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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Apr 14. 2022

미당 서정주의 「상가수의 소리」

우리 문학 이렇게 읽기(30)

  질마재 상가수의 노랫소리는 답답하면 열두 발 상무를 젓고, 따분하면 어깨에 고깔 쓴 중을 세우고, 또 상여면 상여머리에 뙤약볕 같은 놋쇠 요령을 흔들며. 이승과 저승에 뻗쳤습니다.


  그렇지만, 그 소리를 안 하는 어느 아침에 보니까 상가수는 뒤깐 똥오줌 항아리에서 똥오줌 거름을 옮겨 내고 있었는데요. 왜, 거, 있지 않아, 하늘의 별과 달도 언제나 잘 비치는 우리네 똥오줌 항아리,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붕도 앗세 작파해 버린 우리네 그 참 재미있는 똥오줌 항아리, 거길 명경으로 해 망건 밑에 염발질을 열심히 하고 서 있었습니다. 망건 밑으로 흘러내린 머리털들을 망건 속으로 보기좋게 밀어넣어 올리는 쇠뿔 염발질을 점잔하게  하고 있어요.


  명경도 이만큼은 특별나고 기름져서 이승 저승에 두루 무성하던 그 노랫소리는 나온 것 아닐까요?

- 서정주, 「상가수의 소리」 전문(『질마재 신화』, 1986)


  상가수는 상여 앞에서 망자를 저승으로 인도하는 소리꾼이다. 상가수는 이승의 소리를 저승에 전하는 자이며,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선 사람이다. 그의 소리는 ‘껄껄하게 걸리는 소리, 상처투성이의 소리, 카오스의 소리, 비틀어지고 자빠지고 깨진 소리’이다.


  상가수의 소리에는 망자를 보내는 산 자의 슬픔과 이승을 버리고 떠나는 망자의 슬픔이 교차하고, 그럼으로써 이승과 저승이 아스라이 연결된다. 그러나 상가수의 소리에는 슬픔을 슬픔으로 끝내지 않고, 보다 근원적인 만남(모든 인간은 죽는다)을 이끌어내는 합일의 기운이 포함되어 있다.


  서정주의 「상가수의 소리」에는 이와 같은 삶의 그늘이 짙게 배어 있다. 그러나 김지하는, 서정주의 시는 미적 패러다임으로서 그늘은 있으나, 윤리적 패러다임이 누락되어 있어 진정한 감동 깊은 공감을 얻지 못 한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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