 것에는 아쉬움이 스치나 계절이 넘어가는 것에는 추억이 서린다. 솜털에 닿는, 한때는 습하고 때로는 메마른 공기를 타고. 차가운 성과보다 뜨거운 성장을 마주 보게 해주는 고마운 시간의 구분선.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환절기가 좋습니다.


목요일 연재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