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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홍 Apr 29. 2022

이시영의 시 두 편

우리 문학 이렇게 읽기(32)

나뭇잎들이 포도 위에 다소곳이 내린다

저 잎새 그늘을 따라 가겠다는 사람이 옛날에 있었다

- 「무늬」 전문 (『무늬』)     


잎새들이 바람에 온몸이 뒤집힐 듯 흔들리는 건

신의 뜨거운 숨결이 거기를 관통하고 있기 때문일까     


나는 오늘도 바람 부는 大地의 한 끝에 서서

나 아닌 나를 뚫고 지나갈 그 어떤 강력한 폭풍을 기다린다

- 「예감」 전문 (『무늬』)


  말 그대로 거두절미(去頭截尾), 머리 꼬리 다 자르면 시가 될 수 있을까. 설마?!


  이시영의 시 두 편에는 '도약'의 순간이 있다. 도약을 찾아내는 감각이 시인을 만들어 준다고 할 수도 있다.


  김지하는 이시영의 몇몇 작품에서 생물과 무생물, 인간과 자연의 대립을 넘어서는 우주적 감각을 보았다. 그는 “저항 시인 이시영, 그가 지금 이렇게 변모했습니다. 우주적인 아름다움으로 접근하는데…”라고 하면서 인간과 자연의 근원적인 합일, 우주적 동일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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