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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여행자 Mar 08. 2021

아이들이니까

이해하고또이해하고이해해야지

빨래를 돌리고 옷장을 정리하고 이번주 일을 마무리 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사람들과의 불편한 접촉을 피하고자 현관문을 닫아두고 아무도 없는 것처럼 지내던 요즘인데 갑자기

현관문이 부서져라 두드리는 소리와 이름을 우렁차게 외치는 뒷집 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깐 순간에는 집에 없는 척을 해볼까 싶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집에 있다는걸 알게되면 또 변명을 해야 할 것같은 상황이 싫어 문을 열었다.

본인이 마실 커피와 아몬드를 한주먹 들고 이야기 상대를 찾아 온 모양인 것 같다.

가까이 하면 서로의 허물이 어느 새 보이기 시작하는 이웃이라는 관계에 요즘 들어서는 너무 가까이 했던 탓일까 훈계를 이어가는 언니가 불편하던 참이었다. 육아에 있어서도 사생활에 있어서도 어느 순간에는 너무 선을 넘는 것 같다 싶어 경계를 하던 찰나에 아이들은 또 어울려 놀게 되니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었다.

애매모호한 감정의 경계선에서 언니와 이렇게 하루 걸러 한번씩 티 타임을 갖게 되는 시간이 조금씩 불편하게 생각되는건 내 성격탓이겠지 싶다.


여자 형제간들, 특히나 언니의 언니들이 많은 막내로 자라서인지 언니는 어느때 보면 말도 행동도 거침이 없다.

물론, 사람마다 개성이 있어서 그렇고, 성격인 부분도 있다고 생각은 한다. 대화를 할 때에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다 들어보고 본인의 생각을 이야기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언니는 이야기를 하는 중간에 말을 잘 잘라버린다.

처음에는 성격이 급해 그렇다고 이해하고 말을 자르고 본인의 말을 해도 그려려니 했는데 점점 교류하는 시간이 더해 지면서 속으로는 내심 ' 말을 할 틈을 주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 지우가 별 얘기 안했어? "

" 무슨 얘기요?"

라고 묻고,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얼마전 아이들의 큰이모가 오셔서 아이들 장난감을 하나씩 선물해 주고 가셨는데 둘째 녀석이 인형을 지우 얼굴에 바짝 들이대며 " 너는 이런거 없지? 이런거 가져본적없지?" 했다며 지우를 놀렸는데 지우가 아무 반응없이 그 상황을 넘어가더라면서 집에와서 별 얘기 안하더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제서야 지우의 그간에 한 말들이 모두 한번에 이해가 되면서 ' 그래서 그랬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아이들끼리 놀면서 놀리기도하고, 다투기도하고 별에 별 일이 다 있다. 심하게 싸우거나 놀다가 어딜 크게 다치는 일이 아니면 언니나 나나 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래서 지우가 가끔 뒷집아이들과 트러블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그럴수 있다고 누구의 탓도 아니게 이야기를 해주곤했는데 지우가 어느날부터 자꾸 커다란 곰인형 딱 하나 사주면 안되냐는 것이었다.

집에 곰인형이 여러개인데 왜 굳이 큰 곰인형을 사달라는 거야....라며 다음에..하나 사줄게. 나중에 마트가면 하나 사자...라고 미뤄왔는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 싶어서 짠한 마음이 들었다.


갖고 싶다고 해서 다 가질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편인데 언니의 말을 듣고나니, 곰인형을 한마리 입양해 줘야 말없이 삭혔을 마음이 위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아이들끼리 그럴 수 있다고 나는 이번에도 이해한다. 다만, 내가 그 사실을 몰랐을 때 지우가 혼자 그 마음을 스스로 달래기보다 내가 그 상황을 알고 한번 더 지우를 이해시켜주는 것이 아직 필요한 나이라는 생각도 했다.

지우도 나도 이런 과정들을 겪어가면서 또 달라져가는 거겠지.


곰인형은 어떤 녀석으로 골라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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